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사이트] 제과업계의 미래를 양성하다

월드페이스트리컵, 국제기능올림픽,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 페이스트리 셰프라면 한 번쯤 목표로 삼아볼 꿈의 대회들. 하지만 경험 부족의 주니어 셰프들이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지원하고 양성하여 제과·제빵업계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단체가 결성되어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프랑스 이데아 협회(INTERNATIONAL DESSERTS ACADEMY)의 한국 지사, 이데아 코리아다. 초대 회장 <오뗄두스>의 정홍연과 사무총장 <도레도레>의 김영훈을 만났다.

 

이데아 코리아를 창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영훈(이하 김) 프랑스 이데아 협회는 프랑스 제과 명장 가브리엘 파야송(GABRIEL PAILLASSON)이 2012년 창설한 디저트 아카데미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제과 대회로 꼽히는 쿠프 드 몽드 드라 파티세리(COUPE DU MONDE DE LA PÂTISSERIE)의 운영을 맡아온 인물들로 이뤄졌다.

 

 

최근엔 젊은 제과인 양성을 위해 주니어 세계 대회도 큰 규모로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물꼬를 국내에도 연결시키고자 지난해 11월부터 프랑스 이데아 협회의 이사로 활동했고, 올 2월 이데아 한국 지사의 승인이 완료됐다. 해외 지사는 한국이 처음이다.

 

정홍연(이하 정) 프랑스에서 시작된 조직 구성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일 뿐 더 중요한 건 ‘스피릿’이다. 한국의 토양에 맞는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국내 1세대 제과인이 국제 대회에 많이 도전해왔지만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다. 다음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싶다.

 

한국 지사의 회원은 어떤 분들로 구성되어 있나?

 

김 제과업계 셰프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마케터,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젊은 제과인들을 발굴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보니, 뜻을 함께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주니어 페이스트리 월드컵 한국 예선에서는 유리공예가 회원이 직접 만든 트로피를 후원해줬다. 13명의 창립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11월)는 23명으로 늘어났다.

 

초대 회장으로 정홍연 대표가 선출됐다. 그 배경은?

 

정 회원들 중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다(웃음).

 

김 나이를 떠나 경험과 연륜이 제일 깊은 분이라서 창립 회원들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였다. 30여 년간 제과업계에 몸담으며 국내 사정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업계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초대 회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정 현업 파티시에들이 선배들이 다져놓은 토양을 바탕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해 인정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안타깝게도 업장에서 일하지 않고, 학원 수업에만 의존하며 대회 준비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교육에 의존하니 국제기능올림픽 한 번 나가는 데 1억 가까이 드는 실정이다.

 

일터에서 매일 설탕, 초콜릿을 만지며 완성 제품을 만들면서 재료들의 물성을 깊이 파악한 제과인만이 대회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재료들의 속성이 드러나야 진정한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제과인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근무를 마친 밤마다 연습에 매진하며 대회 준비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선배들의 출전 경험과 기술을 전수해주면 준비 비용이 줄어들고, 진정한 엘리트도 배출할 수 있다.

 

지난 9월, 이데아 코리아 주최로 ‘주니어 페이스트리 월드컵’ 한국 선수 선발 대회가 열렸다.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은 어땠나?

 

정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이 대회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고, 자신이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면서 국내 제과업계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주니어 셰프들이 배우는 것들은 기술 그 이상이다. 1등을 하지 않아도 얻어가는 것이 있다. 중간에 작품이 무너져도 팀을 위해 1분 1초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며 끈기와 배포를 키우고, 다양한 사람들의 작품을 보며 시야가 넓어지며, 다른 이를 배려하는 인성도 길러진다. 대회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한국 대회 설탕, 초콜릿 부문에서 각각 우승한 두 명의 주니어 셰프는 지도 셰프와 한 팀을 이뤄 내년 1월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준비는 잘돼가나?

 

김 열심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예선전을 치르며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 눈에 보인다. 그동안 국내에 주니어 셰프들을 위한 큰 규모의 대회는 없다시피 했고, 개인이 국제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대회에 대한 정보가 쌓이지 않았다. 이런 교류와 연대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노하우가 점차 축적돼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어떤 대회를 통해 국제 교류를 추진할 계획인가?

 

김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안 젤라토 컵 대회에서 한국 대표가 좋은 성적을 거둬 2024년 1월에 열릴 세계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엔 세계여성제과대회(PASTRY QUEEN)에 한국 대표가 출전한다. 이렇게 이데아 코리아의 회원들이 각종 국제 대회에 진출하거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세계 각국의 제과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지고, 학교 또는 사업장 간 협력의 물꼬를 넓힐 수 있다.


 

 

그간 수많은 국제 대회에 도전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

 

정 일본 리가로열호텔 제과장으로 근무했던 시절 출전한 도쿄 TV사의 ‘TV 챔피언’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 지상파 방송사에서 오후 7시 황금시간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업무하는 틈틈이 대회 준비를 하다 보니 2주 동안 8시간밖에 못 잤을 정도로 고됐다.

내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부문 우승을 차지하자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다. 외국인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한국인 기술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태도가 달라져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후에도 51세까지 리옹 쿠프 드 몽드에 세 차례 출전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꿈의 무대에 서보겠다는 동경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김 프랑스 국내 대회에 두 번째 나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대회는 당시 스승인 필립 이리야(PHILIPPE HIRIART) 셰프의 도움을 받았는데, 내가 대회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는지 스승은 두 번째 대회에선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다.

대회 준비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노는 시간을 줄이고 기술 연마에 더 매진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아무래도 MOF(프랑스 최고 장인) 대회다. 수없이 많은 국제 대회를 나갔지만 2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갈고닦아온 시간을 증명할 수 있어 가치가 있었다.

 

 

제과인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은?

 

정 도쿄 호텔 뷔페 식당의 설거지 담당으로 근무하던 때, 나에게 기회를 준 하야시 총주방장을 잊을 수 없다. 사내 콩쿠르 출전 기회가 나에게는 오지 않자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면 안 된다며 나를 대회에 참가시켜줬다. 거기에서 1등을 하며 제과 파트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가 남긴 조언 중 “진심을 다하다 보면 돈은 나중에 쫓아오기 마련”이라는 말을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김 두 분의 스승이 있다. 필립 이리야 셰프는 철없던 어린 시절, 내가 실수를 저질러도 끝까지 믿어줘서 이 일을 지속하게 해준 분이다. 가브리엘 파야송 셰프에게선 제과인으로서의 정신과 기본적인 자세를 많이 배웠다. 겉멋이 들어서 본업보다는 대회 준비에 치중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분이 “너는 예술가가 될 거냐, 제과인이 될 거냐”라고 물었다. 내가 “제과인이 되고 싶다”고 답하니, “그런데 왜 너는 매일매일 맛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이 일로 내가 일에 대해 가졌던 잘못된 생각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후배 셰프들에게 어떤 스승이자 멘토로 기억되고 싶은가?

 

정 특별히 어떤 사람의 멘토가 되려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 때문에 제과 일이 싫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부분은 있다.

 

김 과거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 선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지금은 이데아 코리아가 제과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만, 다른 요리 분야로도 확장돼서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 있는 라이징 스타를 양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홍연 셰프

서래마을 본점을 포함해 서울에 5개 지점을 두고 있는 디저트 카페 <오뗄두스>의 오너 셰프다. 일본 도쿄제과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리가로열호텔 도쿄 제과장 자리에 오르며 일본 베이커리 부문 각종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다. 프랑스 ‘쿠프 드 몽드 드 라 파티세리’에도 세 차례 출전했으며, 3회 출전 때는 국가대표 팀장을 맡았다. 30년 넘게 제과 외길을 걸어온 국내 대표 1세대 파티시에로서, 이데아 코리아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 김영훈 셰프

최초의 외국인 MOF(프랑스 최고 장인)이자 F&B 기업 <도레도레>의 부대표다. 2001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가 제과 장인 필립 이리야 셰프와 가브리엘 파야송 셰프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2003년 월드페이스트리컵 아이스카빙 대상, 2009년, 2013년 월드페이스트리컵에서 각각 쇼콜라 작품 대상과 쇼콜라 케이크 대상을 받는 등 풍부한 국제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이데아 코리아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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