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향토 음식부터 뉴웨이브까지! 오늘 만난 인천의 맛 PART 1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 5년 전, 인천시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 ‘all_ways_Incheon’을 발표하면서 이와 같은 의미심장한 문장을 내걸었다. 오늘의 개항 도시 인천을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잘 담은 말이 있을까 싶다.

 

인천의 역사는 1883년 제물포(지금의 인천항) 개항 전과 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고 한적한 어촌이 외세의 유입으로 급격하게 근대도시로 변모하던 가운데 새 일터를 찾아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위한 외식업소가 성황을 이뤘다. 냉면, 해장국, 추탕 등을 사계절 정식 외식업 품목으로 발전시킨 근대 대중음식의 선구지 인천의 미식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하늘길이 열리며 또 한 번 새로운 변신을 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모험의 도시. 다양성 속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인천을, 그리고 그곳의 식食을 맛본다.

 

PART 1. 로컬푸드(LOCAL FOOD)

 

3대가 이어온 인천식 평양냉면

경인면옥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역의 향토 음식이지만, 이북에서 온 사람들이 서울, 경기권에 평양냉면 전문점을 차리면서 나름의 특색 있는 맛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인천은 평양냉면을 외식 메뉴로 대중화시킨 본고장이다.

 

 

김윤식 시인이 쓰고 인천대 인천학연 구원이 발간한 「인천의 향토음식」에 따르면, 1910년대에 제1차 세계대전으로 쌀값이 폭등해 개항장인 인천에선 미두장(인천미두취 인소)이 활기를 띠었고, 전국에서 모여든 미두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업소가 성황을 이뤘는데, 그 인기 메뉴가 다름아닌 평양냉면이 었다.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던 이북식과 달리, 미국과 일본 선박이 드나들며 남긴 소고기 부산물로 육수를 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현장으로 배달도 했는데, 냉면 대접을 겹쳐놓은 목판을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는 배달꾼의 모습은 당시 흔한 거리 풍경이었다고 전해진다.

 

 

<경인면옥>은 1946년부터 3대째 명맥을 이어온,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 집이다. 이곳의 뿌리는 평안도 신의주에서 온 삼형제가 1944년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 부근에서 개업한 <종로평양냉면옥지점>이다. 이 집이 번성하자 셋째인 함용복 씨는 이북민이 많이 살던 인천에 새로운 냉면집을 냈다.

 

1946년 개업 당시 서울과 인천의 한자가 담긴 <경인식당>이었다가, 1988년 현재의 건물로 확장, 이전하면서 <경인면옥>이 됐다. 2대 사장인 아버지 함원봉 씨의 뒤를 이어 2014년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함종욱 대표는 지금도 거의 매일같이 점심으로 가게의 평양냉면을 먹으며 맛의 변화를 체크할 정도로, 75년 전통의 맛을 그대로 잇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

 

소 뒷다리인 설깃살을 가득 넣고 오랜 시간 끓인 진육수는 다시 식히며 기름기를 걷어내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해야 청아하고 깔끔한 육수로 완성된다. 면은 메밀 70% 이상에 전분을 섞어 주문 즉시 뽑아낸다. 진한 육향과 함께 미세한 단맛이 느껴지는 육수와 구수한 메밀 향을 풍기며 찰진 식감을 자랑하는 면의 조합은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산뜻하게 살려주는 한국인의 한여름 소울 푸드가 아닐 수 없다.

 

 

냉면에 곁들이기 좋은 불고기 메뉴도 두루 갖췄다. 수급 퀄리티가 일정한 미국산 초이스 등급 소고기를 달짝지근한 과일 양념에 버무려 팽이·느타리·표고·목이버섯을 풍성하게 얹었다.

전골냄비에 자작하게 끓여 국물과 즐기는 ‘경인불고기’와 황동 불판에 구워 먹는 ‘서울불고기’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냉면과 불고기 1인분이 함께 제공되는 ‘불고기 세트’도 있다.

 

시원 슴슴한 평양냉면과 따끈 달콤한 불고기의 만남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조합. 한편, 냉면과 불고기 못지않게 사랑받는 히든 메뉴도 있으니, 바로 갈비탕이다. 미국산 척갈비를 아낌없이 넣어 진하게 끓여내 맛과 가격 모두 잡았다. 점심, 저녁 10-20그릇씩 한정 수량 판매 중인데, 겨울철엔 매일 금세 동이 날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 경인면옥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46번길 38

 

손님들과 함께 지켜온 해장국 맛

평양옥

 

“해장국집 묻는 손님이 있으면 택시 기사들이 죄다 이 집으로 날랐지. 주인도 고마운지 기사들이 가면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얹어주려 했어.”

 

 

<평양옥>의 취재는 도착 전부터 시작됐다. 70년 넘는 식당 역사에서 절반 가까이 함께했다는 노년의 택시 기사는 그 밖에도 IMF 당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당 건물이 전소되었던 사건, 전임 대통령들이 오가며 동네가 떠들썩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한바탕 수다를 떨며 도착한 <평양옥>은 2층 규모의 우 람한 풍채를 뽐내었고, 한 차례 점심시간이 지난 후였지만 섭섭지 않게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다양한 메뉴들이 있지만 테이블마다 어김없이 올라 있는 음식은 ‘해장국’. 큼직한 소갈비 덩어리가 뚝배기를 빈틈없이 채우고, 그 위로 수북이 얼갈이가 쌓여 있는 말간 갈색빛 국물의 비주얼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한술 떠보니, 된장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깊고 담백한 고기 국물, 부드럽게 씹히는 갈비와 얼갈이가 속을 따뜻하게 채워줬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분들은 우거지 갈비탕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할아버지가 워낙 애주가라 할머니가 늘 우거지를 넣고 해장국을 끓이셨고, 손님들에게 겸사겸사 내어주던 게 시작이었어요.” 형님과 함께 3대째 식당의 역사를 잇고 있는 김명균 대표가 말했다.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해방 후 한국전쟁까지 단 5년 사이 만주에서 북으로, 북에서 서울로, 다시 인천까지 내려온 조부모의 살림이 변변할 리 없었다. 지금의 식당 자리 맞은편에서 식료품점 주인이 빌려준 나무 사과 상자를 테이블 삼아 빈대떡을 부쳐내고, 없는 살림에도 조부를 위해 끓인 국물을 나눠 주는 인심이 메뉴의 전부였다.

 

 

1950년, 인근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차츰 지금의 해장국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던 한국 군인들이 부대 내에 활발하게 공급되는 고기와 잡뼈들을 가져와 끓이면서 ‘고깃국’으로 변모한 것.

그때부터 이어져 온 맛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지방이 풍부한 마구리뼈로 맑은 육수를 내고, 살점이 두툼하면서 부드러운 미국산 갈비를 푸짐하게 넣어 끓인다.

 

여기에 말리지 않은 얼갈이배추를 그때그때 수급해 기름을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종일 끓여내 섞은 뒤 장을 풀면 완성된다. 주문 후 손님 상에 오르기까지는 몇 분도 걸리지 않지만, 주방 안에서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정성이 담긴 이 한 그릇이 지금은 인천식 해장국의 표본이 되었다.

 

 

“얼갈이를 수급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보니, 시험 삼아 공급이 풍부할 때 많이 받아서 급랭한 적이 있어요. 단골손님들이 단번에 맛이 변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소를 사육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연탄불에서 가스불로 조리 방식도 바뀌니까 100% 같은 맛을 유지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다만, 최대한 근접하게 지키는 것이 대를 이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 손잡고 오던 초등학생 손님이, 이제 자신의 자식을 데리고 찾아와 해장국 한 그릇을 비 우고 갈 때면, 다시금 그 다짐을 되뇌는 그다.

 

  • 평양옥
  • 인천광역시 중구 도원로8번길 68

 

새롭게 써 나가는 인천 중식의 역사

연경

한국에서 중식의 역사는 화교 이주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자리 잡은 화교 1세대가 집에서 중국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1910년대 이후 생업 수단으로 외식 메뉴화했고, 점차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를 시도했다.

 

 

춘장에 돼지고기와 각종 채소를 볶아 면을 비벼 먹는 짜장면, 매콤하게 끓인 국물에 면을 말아 넣은 짬뽕, 고기를 튀긴 탕수육 등 한국식 중식을 대표하는 요리들은 이곳에서 나고 자라 전역으로 퍼진, 인천의 소울 푸드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동네 평범해 보이는 중국집도 50-60년 세월을 지나온 것이 기본인 인천에서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짧다고는 해도 어느덧 15년, 장군유 대표가 인천에 처음 중식집을 오픈한 세월을 더하면 20년으로, 새삼 인천 중식의 역사가얼마나 유구한지 체감된다.

 

 

기라성 같은 선배 중식집들 사이에서도 <연경>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전통과 새로움의 공존 덕분이다. 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90여 년 중식 역사를 잇기 위해 주방 일원을 모두 화교로 구성하고 본토 추억의 맛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멘보샤에 식빵을 쓰는 대신, 화교들이 어릴적 먹고 자란 빵 맛을 재현해 직접 만드는데, 기름이 덜 스며들어 튀김 요리임에도 비교적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고. 동시에 지속적으로 신메뉴를 개발하고, 손님들에게 합격점을 받아야만 정식 메뉴로 출시하는 전통은, 4층 규모의 대형 중식집에서 따뜻함을 전하기 위한 그들만의 소통 방식이다.

 

 

그렇게 탄생한 메뉴 중 <연경>을 전국적으로 알린 일등 공신은 ‘하얀 짜장’. 숙성한 하얀 콩으로 춘장을 만들어 이름 그대로 흰 빛깔을 띠지만 흔히 아는 짜장 맛이 나는 생경함이 손님들에게 재미 요소로 작용했고, 삼겹살과 고구마, 호박, 다진 새우 등을 넣고 볶아 일반 짜장보다는 담백한 맛으로 10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1백 년 역사의 인천 중식도 처음에는 새로움이었듯, <연경>의 새로운 도전도 켜켜이 시간의 층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각기 다른 손님의 취향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메뉴 연구를 시작한 만큼, 탕수육 메뉴도 네 가지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소고기 탕수육’은 부드러운 튀김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었다.

 

지방의 고소함보다는 진한 고기 맛이 강조되도록 마블링은 적으면서 근육이 질기지 않은 부채살을 사용하는데, 특수 부위인 만큼 균일한 맛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미국산을 선택했다고.

워낙 수급하는 고기 양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절감된 원가의 혜택은 메뉴 개발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손님들에게 돌아갔다. 돼지고기 탕수육과 비교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넉넉한 양으로 말이다.

 

  • 연경
  • 인천광역시 중구 차이나타운로 41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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