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고유한 음식 문화는 그 자체로서 핵심 관광자원이 되며,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길라잡이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음식명에 대한 정확한 외국어 번역 기준도 마찬가지. 통일된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기의 안내서가 되어줄 한국관광공사의 「한식 외국어 번역 표기 편람」을 소개한다.

최근 K-팝, K-드라마, K-영화를 비롯해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해외 17개 도시에 거주 중인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치킨’에 이어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 등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업장마다 독특한 재료를 가미하거나, 창의적인 레시피로 특화시킨 치킨,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이 즐비하다. 과연, 이들의 메뉴명은 기관, 지역, 번역자마다 통일화된 기준으로 번역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식 외국어 번역 표기 편람」을 살펴봤다. 한식의 경우, 같은 ‘비빔밥’이라도 사용된 재료 및 가짓수에 따라 ‘낙지비빔밥’, ‘새싹육회비빔밥’, ‘훈제연어날치알새싹비빔밥’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어 국립국어원의 표기 지침만으로는 구체적인 음식명 번역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한국관광공사는 전문 교수진의 자문과 외국인 자문역의 감수 하에 약 1만2천 개의 음식명을 분류하여 한식 외국어 번역 명칭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주물럭’과 ‘두루치기’의 차이, ‘잡채’와 ‘순대’를 의미하는 한자어의 적절성, 음식명에 학명을 그대로 적용해 번역해도 무리가 없는지 등 논의가 이뤄졌다.
음식의 재료, 조리법, 맛, 용기 등 고유한 특성을 살린 것은 물론, 비빔밥, 김치, 고추장, 막걸리 등 이미 한국어 명칭 그대로 해외에 알려졌거나 고유명을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한국어를 살려 표기하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이후 2021년 「한식 외국어 번역 표기 편람」이라는 이름의 책자를 제작해 지자체에 배포했다.

「한식 외국어 번역 표기 편람」은 국립국어원의 「공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중 ‘제10조(음식명)’를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음식명을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로 구분한다. 대분류는 공통 기준과 한식으로 나누고, 중분류 및 소분류는 각 대분류의 성격에 따라 세분화한다. ‘밥’, ‘죽’, ‘만두/떡국’, ‘면’ 등의 주식류와 ‘국’, ‘찌개’, ‘조림’ 등 총 23개의 찬품류로 중분류한 다음, 재료명, 조리법, 형태 등의 특징을 기준으로 소분류하는 식이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비빔밥’의 영어 표기를 살펴보자. 비빔밥은 기본적으로 ‘Bibimbap’으로 표기하는데, 재료가 1개인 비빔밥은 ‘재료명 + Bibimbap’, 재료가 2개인 비빔밥은 ‘재료명 1 + and + 재료명 2 + Bibimbap’, 마지막으로 재료가 3개일 경우 ‘재료명 3 + Bibimbap + with + 재료명 1 + 재료명 2’로 표기한다.
적용해보면, ‘낙지비빔밥’은 ‘Spicy Octopus Bibimbap으로, ‘새싹육회비빔밥’은 Sprout and Beef Tartare Bibimbap, ‘훈제연어날치알새싹비빔밥’은 Sprout Bibimbap with Smoked Salmon and Flying Fish Roe로 번역할 수 있다.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됐음에도, 아직 외식업계와 메뉴판 제작 업체 등 관련 업계에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책자를 접하기 어려운 일반인도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현재 음식관광 사이트(www.foodtrip.or.kr) 내 DB 검색 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한식 외국어 번역 표기 편람」을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사이트 상단의 메뉴명 검색을 클릭해 올바르게 번역된 음식명을 확인할 수 있다.
검색한 메뉴명이 없을 때는 ‘메뉴명 번역 신청’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이 밖에 온라인 외국어 메뉴판 제작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업장 내 메뉴판 사진을 찍어 foodtrip@knto.or.kr로 보내 음식명 외국어 번역 및 감수를 받을 수 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