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맛남] 오로지 음료에 의한, 음료를 위한 ‘마시는 코스 요리’ 주목

요리에 곁들이거나 후식으로서 의미가 강했던 음료가 코스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커피부터 차, 칵테일, 위스키, 맥주까지 오로지 음료의, 음료에 의한, 음료를 위한 시간을 선물하는 곳들을 소개한다.


커피의 다재다능함을 발견하는 시간

기미사 성수

 

 

손수 내린 드립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원두가 어느 나라, 어느 농장에서 왔는지 알아가는 시간. 평소 잠에서 깨기 위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수혈할 때와는 달리 시간을 들여 커피 하나하나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커피 코스만의 여유로움이다.

 

10년째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하 WBC) 센서리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송인영 대표가 2021년 오픈한 <기미사 성수>의 ‘시그너처 블렌드 코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도 바로 이러한 면모다.

 

 

코와 입을 깨우는 핸드드립 커피로 시작해 음용성이 부드러운 라테, 디저트 느낌의 셔벗으로 마무리되는 3코스는 원두 품종과 블렌딩 비율을 모두 다르게 구성할 뿐만 아니라 코스마다 커피의 향미를 끌어올려주는 재료를 각기 다르게 매칭해 커피의 다채롭고 새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파나마산 게이샤 원두를 블렌딩해 꽃향기와 트로피컬 풍미가 두드러지는 라테에는 열대 과일 시럽과 수레국화를 더하고, 코스타리카·에티오피아산 워시드 원두 등을 혼합해 단맛과 부드러운 산미가 강조되는 셔벗에는 복숭아 시럽을 더하는 식이다. 식사 이후 커피 세 잔을 마셔도 위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양과 서비스 속도를 조절한 섬세함도 돋보인다.

 

송인영 대표는 “WBC 심사차 방문한 외국에서 훌륭한 커피 코스를 많이 접하면서 한국에도 이러한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면서, “<기미사 성수>의 코스를 통해 커피가 단순히 물과 원두로만 만드는 음료를 넘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임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1년에 한 번 파나마 등 원두 산지를 방문해 품질을 확인하고 새로운 원두를 발굴하고 있는 만큼, <기미사 성수>의 코스는 앞으로도 변화를 거듭할 예정이다.

 

  • 기미사 성수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26길 47 1층, 지하1층

에스프레소의 형형색색

구테로이테

 

서명석 대표는 2014년부터 커피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원두 산지와 사업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씨투씨플랫폼 등을 운영하던 중 원두 쇼룸을 구상하면서 현재의 <구테로이테>를 만들었다. 다양한 원두를 소개하는 공간인 만큼 오롯이 커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에스프레소 기반의 메뉴를 중점적으로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개성 강한 메뉴들이 탄생했고 여러 음료를 한 번에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코스 형식의 메뉴를 운영하게 된 것. 귀리로 만든 식물성 음료 ‘오틀리’와의 협업 코스를 비롯한 비건 테마, 프랑스 시럽 브랜드 ‘모닌’과 선보인 제로 시럽 기반의 메뉴 등 다양한 테마 아래 ‘커피 오마카세’를 선보인 지 햇수로 3년째다.

 

창작욕이 물오른 이번 시즌에는 바리스타 미미가 ‘여름날의 장면’을 주제로 개발한 음료를 선보인다. 여름에 어울리는 10여 가지 과일과 꽃을 모티프로 4잔의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 1잔의 논커피 음료 총 5잔으로 구성한 코스다. 커피에 오렌지 그라니타를 조합하거나, 망고 과육을 크게 썰어 더하는 등 부재료를 적극적으로 가미해 여름을 표현했다.

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누구에게나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맛과 향을 담은 ‘노멀 블렌드’와 시트러스한 향미의 ‘스페셜 블렌드’ 2가지. 한 번에 여러 잔의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다 보니 무리가 없도록 카페인 함량을 고려해 준비했다.

 

 

서명석 대표는 “오마카세 메뉴를 구성할 때 항상 시의성을 염두에 둔다”며, “전 세계가 한식에 주목하고 있는 시류와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한식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 한국적인 메뉴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시그너처 메뉴인 ‘수정과 콜드브루’와 ‘오미자 아메리카노’를 예로 들었다.

 

  • 구테로이테 언주시그니처점
  •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203 1층

오로지 한국 차에 집중하는 시간

오므오트

 

한국 차 문화는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녹차 산지로 유명한 보성, 하동, 제주 외에 한국 차를 누가, 어디서 만드는지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김혜진 대표가 한국 차와 차 명인을 조명하는 공간 <오므오트>를 2021년 마련한 이유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던 그를 차의 세계로 이끈 시작점은 식사 후 어머니가 내려준 한국 차 한 잔이었다. 맛의 깊이에 반해 그 길로 전국 다원 여행을 떠났는데, 그렇게 지난 10년간 다닌 곳이 남원, 김해, 정읍, 강원도 등 100곳이 넘는다.

 

 

동시에 차의 역사, 풍속, 성질을 공부하다 보니 단순히 차만 내기보다는 주제를 정하고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코스를 운영하기에 이른 것. 오픈 첫해 춘하추동을 시작으로 24절기, 한국 지폐를 거쳐 올해의 주제는 십이지신. 지난 6월까지 선보인 올해 첫 코스 ‘묘진사오’는 웰컴티를 시작으로 토끼, 용, 뱀, 말 등 각 동물과 연관된 이미지를 풀어냈다.

 

 

차 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위트를 가미해 차를 멀게 느끼는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데 비중을 뒀다. 예를 들어 토끼 코스는 고전 설화 「별주부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토끼의 간 형태로 빚은 발효 구기자를 보여주고, 이것으로 차를 우리는 과정을 함께 즐기는 식이다.

6월 말부터 선보이는 ‘미신유술’ 코스는 양, 원숭이, 닭, 개를 주제로 4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다. 백차, 청차 등 차종을 두루 선별하는 것은 물론, 격식을 엄격히 갖춘 다도보다는 각 코스와 관련된 한국 문화 지식을 퀴즈로 내는 등 친근하게 한국 차의 세계를 소개한다.

 

가야금 등의 한국 전통악기 소리, 백색소음을 조합한 배경음악은 오롯이 차에 몰입하는 집중도를 위한 장치다. 김혜진 대표는 “차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다. 나이도, 성별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차를 즐기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위대하다고 느낀다”면서, 중국의 보이차, 일본의 말차처럼 한국 차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OMOT 오므오트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12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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