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은 이제 더 이상 식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음식점과 타업종이 합쳐진 복합형 음식점 ‘믹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믹스토랑’은 일본의 ㈜리크루트 라이프 스타일의 조사·연구기관인 ‘핫페퍼 미식 외식총연’이 ‘믹스’와 ‘레스토랑’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한 공간에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진다 또한, 자영업자 입장에선 두 가지 업종을 운영함으로써 불황기에 매출 감소를 완충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너지 효과 큰 ‘믹스토랑’
코인세탁소와 카페, 헬스장과 샐러드 바 등 다양한 형태의 ‘믹스토랑’이 있다.
‘믹스토랑’을 즐겨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들로 ‘세탁하며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카페에서 보낸다’, ‘카페에 간 김에 꽃을 사서 간다’처럼 잉여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쓸 수 있다는 면에서 ‘믹스토랑’을 선호한다.

도쿄 메구로구에 있는 'FREDDY LECK sein WASCHSALON TOKYO'는 카페와 코인세탁소를 결합한 ‘믹스토랑’이다. 세탁을 하는 시간동안 준비된 라운지에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BROS TOKYO'는 샐러드바와 헬스클럽을 합친 새로운 형태의 매장으로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했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는 운동선수 푸드마이스터가 감수한 음식 메뉴를 제공하고, 지하 헬스클럽에서는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뜨고 있는 ‘믹스토랑’은 바와 꽃집을 결합한 매장이다. ‘HANABAR’는 ‘꽃을 맛보는 사치스러운 시간’을 테마로 꽃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닌 꽃을 이용한 음료를 먹고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손질이 어렵고 보존기간이 짧은 생화 대신 드라이플라워를 사용한다.

팬지꽃을 올린 청포도 칵테일, 베리&감귤 칵테일 등이 인기 메뉴다. 전시되어 있는 드라이플라워 역시 구매가 가능하며, 드라이플라워와 코르크로 만든 마그넷은 선물로 찾는 이들이 많다. 매장 곳곳을 드라워플라워로 장식해 은은한 꽃향기와 함께 세련된 느낌을 준다.
사회적 흐름에 맞게 변화한 법 조항
경기 불황,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등 이유로 외식업에 다른 업종을 결합해 창업을 하려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믹스토랑’, ‘숍인숍’,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정부에서도 관련 규제를 완화해 나가고 있다.

예로 사진작가 최씨는 2015년 사진관 겸 커피전문점을 준비하며 허가를 받기 위해 구청을 찾아갔다. 하지만 구청 직원은 위생공간과 비위생공간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이 식품위생법에 나와있는 ‘분리’라는 단어를 벽을 치고 입구를 따로 내야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최씨는 유사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교보문고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한 끝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조항 개정에 나섰다. 현재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6조(업종별 시설기준)을 살펴보면 식품접객업의 영업장 기준에 대해 ‘독립된 건물이거나 식품접객업의 영업허가를 받거나 영업신고를 한 업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 구획 또는 구분되어야 한다’로 바뀌었다. ‘구획 또는 구분’이라는 문구가 추가되며 소상공인들이 영업장 시설 기준을 충족시키기 용이해졌다.

의류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는 작년 양재직영점 안에 카페 공간을 마련해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와 디저트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외식업과 다른 업종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