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맛] 다이닝에 뛰어든 명품 브랜드

봄을 맞은 서울 미식 신에서 ‘명품 브랜드 다이닝’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트는 일찍이 에르메스가 끊었다.

 

 

2006년 신라호텔과 협업해 청담동에 <카페 마당>을 열었고, 2015년에는 디올이 <카페 디올>을 선보였다. 간간이 이어지던 양상은 최근 부쩍 잦아졌고, 또 적극적이다.

 

메뉴보다는 공간에 집중하던 ‘카페’ 형태를 넘어 유명 셰프와 손잡고 미식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 더욱이 해외 여느 도시보다 서울이 우선적으로 선택되고 있다.

 

패션 하우스의 외식 공간은 부티크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SNS에 공유할 만한 팬시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경우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오프라인 명품 소비가 이뤄지며 글로벌 브랜드의 타깃으로 떠올랐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을 이어가야 하는 명품가의 새로운 선택, 브랜디드 다이닝은 어떤 경험을 담고 있을까. 구찌의 세계 4번째 레스토랑인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과 루이 비통이 약 한 달간 피에르 상 보이에 셰프를 초대해 선보인 팝업 레스토랑 등 럭셔리 브랜디드 다이닝 5곳을 모았다. 최근 오픈한 곳일수록 ‘로컬 식문화’를 반영하는 트렌드가 돋보였다.

 

아이코닉 코리안-프렌치 셰프의 초대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 by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이 국내 최초 팝업 다이닝의 아이콘으로 피에르 상 보이에 셰프를 선택했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피에르 상 앳 루이 비통>. 프랑스 파리에서 그가 운영하는 <피에르 상 인 오베르캄프(Pierre Sang in Oberkampf)>, <피에르 상 온 감베(Pierre Sang on Gambey)>와 운을 맞춘 것으로, 스타 셰프의 존재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피에르 상 보이에 셰프는 누구인가. 2012년 파리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내가 가진 한국-프랑스의 복합적인 DNA를 요리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한 그는 한국계 프랑스인 요리사로, 당시 한식을 접목한 코리안-프렌치 퀴진을 파리 미식계에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5년에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에 참여하기도 했다.

 

 

파리와 서울, 그리고 유서 깊은 명품 브랜드와 로컬 다이닝을 연결하는 적임자로 지목된 그의 개성은 이번 팝업 메뉴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루이 비통의 첫 팝업 레스토랑에서 현지의 제철 식자재를 사용해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는 셰프의 말처럼 한식의 뉘앙스는 국내산 식재료를 만나 더욱 선명해졌다.

 

명이나물과 쌈장 소스를 곁들인 한우 꽃등심 스테이크, 허브와 식용 꽃, 달걀을 조합한 PS 비빔밥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비빔밥은 파리의 록다운 기간 동안 판매한 배달용 비빔밥에서 착안해 그릇 대신 루이 비통의 패턴이 새겨진 상자에 담아 냈다. 꽃이 피는 것처럼 펼쳐지는 종이 용기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소다.

 

 

5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진행되는 팝업 레스토랑은 예약 오픈 5분 만에 전 좌석 마감되는 기록을 세웠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라는 공간과 천장을 가득 채운 모노그램 플라워 패턴 장식, 브랜드 마스코트인 비비엔 조각상, 그리고 시그너처 트렁크를 쌓아 만든 조형물 등은 ‘인증샷’을 찍게 만든다. 방문객의 SNS 후기가 늘어갈수록 취소 좌석 예약 경쟁이 날로 치열해진다는 사실.

 

  •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54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

 

이탈리아의 맛과 미학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by GUCCI

 

세계적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구찌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구찌 오스테리아>. 2018년 이탈리아 피렌체 ‘구찌 가든’에 문을 연 이후 LA와 도쿄로 무대를 넓힌 끝에 지난 3월, 세계 4번째 지점으로 서울을 낙점했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피렌체 및 도쿄 지점과 마찬가지로 그린 컬러로 겨울 정원의 무드를 표현하고 르네상스풍 벽지와 소품으로 프라이빗 룸을 꾸몄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유사하지만 플레이트에는 현지 풍경을 담은 것이 <구찌 오스테리아>의 특징이다.

 

한국의 계절을 표현한 샐러드 ‘서울 가든’, 한우 채끝살의 가운데 부분을 최적 온도인 56.7℃가 되도록 익힌 스테이크 ‘한우 56.7’ 등의 메뉴가 대표적이다.

 

 

푸디들은 마시모 보투라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인 ‘에밀리아 버거’와 ‘토르텔리니’를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유독 반가울 터. 버거는 코테키노(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에서 유래한 돼지고기 소시지)와 한우를 조합해 트위스트를 주었고, 토르텔리니는 고기, 프로슈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로 속을 채운 뒤 손톱만 한 크기로 빚어 위트 있게 이탈리아의 맛을 전한다.

 

전반적으로 발사믹 식초, 프로슈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등 셰프의 인장과도 같은 이탈리아 모데나의 전통 식재료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한국 제철 채소와 허브, 꽃이 요리에 생생한 계절감을 불어넣는다.

 

색다른 미식 경험 외에도 구석구석이 구찌 DNA의 연장선이다. 가구와 벽지, 패널, 테이블웨어 등 다양한 리빙 제품으로 꾸민 공간은 ‘구찌 데코’ 컬렉션의 쇼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서울 도심 풍경과 이탈리아의 미학, 한국의 식재료와 모데나의 맛이 조우하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테라스를 활짝 여는 요즘, 6월이 가장 기대되는 곳이다.

 

  • GUCCI OSTERIA SEOUL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6F

 

담대한 멋, 직관적인 맛

브라이틀링 키친 by BREITLING

 

‘전문가를 위한 도구’를 추구하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의 플래그십 부티크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은 세 가지 테마로 구분된다. 시계 컬렉션의 배경이 되는 ‘항공’, ‘해상’, 그리고 ‘지상’이다. 파일럿과 다이버, 라이더용 시계를 제작하는 브랜드답게 항공 기자재, 서프보드, 빈티지 오토바이 등으로 각 섹션을 장식했다.

 

이처럼 아웃도어에 강한 라인업을 일구어온 브라이틀링이 브랜드 최초의 레스토랑 <브라이틀링 키친>을 열며 선택한 파트너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비스테까>의 김형규 셰프다.

 

 

<비스테까>는 이탈리아어로 ‘비프 스테이크’라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직관적으로 맛있는 스테이크와 그릴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는 1++ 한우, 레인저스 밸리 호주 와규, 호주산 최상 등급 양고기 등 고품질의 원육을 사용하며, 부위별 에이징 과정을 거친 뒤 피렌체 정통 방식으로 구워낸다. 강원도 참나무 숯으로 불을 피워 그릴에 굽는 것이 포인트. 겉은 바삭, 속에 육즙을 가둔 스테이크는 온도 유지를 위해 특별 제작한 화산석에 담아 낸다.

 

 

부티크와 다이닝, 카페, 기프트숍 등으로 구성된 타운하우스는 공통적으로 인더스트리얼 로프트 콘셉트를 지향한다. 여기에 레트로풍 벽돌로 벽을 장식하고 시그너처 컬러인 옐로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부티크의 문턱을 낮추고 구경거리를 늘려 럭셔리 워치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브라이틀링 키친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132 명보빌딩2 2층 브라이틀링 키친

 

볼드한 시계를 닮은 카페

빅 파일럿 바 by IWC Schaffhausen

 

남성복 전용 층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 이곳에는 럭셔리 워치메이커 IWC 샤프하우젠의 카페 <빅 파일럿 바>가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파일럿 바 <르 아비아퇴르(Les Aviateurs)>에 이은 IWC의 두 번째 F&B 공간이자 브랜드 최초의 커피 매장으로, 제품의 주 타깃층인 남성 고객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

 

공간은 IWC의 아이코닉 제품인 '빅 파일럿 워치'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매장을 가로지르는 10m 길이의 테이블과 6m 크기의 빅 스크린은 빅 파일럿 워치의 큰 다이얼과 볼드한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바 중앙에는 시계 내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래픽이 펼쳐진다.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센터커피>가 책임지고 있다. 일반적인 카페 메뉴 외에 '스카이 오버 아프리카(SKY OVER AFRICA)'와 '스위트 테이크 오프(SWEET TAKE OFF)' 등의 시그너처 커피 칵테일이 눈에 띈다.

 

그중 '스카이 오버 아프리카'는 게이샤 콜드 브루 커피와 자두청, 토닉워터를 레이어링한 뒤 부드러운 재스민 티 폼으로 마무리한 메뉴로, 재료의 화사함과 톡톡 튀는 청량감이 어우러진다. 이 밖에 '10시 8분 34초'(시계 광고에서 바늘이 주로 가리키는 시간)를 라테 아트로 표현한 음료와 시그너처 블렌딩 원두는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 빅파일럿바 by IWC & 센터커피
  •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81 5층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팝업

카페 디올 by DIOR

 

최근 성수동에서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럭셔리 패션 하우스 디올의 팝업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디올은 지난 5월 1일 ‘디올 성수’를 오픈하며 성수동에 상륙한 첫 번째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디올 성수’는 파리의 본사 건물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외관과 한국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한 프랑스식 정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에는 음료 메뉴만 판매하는 <카페 디올>이 있다. 별도 예약 후 55분 동안만 이용 가능하지만 대기 행렬이 길다. 음료가 제공되는 디올 테이블웨어와 브랜드 로고를 수놓은 라테 아트, 전시 영상 등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기에 흔치 않은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에게 특별하다.

 

 

11월 30일 이후 ‘디올 성수’는 잠시 문을 닫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미 2015년부터 청담동의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카페 디올>을 운영 중이기 때문. 청담 지점에는 음료 외에 브런치 컬렉션과 페이스트리, 시그너처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다. 이 밖에 디올은 지난 3월 파리 부티크에 레스토랑 <무슈 디올>을 오픈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다이닝을 확장해 나갈지 기대해볼 만하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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