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하철 역안 단 2평의 공간에서 기적을 만들어 낸 맥주 가게가 있다.
한 잔에 600엔(약 6,800원)에 판매하는 생맥주를 마시기 위해 하루에만 200~300명의 손님이 방문한다.
저녁 5시 이후 히로시마 역을 찾으면 고속철도 신칸센을 이용하는 관광객, 퇴근길의 젊은 직장인들이 맥주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달 평균 약 1000만 엔(약 1억 1천만 원)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맥주 스탠드 시게토미’는 히로시마 역안 개찰구 옆에 위치한 식료품 영역 ‘ekie KITCHEN’안에 위치했다. 맥주 전문점으로 안주는 팔지 않는다. 맥주를 주문한 손님들은 익숙하게 주변에 있는 튀김가게, 일식당, 반찬가게로 향한다. 모두 히로시마 식재료가 중심이 되는 가게들로 맥주를 마시러 찾았다 히로시마 식문화를 체험하는 이들이 많다.
맥주 서버로 7가지 맥주 만드는 비밀
JR 히로시마역 신칸센 개찰구를 나와 2분 정도 걸으면 ‘맥주 스탠드 시게토미’에 도착한다. 나비 넥타이를 맨 시게토미 히로시 사장 혼자서 맥주 서버 앞에 서서 손님을 응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인기 비결은 두 가지 맥주 서버에 있다.
일반적인 맥주 서버와 ‘쇼와 서버’에 맥주를 부어 7가지 메뉴를 만들어 낸다.
쇼와 서버는 보통의 주점에서 사용하는 서버와는 다르다. 맥주가 통과하는 튜브의 내경이 일반 서버의 경우 5㎜이지만 쇼와 서버는 9㎜로 차이가 있다. 주입되는 맥주 유량이 다르기 때문에 쇼와 서버로 따른 맥주는 거품을 최소화해 맥주 본연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두 서버를 사용해 보통 생맥주를 맛과 향, 목 넘김이 다른 메뉴로 탄생시킨다.
맥주 위에 올려진 거품의 양을 조절한 3가지 메뉴와 거품을 만들고 3분 정도 지난 후 제공해 목 넘김이 더욱 부드러운 ‘마일드’와 거품만을 채운 ‘밀크’, 히로시마 단풍잎 향을 첨가한 ‘히로시마 밀크’ 등이 있다. 맥주의 쓴맛부터 단맛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 맥주 애호가들에게 인기다.
상권 살리는 생맥주의 힘
시게토미 사장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맥주 스탠드 시게토미’를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인기의 비결인 쇼와 서버도 할아버지 시대에 쓰던 것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에는 근처 음식점에 맥주를 공급하는 도매 공급자 역할만을 했지만 시게토미 사장은 2012년부터 저녁 5시~7시까지 2시간 한정으로 생맥주를 직접 팔기 시작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설정한 것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함께 먹을 요리, 안주를 찾고자 자연스레 주변 가게들로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버블 경제 이후로 경제 침체가 오래 이어진 상황에서도 ‘맥주 스탠드 시게토미’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밤 7시면 영업을 종료하고 맥주는 개인당 2잔으로 제한해 오래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다수의 미디어에서 취재를 다녀간 후에는 멀리서 찾아오는 20, 30대 여성 고객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방송을 보고 시게토미 사장에게 맥주 서버를 사용하는 노하우를 배우고자 찾아오는 요리사들도 종종 있다.
시게토미 사장은 “맛있는 생맥주를 손님에게 제공하려면 매일 서버와 잔을 정성스럽게 씻고,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주변 상권들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맥주 스탠드 시케토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