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나 시골, 바닷가나 산속 할 것 없이 한국은 전국 방방곡곡 매력적인 카페로 가득하다. 도시마다 카페 거리가 형성되고 ‘카페 투어’가 흥미로운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부산부터 강원도 산골까지, 여행의 목적지로 삼을 만한 매력적인 카페를 소개한다. 그곳에서 만난 잊지 못할 커피 한 잔도.
커피의 도시 부산을 향해
많은 사람이 부산의 카페 하면 <모모스커피>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전주연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카페로 알려지며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이름을 널리 알렸다.
<모모스커피>는 커피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아래 매일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노력하며, 전 세계 산지에서 새로운 생두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또한 팀으로서의 <모모스커피>는 멤버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고 공동체 의식 또한 강해 보인다. 카페 매장에 멤버들의 사진을 부착해 근무 여부와 업무 내용을 고객에게도 알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만난 한바리스타 친구는 <모모스커피>에서 일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그에게는 서울의 수많은 카페보다 그곳이 더 매혹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피의 품질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모스커피>에서 판매 중인 블렌드는 하나 같이 매력적이었다. 진한 초콜릿을 머금은 듯한 ‘에스쇼콜라’, 잘 익은 과실의 새콤달콤함을 선사하는 ‘프루티 봉봉’, 견과류의 고소함과 캐러멜의 단맛을 품은 ‘부산’ 등 개성 있는 블렌드가 준비되어 있다.
동시에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싱글 오리진 원두를 선보이고 있으니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모모스커피>는 점점 그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주의 색깔이 드러나는 힙한 카페
‘황리단길’이라 불리는 경주 대릉원 옆 황남동 일대는 색다른 음식점과 카페, 숍 등이 모여 있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 동네다. 그곳에 짙은 초록색으로 창문과 문을 칠한 카페 <노워즈>가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 공간을 채운 목제 가구와 무대 같은 단상 위에 자리한 커피 머신이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은 공간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 창가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이곳은 카페라테가 유명하기에 플랫화이트를 주문해 맛보았다. 커피를 너무 빨리 마셔서였을까. 대표 바리스타가 다가오더니 조금 독특한 커피라며 새로운 커피 한 잔을 권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주고 싶어지는 건 모든 바리스타의 공통된 마음인 듯하다.
그 커피는 무산소 발효 공정을 거친 것으로, 수정과 같은 향미에 특히 시나몬 향이 강하게 풍겼다. 개인적으로 무산소 발효 커피를 선호하지 않지만 흥미로운 맛과 향이었다. 현재 <노워즈>는더 넓은 공간에서 새로운 메뉴를 추가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여전히 흥미로워 보이는 공간을 하루 빨리 다시 방문하길 바란다.
평창에서 마신 진한 커피 한 잔
우연한 기회로 강원도 평창에 김치를 담그러 간 적이 있다. 김치 명인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일손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배추를 소금을 절인 뒤 양념을 배합하고 잘 버무려 김치를 완성하기까지, 온통 새로운 경험이었다.
김치에 대해 알려준 선생님께 바리스타라고 소개하자 선생님은 평창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카페로 우리 일행을 이끌었다. 도착한 산속 깊은 곳에는 돌담에 둘러싸인 작은 카페, <이화에 월백하고>가 있었다. 주변에는 다른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카페로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진한 커피 향이 순식간에 몸을 감쌌다.
<이화에 월백하고>는 청옥산 기슭에 위치한 카페로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작은 건물 두 채 중 하나는 카페로, 하나는 가정집으로 활용한다. 핸드드립 커피와 차가 주 메뉴인 이곳에서는 팬으로 커피를 로스팅하는데 진한 향과 편안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맛있는 커피에는 꼭 비싼 도구가 필요하지 않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그는 오늘을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 노래는 정미조의 ‘귀로’였다. 이제 그날은 커피와 음악으로 새겨져 있다. 찾기 어려운 곳이지만, 평창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 볼 것을 권한다. 그날 하루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해줄 테니 말이다.
Epilogue
전대위 바리스타의 로스팅 작업실
지난 1년간 기록해온 에세이가 어느덧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면을 통해 바리스타로서 좋아하는 카페를 소개하고, 다른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뻤다. 그동안 소개했던 카페처럼 나 역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작은 로스팅 작업실이 그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작업실에서 다양한 생두를 로스팅하고 주변 이들과 함께 맛보며 사람들이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찾아가고 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기에 정답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믹스커피나 달콤한 캐러멜 마키아토, 진한 블랙커피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커피가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좀 더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두루 만족할 수 있는 커피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커피 한 잔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 전대위 바리스타
10대 시절 아버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고등학생 때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뒤 스무 살부터 여러카페에서 경험을 쌓던 중 2016년에는 오스트리아로 출국, 빈의 <카페 코우투어>에서 일하며 유럽의 커피 문화를 배웠다.
현재 서울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