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없어 타박 받던 새댁, 마포 대표하는 맛집 CEO가 되다

'마포나루' 하영옥 대표를 만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 3번 출구로 나와 대로를 벗어나 3분 정도 걸어가면 초가집처럼 생긴 음식점이 하나 눈에 띈다. 높은 빌딩 사이에 둘러싸여 독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30년째를 맞은 마포지역 대표 토속음식점 '마포나루'이다.  

 

 

마포나루는 수십년간 당일 들여온 식자재 사용 원칙을 고수해오며 지역 주민, 직장인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손님에게 가장 신선한 음식을 선보이고자 주문 후 즉석에서 닭찜, 수제 만두전골, 파전 등 토속음식을 조리한다.

 

이제는 사회에 선한영향력을 펼치기 위한 준비 중이라는 마포나루의 하영옥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시어머니에게 배운 요리 철학

마포나루의 하영옥 대표는 결혼 후 시어머니를 통해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스스로 김 하나도 제대로 못 구웠다고 말할 정도로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동네에서 요리솜씨로 유명한 시어머니였기에 밥하나 짓는 것도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지금처럼 온장고가 없던 시절에 따뜻하게 밥을 상에 올리기 위해 놋그릇을 데워 준비할 정도로 음식에 관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성을 들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갔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의 마포나루 철학과 음식 맛에 근간이 됐다.”

 

하 대표는 처음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창업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인에게 소개받은 매장 자리가 카페와는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러다 문득 차가운 콘크리트 빌딩 사이에 나무, 흙냄새가 나는 토속적인 식당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초가집 분위기의 토속음식점으로 컨셉을 정한 다음에는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나섰다. 행주산성에 있는 한식당에 가서 무료로 일하며 닭찜, 파전 등 요리를 배웠다.

 

 

요리를 배우는 동안 매장에선 초가집 느낌을 살리고자 전부 수작업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테리어 통일성을 위해 테이블도 인천 공단에서 큰 나무를 통째로 공수해와 직접 제작했다. 그렇게 1991년 4월 마포나루 도화본점이 문을 열었다.

 

서울 빌딩 숲 가운데 자리잡은 토속음식점

처음 문을 열고 한 달 동안은 손에 일을 익히고자 지인들을 번갈아 가며 식당에 오게 했다. 신선한 식자재 사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매일 새벽에 가락시장에서 장을 봐왔다. 하 대표는 손님에게 내놓을 때 당당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

 

 

“문을 열고 3개월이 지났을 무렵 토요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주말은 손님들이 늦게 오는 편이라 그날은 느긋하게 출근을 했다. 매장에 도착하니 모든 테이블이 벌써 꽉 차있었다. 매출에 신경 쓸 에너지를 음식에 담자고 생각하며 일했고, 그 가치를 손님들이 인정해준 것 같았다.”

 

그 뒤로는 밥 먹을 틈도 없을 정도로 매장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한번은 인도네시아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땀을 뻘뻘 흐리며 일하는 하 대표의 모습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손님이 끊임없이 찾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그동안 손님들에게 받은 사랑을 베풀고자 점심시간에 식사를 무료에 제공하기도 했다. 어려울 때 일수록 투자하고, 나눠주면 결국은 되돌려 받을 것이라 믿었다.

 

 

그 덕분인지 2007년 서서히 매장을 이전하려 마련한 아크로점도 첫날부터 손님으로 붐볐다. 간판도 없었지만 입소문을 통해 주변 직장인, 주민들이 매장을 찾아왔다. 손님들의 성원에 현재까지 도화본점, 아크로점 2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담긴 토속 음식 

토속음식을 신선한 식재료로 즉석으로 만든다. 지금의 마포나루를 있게 한 정체성이다. 대표 메뉴인 닭찜의 경우 주문을 받으면 바로 압력솥에 20~25분간 조리한다. 닭찜을 담아내는 그릇도 토속음식점 정취를 살리는 항아리 뚜껑을 사용했다.

 

 

신선한 채소 향을 손님에게 그대로 전하기 위해 오이도 미리 썰어두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품질 관리를 해왔다. 당일 들여온 식자재는 가능한 모두 소진해 마감 때는 냉장고를 텅 비우도록 하고 있다. 보쌈에 사용하는 김치는 직원들과 직접 매장에서 담그고, 밑반찬은 세 종류가 정기적으로 바뀌어 일주일 내내와도 질리는 법이 없다.

 

 

현재 하 대표는 사회에 선한영향력을 펼치기 위한 준비에 한참이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 인프라를 바탕으로 외식업에 뜻있는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포나루 매장에서 3개월간 기본·심화 교육을 거치며 요리 비법 전수와 철학을 공유하게 된다.  또한, 점포를 오픈한 후에도 Q(품질), S(서비스), C(위생)를 관리를 위한 슈퍼바이징을 지원한다. 기술 및 자금지원 방안도 별도로 마련해두었다.

 

끝으로 하영옥 대표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기뻐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 이슈인 만큼 30년간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청년창업 지원제도’를 기획하게 됐다. 마포나루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성실한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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