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심플프로젝트컴퍼니(위쿡)가 신청한 제2호 ‘공유주방’ 시범사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1개의 주방을 다수의 영업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공유주방 이슈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공유주방은 세 가지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한 공간에서 각자 주방을 사용해 배달에 주력하는 공유 주방, 푸드코트처럼 독립된 주방을 가지고 홀을 공유하는 형태, 창업 전 테스트 장소로 사용하는 인큐베이팅 방식이다. 이중 배달형 공유주방인 ‘고스트 레스토랑’은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공유주방은 일본 외식업계에서도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일본은 올해 10월이면 소비세 인상(8→10%)으로 전체 외식시장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나 음식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 시장은 경감세율 적용을 받는다. 이런 업계 분위기 속에 지난 6월 도쿄의 나카메구로역 인근에 새로운 공유주방인 ‘Kitchen BASE’가 문을 열었다.
‘Kitchen BASE’에 입주한 음식점은 모두 배달 전문점으로 Uber Eats나 배달 대행업체 등을 활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Kitchen BASE’를 운영하는 기업 SENTOEN은 대학 친구들이 뭉쳐 작년에 만든 스타트업이다.
레스토랑 운영하던 친구 덕분에 공유주방 떠올려
SENTOEN의 야마구치 다이스케 대표와 요헤이 이사는 일본에서 명망 있는 대학 중 하나인 주오대학을 나왔다. 이 둘은 법학을 전공하던 중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류하며 친구 사이가 됐다. 졸업 후 요헤이 이사는 상사에 취직, 야마구치 대표는 뉴욕 주립 대학에 편입했다가 IT 기업에거 경력을 쌓았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두 친구가 외식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작년부터다. 외식 업계에 취직한 동기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일하는 환경이 굉장히 고되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전환점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요헤이 이사는 "공부하는 동안 신세를 졌던 친구가 도내에서 샌드위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그렇지만 1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고 페점하는 모습을 보게됐다. 창업할 땐 2000만엔(한화 약 2억원)이라는 큰 돈을 투자했지만 비전이 불투명한 친구와 외식업계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외식업계의 시스템, 일하는 방식의 변혁 필요하다고 느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니온 키친 등 공유주방 사례를 공부하며 고스트레스토랑 컨셉의 ‘Kitchen BASE’ 프로젝트를 준비해 나갔다. 고스트 레스토랑은 실제 점포를 가지지 않고, 배달만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는 레스토랑이다. 요헤이 이사와 친구들은 2018년 9월 폐점한 샌드위치 가게의 부지를 임대해 공유주방형 고스트 레스토랑으로 변신시켰다.
데이터 분석 통해 재주문율 높이다.
일본의 2018년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0.6% 증가한 3134억엔으로 향후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고령 인구 증가로 테이크아웃, 배달 수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외식업계의 경우 구인난 문제로 배달 직원을 따로 두는 경우가 드물고 우버이츠(Uber Eats)와 제휴해 배달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배달 시장은 급성장했으나 운영 측면에선 고객 관리가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매장 없이 배달로만 고객을 상대하는 고스트키친 특성상 어떻게 하면 재주문을 이끌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IT 직종에 근무한 직원이 많아 우리 회사의 강점은 데이터 분석이다. 각 주방마다 판매 상황을 집계해 양념 등을 일일이 변경해 메뉴를 다듬어 가는데 도움을 주고 마케팅을 지원했다.”
처음에 3천엔(한화 약 3만 2천원)정도이던 매출이 점차 개선돼 지금은 하루 평균 8만엔(한화 약 87만원)까지 올랐다. 현재 ‘Kitchen BASE’를 들어온 업체는 6개 점포로 장사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부터 이미 검증된 음식점까지 다양하다.
‘마타니버거’는 2010년부터 도쿄 가구라자카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배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자 ‘Kitchen BASE’에 입점했다. 뉴욕 스타일의 햄버거를 선보이는 곳으로 소고기 패티(180g), 버섯, 고다치즈, 수제 베아르네즈 소스가 들어간 ‘Skyscraper'버거가 대표 메뉴다.
사이타마현에서 다채로운 야채와 고기를 함께 먹는 기름소바로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번성점 'Handicraft works‘는 도쿄 출점을 목표로 공유주방에 들어왔다. 이외에도 태국 식당에서 근무해오다 본인의 가게를 차리고자 연 에스닉푸드 전문점 등이 있다.
요헤이 이사는 “공유주방의 장점은 정보 교류와 리스크 감소다. 이웃한 공유주방 요리사들과 업계 현황 정보는 물론 음식에 대한 객관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독립된 매장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 여기선 가능하다. 공유주방은 기존 창업 방식과 비교했을때 고정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이곳에서 인큐베이팅 방식으로 연습을 하다 업종을 수정하는 등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다. 저성장시대에는 소유보다 공유하는 방식이 안전성과 부담을 덜 수 있어 더욱 각광 받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