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주류 유통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 그 승자는?

외식업계에서 주류 유통은 늘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주류 유통 과정에서 오는 주류대출 혹은 리베이트는 주류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업소들의 창업과 매출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주류 유통과 관련된 변화 하나하나가 모두 업계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왔다. 그리고 지난해 이런 주류 유통 체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정부의 결정이 있었다.

 

국세청은 지난 2019년 5월 30일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본디 2019년 7월 1일부터 시작이었던 해당 개정안은 업계의 반발로 계속해서 연기됐으나, 결국 약간의 수정을 거쳐 2019년 11월 15일 시행됐다. 다만 주류 도매업자와 중개업자의 수취 행위는 약간의 유예를 둬 오는 2020년 6월 1일부터 금지된다.

 

 

해당 결정은 결국 주류 유통에 대한 외식업계의 커다란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불법 장려금을 없애 투명한 주류 유통 구조를 만들겠다는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 주류제조업체만 배불리는 정책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외식업계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장려금이 사라진다면 그 비용부담은 결국 영세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자영업 몰락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류 리베이트 금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수 있으나 그동안 주류제조사와 유통업체, 외식업체 사이에는 주류를 거래하면서 매출지원이나 할인, 1+1, 판촉물 및 기물 등의 장려금과 주류대출로 대표되는 대여금을 관행적으로 주고 받아왔다. 자영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면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시행을 통해 이러한 관행이 전면 금지됐기에 앞으로는 판촉 및 할인행사는 물론 업주 사비를 들이지 않는 한 소비자들에게 가벼운 서비스조차 제공하기 힘들게 됐다. 대기업 주류제조사 측은 ‘비용 절감을 통해 품질 좋은 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주류 가격이 인하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개정안은 주류 거래와 관련한 금품 및 주류 제공 금지, 제조원가 또는 구입가격 이하 판매 금지, 동일시점 동일가격 판매, 금품을 주고받은 자에 대한 쌍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금품 등 제공 금지 규정을 명확히 한 것을 알 수 있다. 주류 거래와 관련한 장려금, 수수료, 대여금, 에누리, 할인, 외상 매출금 경감 등 그 형식 또는 명칭이나 명목여하에 불구하고 금품이나 주류 및 용역 제공을 금지함으로써 해석의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단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소상공인 지원 및 신규사업자 진입장벽 완화 등 현실을 반영해 예외적, 제한적으로 금품제공을 허용한다. 그밖에도 비정상적인 가격변경을 통한 변칙적인 금품 제공을 예방하기 위해 제조원가 또는 구입가격 이하 판매가 금지된다.

 

제조, 수입업자는 도·소매업자에게 동일시점 동일가격으로 주류를 판매해야 한다. 단 수입금액 50억 원 미만인 수입업자는 대형매장을 제외한 소매업자에게 판매 시 예외기준을 적용받는다.

 

 

이와 함께 금품을 제공한 자뿐 아니라 받은 자도 처벌받는 쌍벌제 시행, 제조자의 제조장이 주세법에 따라 처분 받은 경우 해당 제조장의 출고량을 감량하는 출고량 감량처분 등이 신설됐다.

 

이는 불법 장려금을 없애 투명한 주류 유통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다. 다만 해당 정책이 업계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일부의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논란의 중심인 고시 제8조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고시 제8조다. 이는 국세청에서 정한 일종의 예외규정으로 ‘주류 제조자, 수입업자, 도매업자, 중개업자 및 소매업자는 주류거래와 관련하여 사전약정 및 지급규정 등에 따라 건전한 사회 통념과 상거래 관행에 비추어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접대비와 광고 선전비를 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이 규정을 근거로 주류 제조사와 도매업자로부터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받아온 ‘광고 홍보 선전비’는 불법 리베이트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그동안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공급하는 맥주와 소주 등 주류 가격의 3~7%의 광고 선전비를 주류제조사 및 도매업자로부터 받았다.

 

문제는 이를 고시 8조에서 규정한 ‘건전한 사회 통념과 상거래 관행에 따른 광고 선전비’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프랜차이즈협회에서는 주류제조사나 도매업자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소속 모든 가맹점에 주류 공급을 위해 치러야 하는 영업비용을 절감하게 하며, 가맹본사에서 가맹점에 제공하는 메뉴판, 포스 등에 주류업자의 광고를 게재해 공급하고 있기에 당연히 광고 선전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류도매업계에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는 그동안 주류업계에서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 지급한 광고 선전비는 마땅히 대체할 항목이 없기에 관행상 지급해 왔던 판매 장려금이라는 이름의 리베이트이며 이는 고시에서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광고 선전비를 판매 장려금 등의 리베이트로 보게 된다면 이는 고시 금지 금품이기에 단속해야 한다. 하지만 가맹점 본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고시는 주류 관련 면허자에 대한 처벌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제조사나 수입업자, 도매중개업자, 소매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가맹점 본사에 주류제조사나 도매업자가 광고 선전비를 지급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해당 제조사나 도매업자만 과태료 부과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주류면허와 유통을 담당하는 국세청 소비세과에서는 실제 광고가 집행되는 가맹점에 광고 선전비를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 11월 15일 고시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가맹점 본사에 지급되는 광고 선전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국세청에서는 해당 광고선전비 지급이 사회 통념에 부합되는지, 주류거래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지 등을 명확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이에 대한 주류 프랜차이즈의 대응은?

최근 주류 취급 업소들이 경영 환경 악화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직접 주류도매업체를 인수하거나 주류 중개면허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주류 매입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주류 및 외식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공동 출자해 서울 등 전국 4~5개 종합주류도매업체를 인수하고 전국적인 주류 유통망을 갖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 주류고시 개정 관련 협회 대책위원회에서 가맹점에 직접 주류를 공급할 수 있는 유통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합주류도매업은 5천 만 원 이상의 자본금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이라면 진출할 수 있다. 미성년자이거나 종합주류도매업 전업이 아닌 자, 다른 주류제조업체나 주류 판매업체의 대표자나 임원 등이 아니면 된다. 다만 주류 도매면허는 한정돼 있기에 신규 취득은 거의 불가능하고 기존 면허를 인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시중에 매물도 적지 않은 상황이며 취득 가는 5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이라면 프랜차이즈협회 소속 가맹본사들이 주류도매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주류도매업계로 진출할 경우 전체 주류유통 시장에 큰 파문이 일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주류유통 수익을 최소화해 가맹점의 주류 매입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주류제조사로부터 매입하는 비용에 최소 운영비 및 물류비만 추가하면 되며 별도의 수익은 내지 않을 방침이다.

 

주류도매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못마땅해 하면서도 마땅히 막을 방법은 없다는 반응이다. 주류도매업계 관계자들은 운영주기가 비교적 짧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주류도매업체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주류운반을 위해서는 별도의 면허를 취득한 주류운반용 트럭 등을 사용해야하기에 물류비용 등을 고려하면 곧 도태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렇듯 정부의 결정에 따라 그간 언제 터질지 모르던 상황이었던 주류 유통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다. 부작용이 있다면 개선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 개선 과정에 있어서 피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닌 자영업자들과 도소매업자들에게 현실적 피해가 간다면 이는 예민한 문제다.

 

특히 일부 예외조항을 둔 것으로 많은 논란이 발생하면서 실질적으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주류 리베이트가 사라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상당하다. 불법 리베이트를 몰아내는 데 앞장선 주류도매업계와 소비자에게 값싼 주류를 공급하겠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소리 없는 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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