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이자 거대한 코즈모폴리턴, 델리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인도의 푸드 저널리스트 루팔리 딘은 “특히 미식을 사랑한다면 근사하고 압도적인 레스토랑이 가득한 이 도시에 빠져들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인도 작은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진귀한 요리부터 베트남과 미얀마를 아우르는 범아시안 퀴진까지, 지금 꼭 경험해야 할 델리 레스토랑 15곳으로 그가 안내한다.
축제 같은 인도의 맛
인디언 악센트(INDIAN ACCENT)
티 하나 없이 완벽한 요리를 선보인다는 평을 듣는 마니시 메흐로트라 셰프.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로 만든 그의 요리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품고 있다.

<인디언 악센트>는 인도 퀴진의 전통은 유지하되 상상력을 발휘해 창의적으로 풀어낸 요리를 선보인다. 모든 메뉴는 모던하고 재기 발랄하면서도 진정성을 품고 있으며, 몇몇 요리는 잊고 지냈던 맛과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해도 버터 치킨 쿨차(KULCHA, 인도의 효모 빵)와 카니아쿠마리 게(KANYAKUMARI CRAB)를 활용한 수프, 로컬 식자재로 만든 타르트와 아이스크림까지 ‘미각을 위한 축제’처럼 느껴지는 요리들을 맛보면 만족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는 <인디언 악센트>에서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될 것이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린 이곳은 이제 런던과 뉴욕으로도 뻗어나가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인디언 러스틱 퀴진
사브야 라사(SAVYA RASA)
<사브야 라사>는 전형적인 남인도의 가정집을 모티프로 삼은 레스토랑이다.
특히 인테리어가 인상적인데, 타밀 나두(TAMIL NADU)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바닥, ‘톨루 보말라타(THOLU BOMMALATA) ’라고 불리는 가죽 인형으로 장식한 창문, 골동품으로 꾸민 벽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통을 간직한 인테리어처럼 요리 역시 소박한 시골의 가정식 스타일. 셰이크(SHEIKH) 셰프가 작은 고장과 마을을 여행하면서 경험하고 수집한 후 <사브야 라사>에서 풀어놓은 레시피들은, 수 세기 전에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것이다. 작은 도시 라메스와람(RAMESWARAM) 식 레시피로 만든 라이스나 양고기 수프(ERATCHI ISHTEW) 등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맛을 품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모던 인디언의 계보를 잇다
다리아간즈(DARYAGANJ)
<다리아간즈>의 시크하고 매끈한 외관은 1950년대 인도 레스토랑 업계의 선구자였던 쿤단 랄 자기 (KUNDAN
LAL JAGGI)의 창의성을 떠오르게 한다. 요리에서도 그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데, 이곳이 버터 치킨과 달 마카니(DAL MAKHANI) 커리처럼 쿤단 랄 자기가 개발한 인도의 유명 요리들을 개념화하고 있기 때문.

알고 보면 쿤달 랄 자기의 손자인 라그하브 자기(RAGHAV JAGGI)가 어릴 적 친구인 레스토랑 경영자 아미트 바가(AMIT BAGGA)와 함께 레스토랑을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선구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한편, 재능 있고 창의적인 팀과 함께 과거의 향신료와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주력한다.

특히 펀자브(PUNJAB) 난민이 델리로 이주해온 시기를 참고해 요리를 개발하는데, 이 시기는 쿤단 랄 자기 셰프가 두 명의 파트너와 함께 작은 레스토랑을 오픈한 때인 1947년 전후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개척 정신이 돋보이는 놀라운 요리들로 명성을 얻으며 요리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역사를 이어 가고 있는 <다리아간즈>에서라면, 1947년 개발된 오리지널 비밀 레시피로 만든 버터 치킨과 달 마카니를 맛보 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호화로운 귀족의 식탁
자마바르(JAMAVAR)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털 샹들리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빛은 <자마바르>를 더욱 우아한 공간으로 만든다.
프랑스 브랜드 기 드그렌(GUY DEGRENNE)의 실버 커틀러리와 베르나르도(BERNARDAUD) 사의 그릇까지, 호화로운 공간에서 인도 황제의 식사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벽면에는 실제로 판매 중인 와인 2백50여 종의 라벨이 붙어 있는데 이 역시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광경 중 하나. 인도 초기 귀족의 미식에서 영향을 받은 <자마바르>는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델리라는 도시에 전해 져온 맛들을 새롭게 풀어낸다.

망갈로르(MANGALORE) 지역의 전통 랍스터 요리나 탄두 리에 구운 브로콜리 등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메뉴를 선보이는 덕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도다우면서도 국제적인
로(ROOH)
델리의 상징적인 승전탑 쿠투브 미나르(QUTUB MINAR) 주변을 자유롭게 거닐다 보면, 인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히 국제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쿠투브 미나르를 비추던 햇볕이 점차 부드러운 은색 달빛으로 바뀌어가면 하루가 저물어간다는 사실을 낭만적으로 깨닫게 된다. 이기분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 바로 <로>다.

이곳의 셰프 수얀 사르카르(SUJAN SARKAR)는 오픈 키친 안에서 요리를 전시하듯 보여주는데, 고객의 미식 경험을 더욱 넓히고자 하는 의도라고. 그는 델리 미식가들에게 인도다우면서도 국제적인 요리를 선사한다. 인도식 빵 튀김 파니 푸리(PANI PURI), 발효 빵 알루 파라타(ALOO PARATHA), 요구르트를 넣은 차트 (CHAAT, 과일이나 채소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기차에서 즐기는 파인 다이닝
오리엔트 익스프레스(ORIENT EXPRESS)
1977년까지 파리와 이스탄불 사이를 오갔던 장거리 열차는 훌륭한 미식을 경험하는 공간으로도 유명했다.
이 기차에서 영감을 받아 1982년 문을 연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뉴델리 에서 가장 이름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중 하나가 되었다.
여느 레스토랑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경험이 인정을 받아 로체스턴 유명 레스토랑 어워드(ROCHESTON DISTINGUISHED RESTAURANT AWARDS) 2018에서 델리의 강력 추천 레스토랑 중 하나로 뽑히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역사적인 기차의 객실 분위기가 풍기는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는 랍스터 비스크, 뮐라르(MULARD) 오리의 가슴살 요리, 치즈 수플레, 초콜릿 푸딩 등 유럽의 고급 요리들.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프리미엄 와인을 더하면 이곳에서의 시간은 완벽해진다. 3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이 있다.
유럽과 인도의 만남
안나마야(ANNAMAYA)
<안나마야>의 내부는 향신료 자루와 경쾌한 그림이 그려진 유리 창문, 세월에 바랜 나무 문까지 올드 델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물들로 꾸며져 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바닥은 갈색과 흰색의 유럽식 타일로 이뤄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럽과 인도가 어우러진 매력이 있는 이곳은 고객에게 “정신적으로 먹고, 예술적으로 구매하고, 의식을 높이라”는 동기를 불어넣는다. 링귀네, 포카치아 등 유럽 요리는 물론 비리야니와 망고 새우 커리 등 인도 요리까지 다채롭고 경계가 없이 창의적이다.
더불어 유러피언 스타일의 푸드 홀에서는 유럽의 식당처럼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 한편에 인도 장인이 생산한 제품도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공동체에 영감을 줄 만한 스토리를 가진 것만 엄선되었다.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안나마야>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