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미식인의 축제, 그 5일간의 기록 PART 1

 

12년만이다. 2013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방콕, 홍콩 등 그간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Asia’s 50 Best Restaurant, 이하 A50BR’ 시상식을 개최하는 동안 서울에서의 개최를 꿈꾸지 않았을 리 없다.

2014년 리스트에 <정식당> 단 한 곳으로 시작된 한국 레스토랑의 등재 숫자가 점차 늘고, 글로벌 미식 신과 교류해온 한국 셰프들의 부단한 노력, 부상하는 한식의 인기 등에 힘입어 2024년 3월 26일, 드디어 서울에서 A50BR 시상식이 개최됐다.

 

서울 곳곳에서 열린 이벤트는 시상식 전후로 열기를 더했다. 한식의 근간을 소개하는 워크숍, 영 셰프와 베테랑 셰프들이 전한 새롭고 깊이 있는 서울의 맛,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바 3곳과 셰프 6인이 각각 짝을 이뤄 대미를 장식한 애프터 파티까지.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진흥원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부터 아시아를 너머 전 세계에서 서울로 모여든 셰프와 미디어를 환대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뭉쳐져 한곳을 향했다. 아시아 미식계에는 하나의 축제이자 우리에게는 한식과 서울미식을 안팎으로 전하는 무대이기도했던 2024 A50BR, 그 5일간의 기록을 전한다.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를 읽는 6가지 키워드

 

아시아 각국의 셰프, 음식 비평가, 레스토라터 등으로 구성된 ‘50 베스트 아카데미’ 회원 3백18명의 투표로 올해 아시아 레스토랑의 순위가 매겨졌다. 성적표의 의미보다는 최근 아시아 미식계의 흐름을 예상하는 지표로서, 또 여행 시 방문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1위 발표 이후 도쿄의 <세잔 Sézanne>에는 엄청난 예약 대란이 일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1위의 영광은 <세잔>에게

 

올해 1위는 <세잔>. 아시아 식재료에 대한 탁월한 이해력, 프렌치 퀴진을 접목한 네오 타입 요리로 아시아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과 2년 반 만에 이룬 쾌거다. 2021년 오픈한 <세잔>은 이듬해 17위라는 높은 순위로 리스트에 데뷔했다. 지난해 2위로 껑충 뛰어올라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결국 올 해 1위를 차지한 것. 2020년 홍콩의 <벨롱 Belon>을 4위로 이끌었던 대니얼 캘버트 Daniel Calvert 총괄 셰프의 저력이 제대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포시즌스 호텔 도쿄 앳 마르노우치에 자리 잡은 <세잔>은 오픈 전부터 여러 미식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도쿄는 기대에 찼고, 홍콩 미디어들은 대니얼 셰프가 떠나는 것에 대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뉴욕 3스타 레스토랑 <퍼 세 Per Se>, 파리 유일의 3스타 레스토랑 <에피퀴르 아 르 브리스톨 Épicure At Le Bristol> 등을 거친 후 돌연 아시아로 향해 <벨롱>을 단숨에 톱 레스토랑 자리에 올려놓은 만큼 관심은 당연했다.

 

 

<세잔>은 프렌치 DNA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식재료를 적극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네오 프렌치 퀴진을 표방한다. 노르망디산 버터를 넣어 만든 오키나와 옥수수 사워도우, 와인과 지롤 버섯으로 속을 채운 샤모(일본 오이타 지방의 토종닭) 등 일본 토착 재료에 대한 셰프의 심도있는 해석을 보여준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 5곳 중 한 곳에서 따온 업장명에 걸맞게 구하기 어려운 희귀 빈티지 샴페인이 이곳에 다 모인 게 아닌가 싶은 화려한 와인 리스트도 <세잔>의 자랑이다. 당분간 ‘도쿄에서 가장 예약이 어려운 레스토랑’이라는 수식어를 뜨겁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진격

 

9곳을 리스트에 올리며 싱가포르가 단독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상승세'면에서는 다수의 레스토랑이 10계단 이상 오른 홍콩이 주목할 만하다.

 

 

올해도 가장 많은 레스토랑을 리스트에 올린 곳은 싱가포르. 지난해와 같은 9곳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상승세’를 보면 홍콩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전년 대비 순위가 가장 많이 오른 레스토랑에 부여하는 베스트 성장상, 즉 ‘하이스트 클라이머 어워드’ 수상 레스토랑도 다름 아닌 홍콩에서 나왔다. 5위에 오른 <윙 Wing>이 그 주인공.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비키 쳉 셰프가 경계를 허문 차이니스 퀴진을 전개하는 곳으로, 지난해 37위에서 무려 32계단 상승하며 많은 동료 셰프들의 환호와 축하를 받았다.

 

차이니스 프렌치 퀴진을 선보이는 그의 또 다른 레스토랑 <베아 Vea>가 68위에 올라 두 레스토랑이 100위권에 선정된 겹경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비키 셰프는 뉴욕 <다니엘 불뤼 Daniel Boulud> 등 미국과 캐나다에서 프렌치 퀴진을 연마했으나, 정작 중식은 배운 적이 없다. 하나의 요리를 50번 이상 반복 테스트하며 중식의 뿌리를 철저히 독학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 여기에 최신 미식 트렌드를 파악해 재해석한 이곳만의 중식은 홍콩 미식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가 됐다. 다음은 <네이버후드 Neighborhood>. 10주년을 맞은 올해 13단계 상승해 16위를 기록했다.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레스토랑이지만 데이비드 라이 오너 셰프의 이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리츠칼튼 샌프란시스코, 지금은 문을 닫은 샌프란시스코 <마사 Masa’s> 등에서 수련한 그는 2003년 고향 홍콩으로 돌아가 알랭 뒤카스 셰프의 <스푼> 오픈을 도운 인물. 2022년에는 동료 셰프들이 뽑은 ‘셰프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모노 Mono>는 14단계 올라 27위, <카프리스 Caprice>는 17계단 올라 32위를 기록하는 등 홍콩의 레스토랑들이 진격의 진격을 보여줬다. <안도 Ando>는 37위에 오르며 리스트에 처음 얼굴을 비췄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우구스틴 발비 셰프가 일본과 스페인의 미식 요소를 결합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 시상식 수개월 전부터 <스와니예> 이준 셰프와 논의해온 컬래버 팝업을 3월 29일 진행하며 한국 미식가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전통 요리의 참신한 재해석에 대한 격려

 

식재료는 곧 자국의 문화유산이다. 그 유산을 강력한 무기 삼아 참신한 재해석을 더해가는 두 곳의 신상 레스토랑 <세로자>와 <람드레>에게 각각 '하이스트 뉴 엔트리 어워드'와 '원 투 워치 어워드'의 자리가 주어졌다.

 

 

단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베스트 신인상이 A50BR에도 있다.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신예 스타에게 주는 ‘하이스트 뉴 엔트리 어워드 ’가 그것. 50선에 신규로 진입한 레스토랑 중 가장 높은 순위에게 수여하는데, 올해는 31위 싱가포르의 <세로자 Seroja>가 거머쥐었다. 남프랑스와 샌프란시스코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다지고, 싱가포르 <메타 Meta>의 헤드 셰프를 거친 케빈 웡 셰프가 2022년 오픈한 곳이다.

 

 

동충하초와 윈터 트러플을 가미한 밀 파스타, 말레이시아의 매콤한 닭고기 요리를 재해석한 오리 아얌 퍼칙 등 셰프의 창의성과 결합한 전통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태생의 오너 셰프는 자국을 비롯해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등 말레이제도에 속하는 나라를 유사한 식습관을 공유하는 하나의 땅으로 바라보고 있다. 허브, 향신료 등 열대성 기후에서 자란 식재료가 형성한 이곳만의 맛은 독창적인 동시에 셰프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야. 그 이해도를 강력한 무기 삼아 참신한 재해석을 더해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중국 본토에 부는 식물주의 바람

 

50위권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유망주로 손꼽히는 레스토랑에게 주어지는 ‘원 투 워치 어워드 ’는 오픈한 지 갓 1년을 넘긴 베이징의 <람드레 Lamdre>에게 돌아갔다. 요리의 혁신성, 레스토랑이 가진 잠재력 등이 평가 요소. 중국 전역의 농부들과 협력해 제철 식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일회용품을 비롯해 에너지와 자원을 최소화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자오 자 대표의 철학, 30년 경력의 다이쥔 총괄 셰프가 보여주는 진취적인 채식 요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부와 쌀을 주 재료로 간장으로 맛을 낸 요리, 흑임자장을 곁들인 가지 요리 등은 채소 요리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기대를 품게 한다. 여기에 곁들일 와인 셀렉션도 모두 유기농 와인과 로컬 청주. 레스토랑의 면면이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미식인의 축제, 그 5일간의 기록 PART 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푸드&라이프

더보기

비즈니스 인사이트

더보기
성남 ‘까치상인회’ 네이버 플레이스 공식 오픈…로컬 상권 활성화 기대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일대 상권을 대표하는 까치상인회(회장 조병철)가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을 완료하고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까치상인회는 ‘까리단길’이라는 상권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역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문화와 상업이 공존하는 거리 조성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오고 있다. 이번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은 상인회 활동의 공식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과 방문객이 보다 손쉽게 위치 및 운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대폭 강화한 사례다. 특히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까치상인회는 상권 홍보는 물론 정보 전달과 주민 소통 기능까지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지도 및 검색 서비스와 연동되기 때문에 상인회의 정확한 위치와 운영 시간을 손쉽게 안내할 수 있으며, 향후 축제나 행사 등 주요 활동을 게시물 형태로 홍보할 수 있는 온라인 기반을 확보했다. 또한 리뷰나 별점 등을 통해 이용자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어, 상권 운영에 필요한 개선점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네이버 플레이스 오픈을 통해 까리단길 상권의 최신 소식, 점포 소개, 행사 안내 등 온라인 기반 홍보 채널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6월 12일, 뒷구

식품외식경영포럼

더보기
[메뉴개발·전수] '흑염소 보양 3종' 메뉴개발 과정 주목
이제 개고기 대신 '염소고기' 보양탕 시대다. 최고급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흑염소’ 요리는 외식 시장에서도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소비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향후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음식이다. 무엇보다 개를 식용으로 쓰는 '보신탕’의 대체제로 '흑염소'가 자릴 잡으면서, 보신탕으로 이름난 식당이 흑염소 전문점으로 교체 중이고, 관련 메뉴 전수교육 문의도 크게 늘었다. ‘흑염소탕·전골’부터 ‘염소불고기’와 ‘수육’, 레시피개발과 맞춤 컨설팅까지 ‘흑염소 전문점 창업 상품개발’ 과정 진행 안내 ‘흑염소 전문점 창업 상품개발’ 과정에서는 ▲흑염소탕 ▲흑염소 수육 ▲염소불고기 ▲흑염소전골 등 <흑염소 전문점>의 메인 요리를 모두 전수한다. 본 과정은 교육수료 후 바로 장사에 적용할 수 있는 ‘식당창업 전문교육’으로 백년가게부터 소문난 맛집들을 비교·분석, 검증된 최상의 레시피를 개발, 교육현장에서 실습을 통해 전한다. 또한 맛집식당이 되는 노하우는 물론 고객관리, 홍보마케팅 등 영업전략과 효율 극대화를 위한 주방 오퍼레이션 설정, 식재료 코스트, 매장 리뉴얼, 프랜차이즈화 등 다양한 컨설팅과 실무 중심의 기술을 전수한다. 교육 후 바로 외식현장에

J-FOOD 비즈니스

더보기
[전수창업] 일본 현지 ‘장어덮밥’(히츠마부시)전문점 기술 전수
일본 나고야 현지 ‘장어덮밥’(히츠마부시)전문점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오는 6월 26일(목), 전문식당 조리비책 교육시설인 알지엠푸드아카데미에서 진행된다.. 최고급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장어’요리. 최근 줄서는 맛집 등 유명 방송프로그램에 일본식 장어덮밥 전문점이 소개되면서 고급 스테미너 음식인 ‘히츠마부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고야 3대 명물인 장어타래 레시피 전 과정 공개 서울과 부산 유명 장어덮밥전문점 노하우 전수 “굽기가 첫 번째 관건이다. 또 깊은 풍미와 맛을 결정짓는 장어타래를 입혀내 윤기와 색감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히츠마부시가 탄생한다. 쫄깃한 첫입에 이어지는 부드러운 식감을 극대화하는 조리 방법을 전수, 최고에 가까운 장어구이의 맛을 이끌어 낸다.” 이번 ‘장어타래·나고야식 장어덮밥 상품화 기술전수’ 과정은 일선 요리학원에서 만날 수 없는 현장기술 전수 프로그램으로 김종우 원장이 핵심 노하우를 직접 전수, 시연한다. ‘김종우 원장’은 10년간 일본 동경에서 거주하며 한국과 일본의 유명 외식브랜드 메뉴컨설팅, 대형호텔의 총주방장으로도 근무, 레시피 개발 및 상품화에 정통한 전문가다. 일본의 히츠마부시 유명 맛집을 다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