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성패는 상권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입지가 좋은 지역은 권리금 몇억을 줘도 들어가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천길 인근에 외로이 위치한 한식당 ‘뜰이있는 집’은 3개월도 채 못버티고 모두 다 망해나간 자리에서 23년간 영업하며 제천 대표 맛집으로 등극했다.
외식창업의 성공 공식을 깨뜨리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매장을 운영 중인 강경임 대표의 비결은 무엇일까?
타지에서 건너와 시작한 고군분투 창업도전기
강 대표가 처음 외식업에 발을 들인건 96년도 가을이었다. 그전까지 강원도 원주에서 지내다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바로 맞닿아 있는 제천으로 내려왔다. 지역 대부분 지형이 산으로 이루어져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지는 아름다운 제천의 풍경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가 택한 첫 창업아이템은 칼국수였다. 제천경찰서 부근에 차린 해물칼국수 가게는 열자마자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그전까지 외식업을 경험해보거나 딱히 요리에 취미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각이 예민해 맛을 보면 곧잘 따라할 수 있었다.
“제천으로 내려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장사였다. 감사하게도 시작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줬다. 그렇게 2년간 해물칼국수집을 운영했는데, 매출이 잘 나오니 건물주가 본인이 직접 하겠다며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아 쫓겨나듯 나와야 했다.”
가게를 나가야할 기간이 열흘 남짓으로 촉박해 급하게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지금 ‘뜰이있는 집’ 위치인 ‘ㄷ’ 디귿자형 한옥집을 만나게 됐다. 중심가와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 들어온 식당마다 망해나가던 자리였다.
주변에서 여기서 3개월만 버티면 인정해준다고 할 정도로 식당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에 보증금 2천만 원에 권리금 1억 원을 주고 덜컥 계약을 맺었다.
모두 망해나간 자리서 보란 듯이 성공 이뤄
한번 결정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추진력 강한 성격에 호기롭게 가게를 계약했지만 의욕과 달리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4~5팀밖에 받지 못해 매출을 20만 원 올리는 날도 있었다.
음식만 맛있으면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성장할 거란 믿음을 가지고 맛을 향상 시키는데 집중했다. 제천의 곤드레나물을 사용한 곤드레밥, 뽕잎밥, 섭밥(자연산 홍합밥) 등과 나물반찬 11가지를 선보였다.
“한식당을 운영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무궁무진한 분야란 생각에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1년 정도 지나니 서서히 방문 손님이 늘면서 가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리뉴얼 하기 전에 매장 가운데에 작은 뜰이 있어 상호를 ‘뜰이있는집’이라 지었다.”

밥집 특성상 저녁 매출이 약한 것을 보완하고자 문어보쌈 메뉴를 새로이 개발했다. 황제 접시라 불리는 큰 원형 접시 중앙에 문어, 오징어, 보쌈을 푸짐하게 올리고 전복, 새우, 잡채, 나물 등을 함께 제공했다. 예능프로그램, 블로그에 소개돼 유명세를 타며 저녁에도 손님이 몰렸다.
대표 메뉴였지만 일손이 많이 가고 처음 강 대표가 구상한 한식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매장 정비를 위해 약 두 달간 문을 닫고 고심한 끝에 과감히 문어보쌈을 포기하고 한상차림으로 메뉴 구성을 변경했다.
좋은 재료, 좋은 쌀로 만드는 원칙고수
제천서 가장 먼저 황금보리굴비 한상 시도
현재 ‘뜰이있는집’의 인기 메뉴는 황금보리굴비 한상, 제주 황게 간장게장이다. 한상차림으로 메뉴를 변경하며 전국의 유명한 보리굴비와 간장게장을 맛본 후 엄선해 거래처를 정했다. 가족 단위 손님의 비율이 커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대중성 있는 메뉴로 구색을 맞췄다.
음식에 진실하자는 것이 강 대표의 경영 원칙이다. 원재료비가 오를지언정 좋은 재료, 좋은 쌀을 고집한다. '뜰이있는집'은 충북산 품질 좋은 쌀을 이용해 ‘밥맛 좋은 집’으로 지정 받았으며, 제천시가 선별한 ‘제천맛집’ 인증을 획득했다.
제천시는 고미(高味), 풍미(風味), 육미(肉味), 별미(別味)를 기준으로 지역 맛집을 발굴해 선정하고 있다. 뜰이있는집은 제천 특산물과 대표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맛집인 고미에 속한다. 반듯한 기와 지붕과 직접 심은 소나무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정성과 향기를 담은 한상 ‘뜰이있는집’
정겨운 한옥집 모습의 매장을 들어서면 벽돌로 이루어진 내부, 조명의 색온도, 꽃으로 꾸며진 인테리어 등이 모여 따뜻한 느낌을 준다. 뜰이있는집을 찾는 손님들이 포근한 분위기 속 음식을 즐기길 바라는 강 대표의 의도가 담겨 있다.
강 대표는 “생각한 목표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이상 매장을 키울 생각은 없고 초심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고 싶다. 또 전수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이 있어서 요청이 오면 그동안 체득한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요즘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든데 몇 년 전부터 두 아들이 함께 일을 도와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 처음에는 운영 방침을 두고 부딪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최고의 파트너다”고 전했다.
- 제천 뜰이있는집
- 충북 제천시 하소천길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