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TRAVEL ㅣ오늘 만난 대구의 맛 1

대구는 골목길 따라 숨은 맛집들을 돌아보며 미식 여행을 하기에 좋은 도시다. ‘음식이 맵고 짜다’는 고정관념은 오랜 옛말이다.

골목을 들여다보라. 대구의 골목에서 이룬 성공을 발판으로 수도권으로 진출한 음식 브랜드가 수두룩하고, 특정 음식을 테마로 한 맛집 골목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구 미식의 DNA는 오랜 세월 영남권 중심도시로서 세력이 집중돼온 대구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조선 중기, 지금의 도청 역할을 했던 경상감영이 생겨나면서 전국적인 도시가 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전국 2,3대 도시로 개발됐다.

이후 산업화 시대에는 섬유를 포함한 근대산업의 인프라가 대구에 몰려 한때는 서울 다음으로 돈이 가장 많이 유통되던 부자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 풍요로운 경제 위에 성업을 이룬 식당들은 지금도 뚝심 있게 지역의 맛을 지켜가고 있다.

 

 

"향토 음식부터 뉴웨이브까지 대구의 고기 미식"

 

착 달라붙는 대구식 양념의 비밀 ‘홍림곱창막창’

 

 

불판에 올려 구우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곱창과 막창. 두 특수 부위는 특유의 씹는 맛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대구 전역에 퍼졌다.

먼저 1970년대부터 유행한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과 돼지 창자의 마지막 부위를 가리킨다.

 

연탄이나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 된장소스인 막장에 찍어 먹는데, 전국에 대구식 막창구이가 전파되며 대구를 대표하는 고기 메뉴로 각인되었다. 된장을 베이스로 묽게만든 막장은 집집마다 레시피를 비밀에 부칠 만큼 맛을 좌우하는 요소다.

 

 

곱창구이는 ‘안지랑 곱창 골목’이라는 명소를 낳은 음식이다. 대명동 안지랑시장에 위치한 <충북식당>에서1979년경부터 돼지곱창을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양념곱창은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후 IMF의 여파로 시장이 침체했고 성행하던 <충북식당>의 도움으로 상점들이 곱창집으로 탈바꿈하며 지금의 곱창 골목이 형성되었다.

 

바가지에 가득 담긴 곱창을 주머니 가벼운 20대가 즐겨 찾으면서 곱창 골목은 ‘젊음의 거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500m 골목에 줄지어 선 업장들은 간간하게 양념이 배어든 곱창과 고소한 막창을 주력으로 판매하며 저마다 다른 양념 맛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안지랑 곱창 골목의 가운데 위치한 <홍림곱창막창>은 2011년 문을 열어 꾸준히 사랑받아온 곳이다. 여러 음식점을 운영해온 서화수 대표가 골목의 작은 점포에 테이블 3개를 놓고 시작했는데 어느덧 3개 건물을 합쳐 확장 한 데서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돼지곱창은 매일 저녁 양념을 배합해 밤새 숙성한 뒤 다음 날 버무려구워낸다. 여전히 바가지에 한가득 내놓는 인심이 훈훈하다. 또 미국산 돼지막창은 특유의 고소함을 그대로즐길 수 있는 생막창을 비롯해 간장막창, 훈제막창, 불막창 등의 양념막창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주인장

 

이 직접 구워주는 막창구이는 육질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막장의 맛도 다른 곳과 사뭇 다른데 땅콩 가루와 들깻가루로 고소함을 살린 것이 포인트라고. 이 밖에 데리야끼 소스와 갈릭 디핑 소스를 함께 제공해 젊은 고객의 취향을 겨냥했다.

 

 

“우리 집은 신메뉴가 다양해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찾았죠.”

서 대표는 새롭게 개발한 메뉴가 인기비결이라고 답한다. 처음에는 곱창, 막창구이와 된장찌개 정도의 기본 메뉴만 판매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메뉴를 고심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바로 채소와 곱창을 매콤한 양념에 볶은 뒤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치즈불곱창이다.

 

치즈불곱창이 입소문을 타며 이곳만의 메뉴로 자리 잡았고 젊은층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고. 젊은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특히 즐겁다 말하는 서화수 대표의 호쾌한 말맛과 넉넉한 인심이 입맛을 돋운다.

 

  • 홍림곱창
  •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로36길 58

 

50년 역사의 화끈한 보양식 ‘봉산찜갈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구는 한국의 대표 극서지로 꼽히는 도시다. 더운 날씨에 힘을 내기 위해 이열치열화끈한 음식을 먹어왔기에, 더위는 대구 음식이 빨갛고 맵다는 인식을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동인동 찜갈비다. 투박한 양푼에 담긴 빨간 양념은 보기만 해도 자극적인 맛이 연상되며 침이 고일 정도다.

 

 

찜갈비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시청 인근의 동인동 일대는 당시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고, 자연스레 인부들이 식사할 식당들이 생겨났다. 1972년 문을 연 <봉산식당>도 새참을 판매하는 국숫집중 하나였다. 창업주인 이순남 대표는 손님들이 여름 보양식을 요청하자 국수 그릇에 소갈비를 양념해 내놓았다.

 

조리법은 고객의 입맛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고,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알싸하게 완성한 메뉴는 익히 알던 간장 소갈비찜과는 확연히 다른 음식이었다.

 

갈비찜이 인기를 끌며 골목까지 형성되자 이순남 대표는 간판을 <봉산갈비찜>으로 바꾸었는데, 이후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매운갈비찜이 ‘찜갈비’라는 명칭으로 신문 기사에 소개되며 지금의 <봉산찜갈비>로 다시금 상호를 변경했다.

칸칸이 나뉜 상가 건물 한 칸의 국숫집으로 출발한 이곳은 4개 건물을 합친 규모로 확장했고 13년 전부터 이순남 대표의 외아들인 최병열 대표가 이어받아 2대째 운영 중이다.

 

 

찜갈비의 조리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소갈비의 기름을 제거한 뒤 얇게 포를 뜨고 목등심과 함께 20-30분간삶는다. 이때 곡물 가루를 함께 넣어 잡내를 없앤다. 이후 양푼에 고기와 고춧가루 양념, 다진 마늘, 육수를 넣고 자작하게 졸이면 찜갈비가 완성된다.

 

핵심 재료는 뭐니 뭐니 해도 마늘인데, 1인분에 약 15알을 넣는 만큼 익히면 단맛이 나는 국내산 마늘을 사용한다고. 냄비나 뚝배기가 아닌 작은 ‘양재기(양푼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에 담아내는 것 역시 동인동 찜갈비만의 특색으로, 처음 내놓던 그대로 국수 그릇을 고집한 결과다.

 

 

미국산 갈빗살로 끓여내는 갈빗살 찌개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찜갈비를 손질하다 남은 자투리 살을 활용해 서비스로 내던 음식이 호응을 얻어 정식 메뉴가 된 것.

고춧가루와 곡물 가루를 섞은 비법 양념과 무,대파를 듬뿍 넣고 끓인 찌개는 육개장에 가까운 시원한 국물과 씹을수록 고소한 육향이 퍼지는 갈빗살의 조화가 일품이다.

 

최 대표는 깻잎에 찜갈비와 마늘, 그리고 시원한 백김치를 올려 쌈으로 먹으라고 귀띔한다. 또한 찜갈비를 먹은 뒤에는 남은 양념에 깻잎과 김 가루를 넣고 밥을 볶는 것이 필수 코스라고. 이렇듯 한 자리에서 명맥을 이어온 향토 음식은 먹는 ‘공식’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50년간 자리를 지킨 <봉산찜갈비>는 알싸하고 매콤한 맛에 중독된 단골들의 발걸음으로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 봉산찜갈비
  •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36길 9-18 봉산찜갈비

 

효소로 숙성한 소갈비의 매력 ‘갈비둥지’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돈이 많이 유통되던 부자의 고장이었다. 이는대구에 소갈비 식당이 번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춘호 영남일보 음식 전문기자에 따르면, 1950-1970년대 동산동 네거리 동산약국 뒷골목에선 한강 이남 최강의 갈비 골목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에는 삼성, 대우, 코오롱(SK의 전신) 등 굴지의 대기업이 몰려 있었으며, 국내 섬유공장 1번지로도 명성을떨친 덕분이다. 공장에서 만든 각종 천들이 모인 서문시장 일대는 전국 양복의 메카가 됐고, 국내 한방 문화의 요람인 약령시와 북성로 일대 기계부품 골목도 번성하여 사장들의 호주머니에는 현금이 넘쳤다.

이들은 업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동산동 갈비 골목으로 관계자를 불러들여 당시 고급 메뉴인 소갈비를 즐겼다.

 

 

갈비 골목의 1세대 노포 몇 곳은 재개발에 밀려 문을 닫았지만, 지금까지도 저마다의 비법이 담긴 소갈비를 선보이는 후발 주자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대구 본리동에 위치한 <갈비둥지>도 그중 하나다. 이곳의 나호섭 대표는 육가공·유통 분야에서 30여 년간 몸담아 온 베테랑. 21세에 육가공업에 뛰어든 후, ‘미트프라임푸드시스템’이라는 법인을 설립하며 수입육 도매업까지 도맡아 대구시내 레스토랑 및 호텔에 최상품의 고기를 가공해 납품해 왔다.

 

이런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1999년에 오픈한 <갈비둥지>는 질 좋은 갈비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며 현재는 서울 등 전국에 지점을 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특히 수입 돈육의 삼겹살을 갈비뼈가 붙은 상태로 가공한 ‘뼈삼겹 왕갈비’를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됐다.

 

 

돼지 생갈비부터 석쇠구이, 소 양념갈비까지, 폭넓은 메뉴 중 단연 인기가 높은 건 ‘소 양념갈비’다. 효소 양념에 3일 이상 숙성시키는게 포인트다.

철마다 개복숭아, 사과와 같은 열매나 뿌리채소를 갈무리해 효소로 담가 설탕과 물엿 대신 양념에 쓴다. 덕분에 쉽게 물리지 않는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고기에 은은하게 밴다. 미국산 갈비를 쓰는 이유도 좋은 품질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나 대표는 “마블링이 좋고 냄새도 없어 소비자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온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갈비에 곁들이는 겨자소스부터 국에 들어가는 된장까지 모든 밑반찬을 직접 만들며 정성을 쏟는 것도 이곳의 장점. 심지어 공기밥도 경북 문경에서 도정한 문경약돌 햅쌀을 15분마다 갓 지어 제공한다. ‘주인이 있는 가게,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가게’로 오래 남고자하는 노력이 인정돼,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오늘 만난 대구의 맛-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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