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 미식, 그릇을 탐하다 공예가 편-2

이름 있는 그릇 19선 CERAMIC

슬슬 작가들의 그릇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상 속에 ‘미美’를 스며들게 하거나 ‘다이닝’을 완성시키는 그릇.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실용품임과 동시에 그 이상의 아름다움까지 갖춘, 탐나는 물건인 그릇 말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그릇’ 하면 무미의 양산 제품이거나, 고가의 해외 명품, 아니면 갤러리에서나 살 수 있는 작가의 ‘공예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중간 즈음에서 간격을 메우는 듯한, 생활자의 눈높이로 미적인 가치와 실용성을 겸비한, ‘아름다운’ 작가 그릇이 우리 주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호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그릇’전展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도예·공예 작가의 신상(?) 그릇전을 기획하며 그들의 주요 작품을 스튜디오에 모았다. 소재와 기법에 따라 도자, 유리, 옻칠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전통파 중견 작가부터 독특한 미감의 젊은 아티스트까지 엄선했다.

 

한 줄의 기사보다 한 개의 그릇을 더 보여주고 싶은, 22명 작가의 19개 브랜드 그릇들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6. 흑토의 거친 매력 ‘전상근도자기’

 

대구에 공방과 쇼룸을 두고 작업을 해오고 있는 전상근 도예가는 조선 시대 자기를 모티프로 식기와 오브제를 만든다. 접시 아랫면에 높은 굽이 연결된 굽그릇이 대표적인데, 유사한 형태라도 컬러 무광 라인은 실용성이, 백자와 흑자 라인은 조형미가 강조된다.

 

기존 제품보다 거친 질감이 돋보이는 그의 흑자는 원시 상태의 흙을 연상시킨다. 흑자 작업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흑유’ 전시에서 착안한 것으로, 광물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백자에 흑유를 바르기보다는 흑토로 빚는 것을 택해 지금의 그릇이 탄생했다. 물레로 성형한 후 거친 붓으로 표면에 가는 자국을 내고, 백자보다 유약을 적게 발라 질감을 부여했다. 이렇게 완성된 흑자 굽찬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21년 한국우수공예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거칠고 어두운 그의 흑자는 밝은 그릇 사이에서 되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 시대 자기를 모티프로 식기와 오브제를 만드는 전상근 도예가의 브랜드. 대구의 공방에서 백자와 흑자, 컬러 식기 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적 특색을 살려 가야 유물의 형태를 재해석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7. 술잔이 맞부딪치는 순간 ‘나인팟’

 

“살룻!” 친구에게 건네는 경쾌한 인사말인 프랑스어SALUT이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건배의 구호인 스페인어SALUD. 일상과 밀접한 공예품을 추구하는 나인팟의 ‘살룻 잔’은 고블릿 잔보다 크고 레드 와인 글라스보다는 작은 크기의 막걸리 잔이다. 어린 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핸드벨에서 착안한 형태로, 술과 음악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술잔은 서로 부딪쳐야 하는 법. 그렇기에 입자가 고운 백자토의 비율을 높여 단단한 강도로 완성했는데, 건배를 할 때면 종이 울리듯 맑은 소리가 난다. 자연적인 패턴은 유약을 시유할 때 흐른 자국을 그대로 살린 결과물이다. 유약의 두께에 따라 무광과 유광이 혼재되어 있고, 그러데이션은 각 잔마다 고유하다. 살룻 잔이 맞부딪치는 순간 퍼지는 종소리는 즐거운 대화와 함께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진예지, 진예원 자매 도예가가 운영하는 도예 브랜드이자 공방으로, 두 사람이 태어난 달과 포터리POTTERY를 합쳐 이름 붙였다. 일상을 채우는 리빙 오브제를 주로 제작하며 진예지 작가는 물레 작업을, 진예원 작가는 손으로 쌓는 조형 작업을 도맡고 있다.

 

 

8. 일상 속의 작은 예술 ‘지운’

 

단아한 곡선을 품은 백자 머그컵의 손잡이 부분이 예사롭지 않다. 파스텔컬러 속 흩뿌린 금빛 조각들이 화사함을 뽐낸다. 보면 볼수록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는 듯 아련한 감성에 젖어들게 된다. 이는 전통 상감 기법을 재해석한 양지운 작가의 금金연마상감 기법으로 제작된 ‘세라스톤 시리즈’.

 

석고 몰드에 흙 알갱이를 뿌려 생긴 자연스러운 결을 금으로 채운 뒤, 다시 연마하여 반짝이는 금빛과 도자기의 색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게 만든다. 찬란하게 핀 꽃들, 하늘을 떠도는 구름, 사뿐히 떨어진 나뭇잎 등 자연 속에서 발견한 패턴을 작품에 녹인다. 세라스톤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생활 속 작은 오브제’가 되길 바란다는 작가는 “예술이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곁에 두고 향유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도예가 양지운의 브랜드. 경기 이천의 작업실에서 금연마상감 기법이 적용된 식기, 리빙 오브제를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와 협업해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기 라인을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다.

 

9. 민화를 올린 백자 ‘이린도자기’

 

모란과 석류, 포도와 복숭아, 밤송이 등. 모두 김하을 작가가 백자를 도화지 삼아 붓으로 그린 소재들이다.

머그컵과 접시 위로 선명하게 펼쳐지는 그림들은 마치 화선지 위에 담긴 수묵화처럼 투명하고 은은한 느낌을 준다. 푸르른 모란이 만개한 ‘호림 컬렉션’은 호림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백자청화모란문자’의 모란문을 재현한 것. 또한 포도알이 수놓인 ‘아타카 컬렉션’은 작가가 일본 여행 중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에서 발견한 조선백자인 ‘포도문 반’의 문양을 발췌해 제작한 것이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19세기 조선의 아름다운 도자공예를 식기구를 통해 현대적으로 진보시키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 최근에는 민화에 등장하는 동식물을 그려 특정한 이야기와 염원을 내포한 그릇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조선백자의 미감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멋과 이야기가 담긴 그릇들은 한 폭의 민화처럼 고유하다.

 

 

김하을 작가가 직접 붓으로 표현해낸 수공예 도자 그릇 브랜드.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현대적 모던함을 담은 작은 진화를 추구한다. 최근에는 민화에 나오는 동식물을 그려서 상징적인 이야기와 의미를 담은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10. 순백의 꽃을 차리다 ‘무자기’

 

무자기의 그릇으로 식탁을 채우면 새하얀 꽃이 가득하다. 일부러 꾸미지 않는다는 뜻의 ‘무작위’에서 가져온 이름처럼 심보근 도예가는 꽃과 나뭇잎 등 주로 자연의 요소로 형태를 구상한다. 색깔 역시 꾸밈없이 일상에 녹아드는 순백 위주다.

 

굴곡이 많은 그릇은 주입 성형 기법으로 제작하는데, 먼저 3D 프린트로 샘플을 출력해 석고 몰드를 만든 뒤 백자 흙물을 높은 압력으로 주입해 얇게 성형한다. 이렇게 완성된 그릇은 무자기의 쇼룸이자 스튜디오인 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예쁜 그릇이 있으면 정성스레 차려서 먹고 싶잖아요. 좋은 도구는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고 생각해요.” 그릇은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이지만, 이러한 도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고 말하는 작가. 그가 섬세한 형태와 쓰임새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이유다.

 

 

디자인 고등학교에서 처음 도예를 시작한 심보근 작가의 브랜드로 2018년 탄생했다. 서울 해방촌에서 카페 겸 스튜디오인 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이 아닌 도시에 2호점을 열어 무자기의 그릇을 소개할 예정이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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