[피플 인사이트] 한·중·일 톱셰프 3인의 인터뷰-2

3 TOP CHEFS from CHINA JAPAN and KOREA

역대 최초로 ‘중식’ 레스토랑으로 1위로 선정된 <더 체어맨>의 대니 입 오너 셰프, 일본의 꾸준한 선전을 이끄는 선두주자 <덴>의 자이유 하세가와 셰프, 그리고 한국의 레스토랑으로 10위권에 첫 발을 들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3국의 톱셰프의 인터뷰는 각국의 미식 기자들이 맡았다. 이른바 3국 합작 인터뷰 프로젝트. 세 기자가 상의하여 10개의 주제로 공통 질문을 만들었다. 시상식 소감은 물론이고, 지속가능성, 세계화와 로컬화, 정체성, 사회적 책임, 그리고 삶에 대해서까지도. 그들의 진중한 내면과 해맑은 요리 사랑을 들을 수 있는 10문10답, 이제 시작한다.

자이유 하세가와 (Zaiyu Hasegawa)

“한국과 홍콩의 여러분, 하루빨리 일본에 오셔서 진화한 <덴>의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고, SNS로 서로 연락해요! <덴>과 일본에 흥미를 가지고 이 기사를 읽어준 한국의 독자 여러분, 사랑해요!

 

 

<일본 요리 덴>은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3위이자 일본의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이곳은 현재 <스키야바시지로>, <일본 요리 류신>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일본 요릿집이다. 그런 <덴>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시작된 2013년에는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는 게 믿기는가? 처음 등장한 것은 <덴>이 도쿄의 진보초에서 가이엔마에로 이전한 2016년으로 당시 37위였다. 이후 2017년 11위로 크게 도약하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일본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오너 셰프인 자이유 하세가와는 헤이안 시대 무렵부터 이어져온 일본 전통 요리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도입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보인다. 그도 스스로를 요리사이기 이전에 엔터테이너라고 지칭하고, 손님들도 “맛있었다”보다 “즐거웠다”라고 말한다. 그런 일본 요리점은 전 세계에 <덴>이 유일할 것이다. 팀워크가 좋기로 유명한 애완견 ‘푸치 주니어 Puchi Jr.’마저도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덴>의 가게 안은 오늘도 웃음소리가 넘친다.

 

Q. 먼저, 올해 수상을 축하한다. 간략한 소감을 들려달라. 또 버추얼 시상식으로 진행됐는데, 경험해보니 어땠나?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덴>의 팀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왔기에 팀으로서 아시아의 레스토랑 50선에 들었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올해 랭킹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도쿄에서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아시아의 많은 셰프들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요리사로서 요리하지 못하고 손님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예년 같은 방식이 아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레스토랑 순위를 매겼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레스토랑’, ‘지금까지 가본 곳 중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든가 하는 식이면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올해 랭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더 체어맨>이 1위를 한 것이다. 매우 훌륭한 업장으로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 중 한 곳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그들의 훌륭한 요리나 서비스를 넘어 긴 시간 엄중한 상황 속에 있어야 했던 홍콩을 응원하는 아시아 패널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반영돼 투표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당장 홍콩에는 갈 수는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홍콩의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Q.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 화두다. 은 대도시인 도쿄에 위치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덴>은 지역의 생산자가 만드는 지속 가능한 해산물과 오가닉 채소를 사용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는 레스토랑 앞에서 판매를 한 적도이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해산물이나 채소를 단지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환경을 지키는 것은 소중하다. 나아가 슬로 푸드나 가정식, 전통 요리를 교육하고 다음 세대에게 계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으로, 너무 바쁜 우리에게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음식도 때로는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MSG가 완전히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해산물을 사용해서 간편하게 생선 요리를 먹을 있는 레토르트식품을 프로듀싱하고 싶다.

그럴 경우 소량의 MSG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제품이 있으면 바쁜 도시인도 간편하게 지속 가능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도쿄라고 하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나는 지방과는 다른 도쿄만의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꾸려 나가고 싶다.

 

Q. 새로운 메뉴를 창작할 때 의심을 하기도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의심인가?

<덴>에는 ‘푸아그라 모나카’, ‘스마일 샐러드’, ‘터키 후라이드 치킨’, ‘뚝배기솥밥’ 등 수많은 시그너처 메뉴가 있다. 만일 우리가 손님 좌석과 떨어진 밀폐형 주방에서 요리한다면, 매일 같은 요리를 반복해서 만드는 일에 의문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덴>은 갓포다. 갓포라는 것은 조리 과정을 손님에게 모두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요리사이기 이전에 서비스맨이라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손님과 대화하면서 각각의 의견을 반영하여 요리를 바꿔간다. 때로는 손님들을 놀라게 하는 가벼운 농담이나 트릭도 보여주곤 한다. 요리사는 자신을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손님 모두가 우리 레스토랑에서 만족하고 행복한 것, 그것이 곧 나의 행복이다.

 

Q.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는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화 중이다. <덴>은 이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일본 손님들 덕분에 <덴>은 거의 정상 수준으로 영업이 회복되었고, 예약도 거의 만석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문화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은 정말로 멋진 경험이었다.

 

지금, 전 세계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둬야 하고 국경이 닫혀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만은 국제 교류를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로 한국과 홍콩의 많은 이들과 연결되고 싶다. 지역 발전에 대해 말하자면, 일본의 각 지방에는 훌륭한 레스토랑이 수없이 많다.

 

지방의 레스토랑은 대부분 농장을 소유하고 채소를 키우거나, 지역 어부나 농가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지방의 강점이다. 한편, 도쿄는 전 세계의 문화가 공존하는 최전선이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이후 도쿄는 더 국제 도시로서 면모를 띠고, 지방은 더욱 지역과 밀착돼 각자 다른 역할을 수행할 거라고 생각한다.

 

Q.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위해 추구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13년 전에 <덴>을 동경 진보초에 오픈했을 때부터 나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가게를 오픈하기 전 일본 요리는 전통이나 관습의 제약이 많고, 젊은 사람이나 외국인에게는 문턱이 높았다. 나는 그것을 바꾸고 싶었다.

왜냐면 일본 요리는 맛있지 않나. 그 맛을 젊은 사람이나 외국인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일본 요리를 부담 없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덴> 스타일을 막 시작할 당시 베테랑 일본 요리사나, 요리 평론가들에게 “이런 것은 일본 요리라 할 수 없다”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손님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 요리의 전통이나 격식을 몰라도, 모두가 잠시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 나는 일본 요리의 입구이자, 일본 요리 입문을 위한 첫걸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Q. 파인 다이닝의 위기가 자주 언급된다. 실제로 캐주얼 다이닝, 배달 등이 증가하며 시장에 균열이 일고 있다. 파인 다이닝 요리사로서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또한 코로나 이후 새로운 변화를 위해 준비하는 부분이 있는지?

<덴>은 파인 다이닝이 아니고 ‘펀FUN’ 다이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모두가 일본 요리를 즐기면 좋겠다. 그래서 더 이상 가격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덴>은 작은 업장이다. 좌석 수도 한정돼 있고, 코로나로 인해 그나마 좌석도 줄인 상태라 방문하고 싶어 하는 모든 손님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태다.

 

그래서 나는 캐주얼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프로듀싱하고 싶다. 미국에 다이너(간이식당)가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일본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다이너를 만들고 싶다. 은 지금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전해보고 싶다. 예약이 필요 없고, 아기나 어린이도 환영받으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일본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그런 업장이 생기면 어떨까? 가고 싶지 않을까?

 

 

Q. 현재의 유산을 물려주고 다음 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요리사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팀에게 어떻게 전달하나?

갓포 요리에는 애드리브와 센스가 필요하다. 손님과 소통하며 즉석에서 양념을 바꾸거나 조리법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레시피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또 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젊은 요리사들과 함께 요리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전부 보여주는 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본 요리에 흥미를 가진 해외 셰프들과 여러 가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왔으며 지금도 해외 스태프를 고용하고 있다.

 

Q. 주목하는 다음 세대의 레스토랑 또는 셰프가 있다면 누구인가? 또,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요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나는 차세대 일본 요리의 스타 셰프는 어쩌면 해외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가 되는 방법이라… 매일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가 <덴>을 시작할 때는 아무도 내 방식을 칭찬해주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다. <플로릴레주>의 가와테 히로야스 셰프도 <라 심>의 다카타 유스케 셰프도 처음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도 모두 ‘자신다움’을 지켜왔다. 내겐 가와테나 다카타 셰프 같은 동료 요리사들이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친하지만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절차탁마(학문이나 인격을 갈고 닦음)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요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나는 요리사이기 이전에 서비스맨이라고 했는데, 손님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걸 아주 많이 좋아한다.

 

Q. 매일매일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요리를 해야 하는 요리사, 그러면서 꾸준히 변화해야 하는 크리에이터, 많은 직원을 돌봐야 하는 CEO라는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와 손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손님들까지도 대화를 나누고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을 서로 웃고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외식업의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Q. 양국의 두 셰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달라. 또 코로나로 일본을 방문하기 어려운 한국, 홍콩의 팬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한다.

강민구와 대니 입 셰프는 좋아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강민구 셰프가 정말 존경스럽다. 그는 한국의 전통, 식문화, 식재료, 생산자, 그리고 요리연구가들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의 요리는 세련되고 아름답고 한국의 매력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훌륭한 명품이다. 대니 입 셰프가 이번에 1위로 선정되어 정말로 기쁘다.

 

나는 언제나 주변 요리사나 푸디들에게 <더 체어맨>은 정말 훌륭하다며 늘 추천해왔다. 그랬더니 <덴>결국 을 추월해버렸다.(웃음) “축하해요. 그리고 홍콩 요리사 친구들, 푸디들, 홍콩의 여러분 정말로 축하드려요. 아시아의 모든 분들이 홍콩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Q. 올해 또는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모두가 맛있는 일본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딜리버리나 레토르트 상품의 개발, 패밀리 레스토랑 프로듀싱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어제의 팀 <덴>보다 오늘이 더 나아지길 하는 바람이 있다. <덴> 팀이 매일매일 진보하여 어제보다 좋아지고 싶다. 그게 최종 목표다.

 

강민구 (Mingoo Kang)

 

우리 음식의 매력과 가능성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져라. 전통 한식에 대한 경험과 공부가 미래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스타 레스토랑 <마르틴 베라사테기>와 마이애미의 <노부>에서 근무하며 해외 키친 경험기를 온몸으로 익혀낸 청년 요리사는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동료 셰프들이 뽑은 ‘셰프스 초이스’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4년 서울 청담동의 한 지하 공간에서 자그맣게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를 열었던 그는 2년 후 같은 시상식에서 ‘베스트 신인상HIGHEST NEW ENTRY’을 거머쥐며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 이후 아시아의 미식 패널들이 뽑은 한국의 베스트 레스토랑이라는 자리는 줄곧 그의 몫이었다. 올해 그는 ‘셰프스 초이스’ 이외에도 역대 한국 레스토랑이 기록한 순위 중 가장 높은 10위에 올랐다.

 

호사가 겹친 그 남자, 강민구 셰프를, 이제는 2층에 위치한 <밍글스>에서 만났다. 작년 여름에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고전적 한식을 선보이는 자신의 첫 해외 레스토랑 <한식구>를 홍콩 센트럴 지역에 오픈했을 만큼 그의 외형적 행보는 해외로 확장하면서 또 내형적으로는 ‘밍글스다운’ 한식에 집중하고 있다.

 

 

Q. 먼저, 올해 수상을 축하한다. 간략한 소감을 들려달라. 또 이런 시상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순위를 떠나 이런 리스트에 계속 선정된다는 게 큰 영광이다. 그 자체로 감사하다. 2016년 처음 수상할 때 우리 능력이나 수준에 비해 큰 옷을 입은 느낌이었는데, 살도 찌우고 지식도 늘리겠다고 말했던 소감과 각오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수상한 특별상 ‘셰프스 초이스’는 지금껏 받은 상 중에서 가장 의미가 크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상인지 재차 물었을 정도로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 상의 의미를 들어보니,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동료 셰프분들의 추천으로 선정되는 상이었다. 또 ‘한식의 가능성과 영역을 확장시킨 셰프’로 평가됐다는 선정 이유를 듣고 그 어떤 상을 받았을 때보다 기뻤다. 맛있는 요리만이 세프의 의무가 아니고, 실제로 오너 세프로서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손님에게 공감도 얻어야 하고, 마케팅, 인사, 코스트 관리, 경영, 혁신적 시도… 이 모든 걸 비즈니스라는 틀 안에서 이뤄내야 한다.

 

아시아의 다른 셰프들을 보면 오너 셰프가 많다. 동병상련하는 그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 감회가 깊었다. 이런 시상식을 통해 해외 셰프들과 교류가 많아졌다.

특히 셰프 간 컬래버레이션은 현지의 시장, 소싱, 주방 구조, 인력 운영 등등 각 시장에 따른 레스토랑의 노하우와 새로운 지식을 배우게 되는 좋은 창구다. 그간 컬래버레이션으로 경험한 도시가 10곳이 넘을 것이다. 협업 기간은 짧지만 매우 밀도 높게 배울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나라의 셰프와 교류를 이어갈 생각이다. 재밌다.

 

Q.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 화두다. <밍글스>는 대도시인 서울에 위치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속가능성 하면 식재료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품종의 지속성, 친환경 농법, 육류보다 채소의 사용 등등. 하지만 이외에도 포장 재료, 택배 방법, 노동법, 고용 안정성 등 중요한 것들이 끝도 없다.

 

사회적 책임은 나도 제일 어려운 숙제다. 레스토랑 특히 파인 다이닝에서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경험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도 풀어가야 한다. 한 레스토랑만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지역 사회의 평균적인 식문화가 성장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런 점에서 <밍글스>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좋은 농장을 찾아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는 편이다. 연 1백여 곳이 넘을 것이다. 다만, 택배로 제품을 받다 보니 과포장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견습생 이슈도 기준을 정했다. 해외 스타 레스토랑들은 견습생(주방을 보조하며 요리를 배우는 무보수의 요리사)을 필수로 두고 있지만, <밍글스>는 아주 특별한 경우(지인의 간곡한 추천이나 MOU 맺은 학교의 추천)를 제외하고는 받지 않기로 했다.

 

​Q. 새로운 메뉴를 창작할 때 의심을 하기도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의심인가?

<밍글스>가 지하에 있던 시절, 지금보다 더 과감했다. 처음 시도하는 나의 요리이고 한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실험적이었고 용감했었다. 과거의 경험에서 가져와 내 식으로 바꾸는 데도 과감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한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깨달았고, 조희숙 셰프님, 정관 스님 등 여러 고수분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다. 한식에 대한 나의 식견이 높아지고 내 요리가 바뀌었다. <밍글스>에서 내는 한식이 맞는 걸까? 전통은 존중하되 뻔하지 않고 우리만의 새로움을 담아서 내는 요리가 맞는 걸까? 주방에서 벌어지는 의심은 대개 이런 것이다. ‘<밍글스>에 맞는가? <밍글스>다운가?’.

 

Q.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는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화 중이다. <밍글스>는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밍글스다움. 한식의 기본을 의식하는 것. <밍글스>가 재해석한 한식이 아니라 그 본질이 무너지지 않는 한식을 추구한다. 예전에 잘 모를 때는 서양의 형식을 과감히 빌려 쓰면서도 코스 중 ‘반상’을 포함시켜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한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서는 오히려 반상을 없앴다. 코스 요리마다 충분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식문화가 비슷한 이웃 나라 일본인 셰프들이 식사 후 자기들의 것과 다름을 느끼고 좋아해줬을 때 작은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

 

 

Q. 파인 다이닝의 위기가 자주 언급된다. 실제로 캐주얼 다이닝, 배달 등이 증가하며 시장에 균열이 일고 있다. 파인 다이닝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또한 코로나 이후 새로운 변화를 위해 준비하는 부분이 있을지?

파인 다이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려운가를 알기 때문에 캐주얼 다이닝의 증가는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추세라고 생각한다. 캐주얼이라고 해서 음식이 덜 진중한 건 아니다. 공간 및 기물 투자를 조금 더 줄이고 격식을 낮췄지만 오히려 요리를 잘하는 젊은 요리사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로 인해 포장마차에서 즐기던 캐주얼 소비 수준이 오르고 전반적인 식문화가 성장해 업계에 좋은 영향이 전달되길 기대한다. 또한 좋은 식재료가 많이 소비되면서 생산 시장에도 좋은 영향이 이어지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서울에 <효도치킨>, <마마리마켓>을, 홍콩에 <한식구>를 운영하고, 또 캐주얼 업장 컨설팅을 하고 있어서 별다르게 더 준비하는 건 없다. 올여름에 홍콩의 <한식구>가 인접한 곳에 조금 더 넓은 규모로 확장 이사를 한다.

 

Q. 현재의 유산을 물려주고 다음 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요리사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팀에게 어떻게 전달하나?

면접이나 회식 때에도, 만약 미래의 꿈이 오너 셰프라면 <밍글스>만큼 단련을 잘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다는 말을 곧잘 한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겪었던 해외 인턴십이나 취업 경험에 대해서도 온전히 공유해준다. 고난한 해외 키친 생활을 잘해내려면 생선이나 고기 다루는 기본 기술 외에 나만의 ‘맛을 내는 기술’을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모쪼록 주목받는 차세대 셰프로 <밍글스>출신이 많았으면 좋겠다.

 

 

Q. 주목하는 다음 세대의 레스토랑 또는 셰프가 있다면 누구인가?

아직 나 자신이 젊은 편이라, 누굴 딱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요즘 한식을 하는 젊은 분들 모두 대단한 것 같다. 특히 <에빗>은 외국인 오너 셰프가 직접 한식을 연구하고 접목해서 자신의 요리를 내는 유일한 레스토랑 같다. 타지에서 외국인이 개인적으로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Q.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요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우리 음식의 매력과 가능성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져라.” 한식을 하겠다는 요리사들이 많아지는 듯해서 기쁜데, 전통 한식에 대한 도전은 그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전통 한식에 대한 경험과 공부가 미래에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내가 <밍글스>를 이끌면서 정말 많이 느낀 부분이다. 전통 한식점에 더 많이 지원하시라.

 

Q. 요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많이 있지만 내가 상이나 칭찬을 받았을 때, 우리 팀원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줄 때. 직원들이 <밍글스>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 손님들이 행복했다는 인사를 해주실 때.

 

Q. 매일매일,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요리를 해야 하는 요리사, 그러면서 꾸준히 변화해야 하는 크리에이터, 많은 직원을 돌봐야 하는 CEO의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어서가 아닐까. 다른 분야에서 내가 이만큼 잘할 수 있을까 싶다. 오너 셰프이다 보니까, 많은 영역에서 기회가 오지만 셰프로서의 일을 좀 더 많이 하고 싶다. 오너 셰프로서 손님들께 음식을 내드리고 인사하고 교감하는 것이 소중하다.

 

Q. 양국의 두 셰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달라. 또 코로나로 한국을 방문하기 어려운 일본, 홍콩의 팬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한다.

두 분 모두 아시아의 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인공들이다. 두 곳 모두 방문 후 <밍글스> 운영에 큰 영감을 얻었다. <덴>의 자이유 셰프는 진중하면서도 창작, 위트가 넘치는 일본 요리를 선보인다. 일본의 다른 셰프들은 시도하지 못하던 것을 하고 있다.

 

아시아의 톱이 되길 바란다. <더 체어맨>의 대니 입은 지금껏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서양인이나 다른 국적의 아시아인이 아니라 현지인이 고국에서 고국의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1위를 수상한 최초의 셰프다.

홍콩(중국)에서 광둥식의 위상을 높이셨다. 올여름에 홍콩에 갈 건데 꼭 들르겠다. “홍콩의 여러분, <밍글스>는 못 오시지만 홍콩 <한식구>에 들러주세요. 일본의 여러분, 새로운 레스토랑이 많이 생기던데 머지않게 꼭 건너가 두루 만나보고 싶어요.”

 

Q.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밍글스> 출신 셰프들이 각자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밍글스>도 새로운 모습을 준비 중이다. 지금의 새 울타리로 옮긴 지도 2년째다. 로고, 명함, 메뉴판 등을 조금씩 개선해 항상 꾸준하다는 믿음을 쌓아가겠다. 홍콩의 <한식구>는 1년 됐지만, 조만간 규모로는 3배, 좌석 수로는 1.5배 정도 되는 큰 공간으로 이전한다.

한국인 주방 인력도 8명으로 늘렸다. 일본인 요리사가 전 세계 어느 주방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인 요리사에게도 그런 날이 오도록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함께 성장해가겠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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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장년 채용설명회 개최…서류심사 생략, 설명회서 현장 면접도
서울시가 4050 세대의 ‘다시 일할 기회’를 위한 중장년 채용설명회가 새로운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직군으로 중장년 취업을 지원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우아한청년들, ㈜가비아, ㈜케이엠솔루션과 5월 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장년 채용설명회 개최를 진행한다. 지난 10일에는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우아한청년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 후 개최하는 중장년 채용설명회에서 서울 및 경기 19개 지점에서 근무할 크루 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설명회 신청자는 서류심사 없이 바로 현장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면접 합격자에 한해 현장 일일 체험 및 오리엔테이션 참여기회를 제공한다. 현장 체험 후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우아한청년들은 국내 1위 배달플랫폼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전담회사로, 배민B마트, 배민커넥트, 배민스토어 사업을 수행하며 전국 도심 내 70여 개 주문배송시설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번 채용설명회를 통해 크루로 채용되면 배민B마트 안의 상품 담기, 포장, 입고 및 상품관리, 마트 구성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배민B마트 중장년 크루 채용설명회는 6월 11일 오후 2시, 삼성1동복합문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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