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우리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한식다운 한식 디저트

비채나

 

외식 문화의 발전 속에서 한식의 새로운 방향을 전개해온 모던 한식 신에서 못내 아쉬웠던 한 가지는 디저트다. 유독 디저트 코스만큼은 서양의 문법에 치우쳐 표현되어온 것이 사실. 셰프들이라고 고민이 없을 리 없다. 그중 <비채나>는 반가운 변화를 보인 곳 중 하나. 지난해 전광식 셰프가 총괄직을 맡으면서 한식의 선이 한층 굵어졌다.

 

 

구이 요리, 솥밥과 장국까지 먹고 난 기름진 입안은 ‘방아잎 식혜’ 한 잔에 개운해진다. 식혜와 맑게 즙을 낸 방아 잎을 섞어 3일간 숙성한 것인데, 호로록 마시면 씹힐 듯 입안에서 녹아버리는 살얼음이 포인트. 이미 배를 채울 듯 마시고도 한모금이 아쉬워 창고에 있는 독에서 몰래 꺼내 마실 때면 늘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는 셰프의 기억 속 식혜를 오늘의 테이블에 어울리는 담음새로 내놓은 것이다. 유독 디저트로서 개발이 더딘 떡은 셰프에게도 숙제처럼 남아 있다는데, 그중에서도 맨밥에 가까운 설기를 선택했다.

 

우유를 더해 보드랍게 쪄내고 밤단자를 사이에 끼워 넣은 뒤 귤가루를 뿌려 계절의 향기까지 담아놓은 접시를 보니 모범생의 엄살인 듯하다. 독특하게도 음청류 한 가지를 더했는데, 바로 ‘곶감 수정과’다. 과실을 다지고 본래 형태로 다시 빚는 전통숙과 ‘란’의 일종으로 홍시와 곶감 다진 것을 동동 띄워냈다. 해조류 속 알긴산 성분의 응고 성질을 이용해 얇은 막으로 감싼 것인데, 입안에 넣으면 톡 터지면서 달콤함이 흘러내린다.


한국의 자연과 계절을 품은 병과 트레이

주옥

 

쪽빛의 작은 무명천 위에 아기자기한 꽃잎 모양의 찻잔과 은포크가 세팅된다. 그리고 카트에 실려 등장하는 디저트. 초콜릿, 아니 케이크? 아니다. 게리동 서비스로 제공하는 <주옥>의 디저트는 한국 전통 병과 트레이.

 

유럽의 초콜릿 카트에서 차용한 병과 카트로 기호에 맞는 병과와 차를 선택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올해 6월, 더 플라자 호텔 3층에 확장 이전 오픈한 주옥은 신창호 셰프의 코리안 컨템퍼러리 다이닝이다. 한층 넓어진 홀은 고운 자태를 뽐내는 옻칠 촛대, 비단보, 소반 등 젊은 한국 공예 작가들의 작품으로 한국적인 따뜻함을 품고 있다.

 

 

주방도 2-3배 넓어져 청과 장아찌, 식초 등 주옥의 시그너처 메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재료를 보관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진 덕일까? 양식 베이스에 한식의 터치를 가미했던 기존 메뉴들보다 한식의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

 

 

디저트의 변화가 특히 눈에 띈다. 궁중병과연구원에서 배운 전통 레시피를 ‘궁중 병과 트레이’로 구성한 것인데, <주옥>의 요리에서 다양한 색을 발견할 수 있듯이 병과도 제철 재료를 사용해 형형색색 색깔을 입히고 <주옥>만의 감성을 담았다.

 

여름에는 설탕이 잘 녹기 때문에 포슬포슬한 병과류나 견과류, 겨울에는 제청한 전과류 위주로 제공하며 취향에 맞는 세 종류의 병과를 선택해 즐길 수있다. 식사의 마무리를 향긋하게 해줄 꽃차는 고르는 과정부터 즐겁다. 손수 재배하고 일주일에 걸쳐 건조한 꽃잎 하나하나 향을 맡아본 후 선택하면 된다.


권숙수

 

카트 위에서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자개 구절판. 그 속에는 유자단자와 홍삼캐러멜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연꽃을 곱게 수놓은 자개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보석 장신구 대신 치자로 곱게 물들인 마카롱이 앙증맞게 담겼다.

 

 

권우중 셰프의 코리안 파인 다이닝 <권숙수>는 디너 코스에서 디저트 파트를 업그레이드한 한식 다과 카트를 10월 말부터 선보이고 있다. 백년초캐러멜, 하동녹차양갱, 유자단자, 홍삼캐러멜, 매실봉봉, 흑임자다식, 쑥생강매작과, 치자얼그레이마카롱, 제철 과일 등 9종으로 구성됐다. 디저트 메뉴 개발에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온고지신溫故知新’. 하동의 야생 녹차, 제주 백년초 등의 우리 식재료에 전통과 현대의 기법을 절묘하게 섞은 다과들을 준비했다.

 

 

흑임자다식은 다식판에 찍는 대신 동글동글하게 빚어 노란 송홧 가루로 포인트를 줬고, 생강 향이 물씬 나는 전통매작과는 한국적인 색이 짙은 식재료인 쑥을 첨가해 변화를 꾀했다. 서양식 디저트에도 한국의 맛을 가득 담았다.

초콜릿 봉봉 속에는 상큼한 매실 주스를 넣고, 캐러멜에는 홍삼정과 청을 섞어 한층 진한 홍삼의 맛을 담은 한편, 겉에는 대추 파우더를 묻혔다. 다과와 함께 즐기는 차로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하동 소규모 다원의 프리미엄 차를 새롭게 마련했다.

 

지리산 악양의 해발 300m에 있는 다원인 ‘무애산방’의 후발효차 ‘벽아몽’과 백차 ‘벽아정’이 바로 그것. 특히 녹차를 덖은 후 미생물 발효시킨 후발효차는 부드러운 타닌과 은은하게 퍼지는 산미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가온

 

프리미엄 도자 브랜드 광주요는 제품 브랜드를 넘어 고급 한식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2003년 오픈한 광주요의 한식 다이닝 <가온>은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고의 재료로 요리한 한식 코스의 마무리는 ‘다섯 가지 입가심’. 화학첨가물이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단맛을 살린 아이스크림, 차, 세 종류의 한과로 이뤄진다.

 

 

가을에는 7시간 끓여낸 대추고로 만든 빙과에 대추 과자를 곁들인 대추빙과, 대추, 밤, 인삼, 진피, 계피를 넣고 끓인 오과차, 밤소를 인절미로 감싸 밤고물을 묻힌 율단자, 잣을 조청으로 굳힌 뒤 잘라낸 백자편, 구운 단호박을 으깨서 빚은 단호박란이 입가심을 돕는다.


온지음 맛공방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 운영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 <온지음 맛공방>은 전통의 맛과 맵시를 현대의 메뉴로 선보이는 곳이다.

인왕산과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속에서 매달 새로운 테마로 구성되는 6-7가지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코스의 마무리는 전통 병과에 창의성이 가미된 디저트와 차. 겨울 시즌에는 진하게 우려낸 쌍화차로 만든 푸딩인 ‘쌍화편’, 유자 안에 달콤하게 조린 석이와 밤, 대추를 채운 ‘유자주머니’ 등 속을 따뜻하게 하는 디저트들로 준비할 예정이다.


옳음

 

모던 코리안 다이닝을 표방하는 서호영 셰프의 <옳음>은 한식과 프렌치를 접목한 코스를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 런치인 ‘옳음 오찬’은 정통 한식에 가까운 친숙한 메뉴로, 디너 코스인 ‘옳음 정찬’은 한식을 재해석한 컨템퍼러리 요리로 꾸려진다.

 

디저트는 모두 세 코스다. 캐러멜, 케이크 등의 서양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에 이어 등장하는 건 전통차와 한과. 한입 크기의 프티 푸르PETIT FOUR로 찹쌀가루 반죽을 기름에 지져낸 뒤 조청에 즙청한 개성주악과 멥쌀가루와 막걸리 반죽을 발효해 무화과를 넣고 쪄낸 무화과 증편이 나온다. 차는 매화꽃, 우엉, 쑥 레몬, 보리순 가운데 직접 시향한 뒤 고를 수 있다. 전통적인 코리안 디저트가 모던 코리안 퀴진의 훌륭한 마침표가 되는 셈이다.


한식공간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한식공간>에는 가장 먼저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셰프들의 셰프라 불리는 한식의 권위자 조희숙 셰프의 레스토랑. 그가 총괄하고 정경일 헤드 셰프가 이끄는 이곳에서는 정갈한 정통 한식을 런치와 디너 코스로 선보인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디저트라고 다르지 않다.

정성껏 빚은 한입 크기의 약과, 다식, 화전 등의 한과와 떡이 코스 마지막에 등장한다. 입안에서 천천히 퍼지는 달콤함을 중화하는 건 담백하고 향긋한 전통차. 계절에 맞는 과일 조림과 양갱, 달고나 등 우리에게 친숙한 간식은 먹는 재미를 더한다. 이미 알고 있다 생각한 익숙한 맛에 깊이를 더하는 대가의 솜씨가 빛난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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