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업계에는 모노즈쿠리(物作り)라는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사업을 이어온 노포(老鋪)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쿄 아사쿠사 지역에 위치한 ‘야도로쿠(宿六)’는 1954년 창업한 주먹밥(おにぎり)전문점이다. 도쿄에서 주먹밥을 만드는 곳 중 가장 오랜 업력을 자랑한다.
매장 입구부터 내부까지 목조로 꾸며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포렴을 젖히고 들어가면 초대 창업자가 쓴 달필의 문구가 매장 벽면 곳곳에 걸려 있다. 일렬로 늘어선 좌석 앞으로는 유리 쇼케이스 너머로 주먹밥 속재료가 진열돼 있다.
절실하게 마음이 가는 주먹밥

입구에서 원하는 주먹밥 메뉴를 고른 다음 적힌 종이를 전달하면 즉석에서 주먹밥을 만들어준다. 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미우라 요스케 대표가 요리를 담당하고 있다. 창업 때부터 사용한 목형틀 이용해 주먹밥 만드는 방법을 고수한다.

주먹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일본 각지에서 최상품을 공급받아 사용한다. 우메보시, 명란젓, 구운연어, 보리멸치, 절인생강, 다진 새우, 성게알 등이 주먹밥 속에 들어간다. 재료를 감싸는 밥은 지었을 때 찰기와 윤기가 유지되는 고시히카리 품종만을 고수한다.

정통 방식을 고수하고자 밥은 가마솥으로 짓고 있다. 밥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목형틀에 넣은 다음 속재료를 알맞게 채워 넣는다. 밥과 속재료가 맛의 조화를 이루도록 최적의 비율을 계산한다. 이상적인 밥과 속재료의 비율은 오랜 시간 주먹밥만을 만들어오며 미우라 대표 집안이 터득한 노하우 중 하나다.

주먹밥 모양 성형이 끝나면 지바현산 김으로 감싸 마무리한다. 앞쪽은 보통의 주먹밥처럼 김으로 감싸고 뒷부분은 그대로 둔다. 이렇게 주먹밥을 만들면 김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아 씹었을 때 김의 바삭함과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젓갈류 주먹밥을 먹을 때 김에 따라 짠맛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야도로쿠에서는 염도가 낮은 김을 선별해 쓴다. 이런 정성이 더해져 편의점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먹밥을 매장에 찾아와 먹고 싶은 고품질 음식으로 끌어올렸다. 가격은 한개당 270엔(약 2,900원)부터다.

작년에는 주먹밥 전문점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랭가이드 도쿄 2019’의 빕그루망에 선정되기도 했다. 빕그루망은 미슐랭 별을 받지는 못했으나 합리적인 가격과 맛으로 인정받은 음식점을 말한다.

미우라 대표는 “야도로쿠 매장 안에는 할아버지가 쓰신 ‘절실하게 마음이 가는 주먹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 세월을 거치며 배운 노하우가 들어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