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사이트] 어묵의 새로운 물결, 삼진어묵

삼진어묵의 최종 목표는 어묵의 세계화다.

뉴요커들이 줄 지어 어묵을 사 먹는 풍경을 상상하면 어쩐지 힘이 난다.

 

 

부산 사하구로 향하자 수많은 어묵 공장들 사이로 삼진어묵의 이름이 등장했다. 반갑게 마중 나온 박용준 대표는 “부산에 어묵 공장이 많다 보니 나라에서 단지를 조성해줬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업 중 삼진어묵이 부 산 어묵의 대명사로 통하게 된 건 비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기업’이라 는 타이틀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시기도 있었다. 폐업 직전의 어묵 기업을 어묵 문화의 선구 기업으로 일으키기까지, 박용준 대표는 어떤 고락을 거쳤을까.

 

삼진어묵의 시작은 한국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시절 북해도 지역으로 강제 징집된 고 박재덕 창업주는 가마보꼬(어묵) 공장에서 일하며 어묵 생산 기술을 익혔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많은 피란민이 부산으로 모여들었고, 먹거리가 없던 시절 어묵은 저렴한 영양 식품으로 주목받았다.

 

시장성을 엿본 박재덕 창업주는 피란민이 특히 많이 모여들던 영도 봉래시장에 작은 판잣집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 어묵의 전성 기에 힘입어 1970년대에 미군 부대에서 얻은 원동기를 활용해 현대식 생산 시설을 갖춰갔다. 아버지 박종수 대표가 대를 이을 때만 해도 가업은 순풍을 타는 듯 보였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 중이던 박용준 대표가 회사의 위기를 감지한 건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였다. “회사가 없어질 수 있으니 너라도 거기서 꼭 성공해야 해.” 아버지의 병환 소식까지 들려오자 서둘러 귀국했는데, 미수금과 공장 신축으로 인한 빚 등 언제 폐업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 다. 어묵이라곤 전혀 몰랐지만, 그저 지켜만 볼 수도 없어 2011년 실장 직함을 달고 발로 뛰기 시작했다. 포장 파트의 잦은 퇴사 사유였던 불편한 작업대에 높낮이 조절 기능을 추가하고, 극히 내성적인 성격에도 진주, 광주의 시장으 로 납품 영업을 다녔다.

 

 

시장 도매상 대상의 B2B 사업을 B2C 사업으로 전환 하기 위해 <어묵 1번가> 직영 매장을 오픈했으나 반년 만에 문을 닫는 등 시행착오도 경험했지만, 이내 온라인 사업으로 ‘어묵 무지개 세트’와 ‘떡모바’로 고급 어묵 세트 선물 문화를 처음 시도했다. 다시 오프라인 채널로 눈을 돌리 고 ‘빵집’에 영감받아 오픈한 베이커리형 매장은 국내 어묵 문화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다. 백화점, PC방 입점도 모두 어묵 업계 최초다. 후발 주자가 속속 생겨나는 지금도 삼진어묵은 독보적인 선구자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늘 ‘다음’을 개척하는 덕이다.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 계기는.

 

어릴 적 공장에서 살았다. 부모님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어묵을 만드셨고, 저와 동생도 하교 후 일손을 거들곤 했다. 오죽하면 학창 시절 별명이 큰 오뎅, 작은 오뎅이었겠나(웃음). 매일 밥상에 어묵이 올라오는 건 당연했다. 삼진어묵은 제 삶의 대부분이자 반세기 넘게 이어온 가업이다.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다. ‘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하루하루 임한다. 어묵 너머 식품 산업 전반을 공부하며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계속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도전과 혁신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아닌가.

 

 

대표직을 맡고 어려웠던 점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선 ‘어묵은 반찬이나 값싼 길거리 음식’이라는 인식을 깨야 했다.

이를 위해 수제 어묵을 종류별로 즐기는 어묵 베이커리형 매장을 제안했는데, 고정관념은 회사 내부에도 존재하더라. 10년 이상 어묵을 만들어온 자부심이 강한 분들이라 그런지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발품 팔아 조사한 자료와 향후 계획을 정리해 발표하고, 베이커리형 매장 오픈 한 달 안에 줄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렇 게 오픈한 삼진어묵 영도본점 앞에 정말 사람들이 줄을 서자 회사 내부에서도 점차 인정받게 됐다.

 

어묵 베이커리형 매장을 떠올린 계기는

 

어릴 적 공장 안을 돌아다니며 먹었던 갓 튀긴 어묵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떠 올렸다. 냉동 어묵이 익숙한 소비자에게 따끈하고 신선한 어묵을 선보이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어묵도 빵처럼 재료를 반죽하고 가공 작업을 거쳐 판매 하니 빵집을 모티프로 어묵 전문 숍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취향에 따라 음식을 골라 소비하는 트렌드가 유행하는데, 어묵이라고 다를까 싶어 콩, 단호박, 고구마, 연근, 파프리카, 치즈, 생강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어묵 80여 종을 개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20년, 길게는 40년간 삼진어묵에서 일한 장인들이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보장되고, 만드는 과정을 구경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삼진어묵에서는 ‘어묵 베이커리’라는 표현을 쓴 적이 한번도 없 다. 소비자가 저희의 노력을 알아봐주시고, 원하는 별명을 붙여주셔서 감사하다.

 

 

반응이 좋았던 신제품은

 

어묵 고로케. 메뉴 다양화를 위해 어묵 장인인 어머니 이금복 여사와 함께 국 내외 사례 조사를 하다 의외로 직원 식당 점심으로 나온 돈가스에서 답을 찾았다. 생선도 각종 재료로 속을 채우면 맛있지 않을까 싶었다. 공장 직원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지만 성과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밀어붙였고, 지금은 시그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지난 1월 세계가전박람회 CES에서 선보인 ‘블루미트 파우더’도 반응이 좋았다. 동결 건조 방식으로 개발한 연육을 가루로 만든 제품이다. 특히 어묵 피자의 독특한 식감을 흥미로워하는 분이 많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신제품 개발을 혼자 도맡고 있나

 

부산 사하구의 공장을 스타트업 자회사 ‘어 漁메이징 팩토리’로 재단장하고 팀을 꾸렸다. 초반에 생산 파트의 반대에 자주 부딪히면서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상상 속 어묵이 현실이 된다.

 

찐 어묵에 칠리새우, 크림새우, 콘치즈, 불짬뽕 등의 토핑을 곁들이는 ‘핫바’, 튀기지 않고 쪄낸 얇은 어묵 안에 햄치즈, 치킨 텐더, 스파이시 치킨, 불고기 할라페뇨를 넣고 말아낸 어묵 랩 ‘쌈바’, 찐 어묵에 페이스트리 생지를 감아 튀겨낸 ‘품바’ 등 어묵 소비층을 중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바꾸기 위한 트렌디 제품부터 상온에서 최대 1년까지 보관할 수 있는 ‘상온어묵’ 등 선진 기술을 적용한 제품까지 다양하다.

 

변화 속에서도 반드시 지키는 기준이 있다면

 

좋은 재료를 쓰는 것. 할아버지는 늘 “남는게 없어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 다 사람이 먹는 것 아니냐”고 하셨다. 어육 값이 올라도 어묵의 80-90%는 반드시 어육을 사용한다.

 

 

해외에 어묵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17년 싱가포르에 해외 첫 직영점을 오픈한 이후 인도네시아, 홍콩, 필리핀, 베트남, 호주에 매장을 오픈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현재는 매장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해외 공략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베트남 매장은 오픈 당일 매장 앞에 줄이 늘어설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또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아마존에 서 상온 어묵 제품을 판매했을 당시, 미국 내 인기 한국 식품 톱 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쫄깃한 식감을 낯설어하는 고객도 있지만, 지난 CES에서의 긍정적 반응을 떠올리면 오히려 새로움을 무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묵을 소리 나는 대로 ‘Amook’으로 표기해 K-어묵을 알리고자 한다.

 

전통 가업을 이어가려는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도 필요하지만 한 분야에 깊이, 꾸준히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본인의 능력을 발전시킨다면 반드시 성장과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 실패해도 되니 계속 도전하면 좋겠다. 실패는 또 다른 도전, 결국엔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최종 목표는 어묵의 세계화다. 이를 위해 수산 단백질로서 어묵의 가능성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훗날 뉴욕 시내 한복판에 어묵 푸드 트럭을 세워놓고 뉴요커들이 줄 지어 어묵을 사 먹는 풍경을 상상하면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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