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나오셨어요? "
"누님, 춥죠? 오늘 장사는 어떠셨어요?"
하루 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으로 다음날 필요한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경동시장을 방문하는 식당 사장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군대를 전역하고 조그마하게 시작한 야채가게를 경동시장 최대 야채 도매상으로 성장시킨 30년 경력의 <행복상회> 박덕우 대표다.
매일 밤 12시,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직접 경매를 받아 경동시장에 도착한 박덕우 대표는 직원들과 가장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경동시장 내 20개 상회에서 주문받은 물량을 배분 후 납품하고, 식당이나 대형 급식소에 납품하는 외부 손님들이 전화로 주문한 상품들을 분류해야 한다.
새벽 2시, 한겨울임에도 땀방울이 맺힌 행복상회 박덕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행복상회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행복상회는 경동시장 내 광동상가에서 상추, 깻잎, 쑥갓, 섬초, 얼갈이, 쌈 배추, 그리고 각종 고급 쌈 채소 등 40여 개 품목 60여 개 종목의 엽채류를 도매로 판매하는 곳입니다. 현재 경동시장 내에서는 가장 많은 품목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판매규모도 가장 큰 편입니다.
행복상회의 주요 거래처와 그 비율은 어떻습니까?
경동시장 내 중소 판매처 20여 곳으로 도매납품이 약 40%, 외부의 시장이나 식당, 대형 급식소 납품업체 등이 약 50% 그리고 남은 상품들은 소매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행복상회의 장점,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저와 직원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구리농수산물 시장에서 매일 직접 상품을 선별하고 경매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경동시장 내 거래처 뿐만 아니라 외부의 고객들과도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신뢰가 행복상회의 경쟁력인 거 같습니다.
가락동과 구리농수산물시장 두 곳에서 경매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는 이유가 있나요?
같은 품질의 상품이라 하더라도 순식간의 경매시장에서는 가락동과 구리가 약간의 가격차이가 발생을 합니다. 그래서 경매 시에 구리에 있는 직원과 계속 통화를 하며 좀 더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가 있습니다.
거래처와 신뢰란 무엇입니까?
저희 행복상회의 고객분들은 10년 이상 거래를 하고 있는 단골 고객분들 비율이 아주 높습니다. 시장 내 상인분들께서는 우리집에서 구입한 후 다시 마진을 붙여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마진을 많이 남겨서는 안됩니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경동시장까지 오셔서 채소를 구입하는 식당 사장님들은 품질을 가장 우선시하시는데요, 이분들께는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욱 엄선해서 공급해 드려야 하고 가격도 당연히 비싸게 받아서는 안되고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바탕이 돼서 신뢰가 쌓이지 않나 싶습니다.
대표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하루 주문을 정리 한 후에 경동시장으로 오후 5시에 출발. 첫 경매가 이뤄지는 7시 30분까지는 그날 경매로 나온 제품들을 꼼꼼히 살펴보죠. 사실 이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과예요. 상품을 잘 선별해야 좋은 제품을 제 가격에 경매를 받을 수 있고, 좋은 상품을 팔아야 고객과 신뢰가 쌓이는 거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10시 40분까지 경매를 통해서 물건들을 구입한 후에 경동시장으로 돌아오면 11시 50분. 물건 하차하고 분류하고 납품하면 이 시간이 되는 거죠.
대표님께서 행복상회를 운영하면서 지키는 철학이나 좌우명이 있을까요?
하하하, 딱 정해놓은 거는 없는데, 평소에 직원들한테는 늘 고객에게 친절해라. 고객과는 신뢰가 기본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행복상회도 코로나19의 여파를 많이 겪으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떠신가요?
30년을 경동시장에서 생활했는데,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아요. 특히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딱한 처지들을 듣다 보면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사실 구입해가는 물량을 보면 그 식당의 매출도 제가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구입 물량이 예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떨어진 식당들이 너무 많습니다. 행복상회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 약 20% 정도 매출이 감소했고요. 저야 뭐 '적게 벌면 적게 쓰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힘들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이해서 올해의 바람은 무엇인가요?
우선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장사도 잘되고 거래처 사장님들도 예전처럼 웃는 날이 오면 좋겠고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직원들 월급 제때 잘 주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좀 더 많이 올려주면 좋겠습니다.
경동시장 행복상회 박덕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신뢰라는 단어를 힘주어 강조했다. 고객과의 신뢰는, 한 업종에서 30년을 일하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박덕우 대표의 가장 큰 버팀목임을 느낄 수 있었다. 2022년에는 박덕우 대표의 바람대로 코로나도 끝나고 행복상회를 찾는 고객들과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해 본다.
행복상회(02)976-8097)
서울시 동대문구 고산자로 464
경동시장 광동상가 5번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