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몇 년 전부터 ‘초가성비’를 내세운 '대중주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작게는 2평대부터 보통 10평대로 점주 1인 혹은 2인 구성의 콤팩트한 창업모델이 성행 중이다.
규모가 작으면 쉽게 망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업종 특성에 맞는 소형 매장은 창업자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투자비 회수에도 유리하다. 잘만 운영하면 대형 점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국내선 빌려 쓰고 나눠 쓰고…요일가게 이슈, ‘공유’ 열풍
동인천 중앙시장 입구에 12평대 규모의 작은 가게가 있는데, 매일매일 주인이 바뀌는 가게다.
가게 주인만 자그마치 열일곱 명. 협동조합도 아니고, 가게 주인들이 보증금을 함께 모은 것도 아니다.
매장 하나로 디저트카페, 액세서리 가게, 나무공방, 뜨개공방, 타로카페, 극장, 서점 등 다양한 얼굴로 운영되는 곳이다.
‘요일가게-다 괜찮아’(이하 요일가게)라는 곳으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각각 한 요일씩 맡아 가게를 운영한다.
가령 월요일은 책방, 북카페로, 어떤 날은 가정식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으로, 또 어떤 날은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변신한다. 또한 ‘숍인숍’ 형태로 수공예품이나 책, 미술 작품 등을 전시 및 판매한다.
낮에는 사무실이었던 곳이 펍(Pub)이 되거나, 요일에 따라 카페가 되는 요일가게가 최근 늘고 있다.
요일가게는 일주일에 한 번, 요일을 정해 자신이 가게를 운영해 보는 일종의 '팝업스토어'다.
공유주방과 더불어 창업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외식 창업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새로운 공유경제모델 중 하나다.
보통 요일가게의 운영료는 하루 5만 원 선으로 한 달에 20만 원이면 한 주에 한 번씩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 5만 원에는 가게 이용료와 전기세, 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임대료를 각 매장 운영 주체들이 나눠 투자에 대한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초기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실험해볼 수 있는 최근 홍대 등 여러 곳에 비슷한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홍대입구와 가좌역 사이에 있는 북바(Book-Bar) '낮섬'은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 테스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요일가게를 운영 중이다. 이용 금액은 월 20만 원이다.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의 공간기획 ‘청춘플랫폼’ 또한 조각과일 전문점 ‘푸릇푸릇’과 지중해 요리팀 ‘따뜻한 식탁’ 등 창업을 꿈꾸는 주민들이 자신의 아이템을 갖고 시범 운영을 해보는 요일가게를 진행하고 있다.
'공유주방', 규제 벗고 날개 달다
최근 식약처는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1개 주방을 다수 사업자가 이용하는 공유주방을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공유주방 시범사업은 심플프로젝트컴퍼니(위쿡)가 신청한 것으로, 앞으로 2년간 영업신고 규제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참고로 지난 4월에 승인된 제1호 공유주방(고속도로 휴게소)은 1개의 주방을 2명의 영업자가 시간을 달리(낮과 밤)해 주방 및 관련 시설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제2호 공유주방은 1개의 주방을 여러 명의 영업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받아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한 공간에서 생산될 수 있는 형태다.
11일 ‘공유주방’이 허용되면서, 업계에서는 신규 창업 비용부담 감소와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주방을 함께 이용하면서 기존 영업자의 영업관리 노하우와 식품안전 기술을 습득하는 테스트 베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또한 부각되고 있다.
공유주방은 이미 미국 등에서는 일반화된 외식 창업모델이다. 모바일을 통한 공유경제가 확산하던 2010년 이후에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승차공유 업체 ‘우버’의 창업주 트래비스 캘러닉이 서울에 공유주방 ‘클라우드키친’ 1호점을 열어 주목받았다.
식당을 찾는 내점 손님을 과감히 포기하고 100% 배달로만 영업하는 전략으로 이제 한국, 일본 등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공유주방 사업이 2015년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배달 앱의 대중화가 결정적이었다. 배달시장의 확대는 공유주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국내의 경우 주방 설비가 갖춰진 공간을 일정기간 대여하는 ‘공유주방’을 이용해 배달만 하는 업체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실례로 공유주방 업체 심플키친은 역삼동 1호점의 입주 매장 매출이 두 달 만에 40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부분 주로 주방이나 사무실 같은 공간을 빌려 쓰면서 창업비용을 줄이고, 주문과 결제 등은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하거나 배달 앱과 연계해 해결한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공유주방 업체 ‘먼슬리키친’의 경우 일부 방문 손님용 테이블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배달 앱으로 받은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한 손님도 주문과 결제가 동시에 되는 키오스크를 이용한다.
2015년 출범한 공유주방업체 ‘위쿡’도 초보 외식창업자들의 테스트베드가 돼 준다는 점에서는 먼슬리키친과 비슷하다. 위쿡은 각 개인들과 계약을 맺고 자신의 주방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2015년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한 공유주방은 음식점 폐업원인 1순위로 꼽히는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 높은 고정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외식업 분야에서 폐업 불안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혀 왔다.
이에 정부는 규제 정책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시장에서 공유주방 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정부의 적극 지원과 업체의 투자 확대 속에서 공유주방이 위기의 자영업자들에게 '희망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