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재료와 퀴진 스타일, 그리고 생소한 문화를 접목한 재미있는 공간의 등장은 늘 반갑고 즐겁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등장한 수많은 다이닝과 바 중에서 유난히 반짝이고 또 기대되는 곳들. 재패니스 이탤리언과 와인 페어링이 즐거운 다이닝, 당장 달려가보고 싶은 본격 라운지 바의 등장, 오감을 자극하는 반전 칵테일, 그리고 고대하며 기다리던 오렌지 와인 전문 바의 출현…. 3월, 조금 이른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뉴 플레이스 5곳, 지금부터 소개한다.
일식과 이탤리언의 만남
캄포 한남(CAMPO HANNAM)
일식 터치를 가미한 이탤리언 다이닝 <캄포>가 명일동에서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12월 리뉴얼 오픈했다. 이탈리아어로 ‘광장’을 의미하는 업장명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셰프의 마음이 담겨 있고, 그에 걸맞게 실내 공간도 이탈리아의 어느 골목을 연상시키는 붉은 벽돌로 꾸렸다.

임응규 오너 셰프는 이노베이티브 다이닝 <알라 프미라> 등을 거친 요리사로, 성게알이나 전복 등 일식 요리에 자주 활용하는 제철 해산물을 이탤리언 테크닉으로 조리해낸다. 셰프 홀로 운영해오던 기존 업장에서 요리사와 매니저 각 한 명씩 합류하여 3인 운영 체제로 바뀌면서 스몰 디시의 개수를 늘리고, 일식 식재료의 비중도 높였다. 조개 육수를 베이스로 와사비 오일을 활용한 우니 파스타, 조개 관자에 시소를 곁들인 메뉴 등이 대표 사례다.
3월부터는 새조개, 바지락 등 봄철 해산물과 죽순, 두릅 같은 봄나물도 메뉴에 활용할 예정. 총 50여 종으로 구성된 와인 리스트는 해산물과의 페어링이 좋은 프랑스 부르고뉴 등 구대륙 화이트와인이 주를 이루며, 글라스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스몰 디시인 ‘전복 파스타’는 조개 육수를 활용해 시원한 맛을 배가한 메뉴다. 다시마, 무와 함께 청주에 30분간 쪄낸 전복을 면 위에 올리고, 열무, 볶은 방울토마토를 곁들인 뒤 유자 제스트로 마무리한다. 토마토와 파스타 면의 조합이 익숙하면서도 열무의 아삭한 식감과 유자의 산뜻한 향미로 변화를 줬다.
일식에서 자주 쓰는 옥돔을 활용한 ‘제철 옥돔’은 얇은 비늘을 세워 튀기듯 바삭하게 구워냈다. 곁들여 먹을 사보이 양배추는 한 입 크기로 자른 뒤 숯불 향을 입혔으며, 가니시로 프로슈토 파우더와 겨울 제철인 채심꽃, 브라운 버터를 올렸다. 요리 아래 더한 체리 비니거가 들어간 레드블랑 소스에 버무려 먹길 추천한다.
- 캄포
-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46-1 102호
위트로 완성한 멕시칸 타파스
비스트로 멕시(BISTRO MEXI)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에 멕시코 현지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타파스 라운지가 오픈했다. <글램 라운지>와 <프로스트>를 운영 중인 인터내셔널 다이닝 그룹 MYK.inc가 지난 10월 새롭게 선보인 공간으로, 일식과 프렌치를 접목한 퓨전 멕시칸 요리를 표방한다.

주방을 이끄는 김한길은 뉴욕 CIA 출신 셰프다. 뉴욕 미쉐린 2스타 <장 조지JEAN GEORGES>와 국내 미쉐린 1스타 <무니>를 거치며 프렌치와 일식을 두루 섭렵했다. 메뉴는 타코, 폭찹, 사바, 엔칠라다 등 베이식한 멕시칸식 타파스로 구성하되, 쌀 식초, 라임, 매실 등의 다양한 식재료로 산미의 레이어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페어링 칵테일은 <글램 라운지> 출신의 박상건 바텐더가 담당한다. 29종의 테킬라와 5종의 메스칼을 비롯한 각종 멕시코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테킬라 베이스에 할라피뇨 머들링, 고스트페퍼를 첨가한 ‘스파이시 마르가리타’, 메스칼을 활용해 멕시코의 전통 쌀 음료인 오르차타를 재해석한 ‘멕시 오르차타’ 등이 대표적인 메뉴다.
실내 공간은 카리브해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빛과 라틴아메리카의 열정을 표현한 레드 계열 컬러, 아즈텍 문양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 조화롭다. 프리츠한센, 마르셋 같은 명품 가구와 조명 그리고 현지 공예품으로 공간을 채웠으며, 디지털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대형 미디어월과 DJ 부스가 설치돼 미식, 예술, 음악을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다.

‘멕시 사바’는 라임 비네그레트 드레싱과 유자 폰즈 젤리, 파인애플 큐브를 곁들인 고등어 세비체. 쌀 식초에 절인 고등어를 오렌지 소스 위에 올리고 토치로 겉면을 살짝 그을려 불맛을 더했다. 타코 요리인 ‘멕시 트리플 타코’는 비리야, 치킨카츠, 관자 세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메뉴다.
비리야는 부채살을 고추와 함께 6시간 조리해 부드러운 식감과 매콤함이 두드러지며, 치킨카츠는 정육된 닭을 밀가루, 계란, 빵가루에 묻혀 튀긴 다음 스파이시 아이올리를 뿌렸다. 관자는 버터에 구워내 옥수수 퓌레, 마스카르포네를 곁들인 후 매실에 절인 찰토마토 피클을 얹어 마무리했다.
- 비스트로 멕시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191 2층
표범과 함께 여유로운 휴식을
디청담(DI CHEONGDAM)
대담한 레오퍼드 패턴의 인테리어와 테이블웨어, 그리고 대형 샹들리에로 화려하게 꾸린 2층 규모의 청담동 라운지 바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지역명이 그대로 업장명이 된 이곳은 돌체앤가바나 까사 공식딜러가 운영하는 업장으로, 한 공간에서 식사부터 한 잔의 술, 편안한 휴식까지 가능한 다목적 라운지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목표로 오픈했다.

메뉴도 다양한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러피언 퀴진부터 와인, 칵테일, 위스키, 디저트까지 갖췄다. 주방을 이끄는 양정도 총괄 셰프는 미국 축제에서 중남미 퀴진으로 푸드 트럭 운영, 국내에서 프렌치 요리에 크래프트 비어를 페어링하는 콘셉트의 비스트로 운영, 사찰 음식 전문교육 이수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메뉴 구성에는 그간의 다채로운 경험을 녹여 담았다. 와인 리스트는 정인호 소믈리에가 퀸타 도 파랄QUINTA DO PARAL 등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희귀 와인을 비롯해 총 70여 종으로 구성하여 개성 있는 페어링을 제공한다. 한편에 마련된 공연용 공간에서는 매일 재즈, 디제잉, 올드팝 등 폭넓은 장르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져 시시각각 다채로운 무드를 누릴 수 있다.

‘살몬 알 에넬도’는 연어를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메뉴다. 북유럽식 염장 연어 요리인 그라블락스GRAVLAX와 비슷하지만, 연어를 마른 다시마로 감싼 뒤 일주일간 강하게 압착한다는 점이 다르다. 삼투압 현상으로 연어의 기름기와 수분은 빠지고, 젤리 같은 식감이 완성된다. 딜을 넣은 크림 에스푸마와 오렌지 과육 등 산미 좋은 재료를 곁들여 먹기를 추천한다.
프렌치랙 숯불 스테이크 ‘램 오브 갓’은 드라이에이징과 웻에이징 기법을 각 일주일간 적용해 육즙을 고기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쌉싸름하면서도 달큰한 어린 당근과 잎사귀를 가니시로 낸 것은 사찰 음식을 공부할 때 얻은 아이디어. 쿠민을 넣은 레드와인 소스는 육향과 훌륭한 궁합을 자랑한다.
- 디청담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79길 58 디청담
3월의 새로운 맛집-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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