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프랑스의 흔한 동네 슈퍼마켓 같은 분위기의 그로서란트부터 제대로 된 유럽식 소시지 가공 전문점과 바스크 지방의 맛을 충실히 재현하는 스페인 레스토랑, 그리고 <정식바>에서 한층 캐주얼하게 변신한 <정식카페>까지, 이름난 셰프들의 맛집을 소개한다.
셰프의 슈퍼마켓
Supermarche by Epicerie Collage
<그랑아무르>와 <에피세리 꼴라주>를 운영하는 뚜르몽 다이닝 그룹의 수장 이형준 셰프가 12년 전 요리사 생활을 시작한 장소로 돌아왔다.
옛 프렌치 레스토랑 <봉에보> 건물에 델리숍과 다이닝, 카페와 바를 결합한 다목적 그로서란트를 오픈한 것. 최근 파리 핫 플레이스로 부상 중인 카넬 지역을 모티프로 유럽 노포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수관이나, 파리식의 작은 원룸 등 시각디자인 전공자인 셰프의 미적 센스가 곳곳에 묻어 있다.
주문은 한곳에서 하고 픽업은 각각 의 부스에서 직접 받는 스타일로 마치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는 기분으로 공간 구석구석을 즐길 수 있다.
<슈퍼막셰>에서만큼은 프렌치 요리란 ‘지금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다.
그중 ‘볼로네즈’는 <에피세리 꼴라주>의 인기 메뉴를 단순화 한 것으로 파슬리 페스토에 ‘버무린’ 스파게티 면에 소고기 볼로네즈 소스를 ‘얹어’ 내는데,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에 소스와 페스토를 별도로 구매할 수 있어 집에서도 똑같은 맛으로 즐길 수 있는 홈쿠킹 메뉴다.
‘도넛’은 현재 유럽에서 핫하다는 클래식 도넛으로 컬러 풀한 공간과 잘 어울리는 메뉴. 누텔라 도넛, 피넛버터 도넛, 피스타치오 글레이즈, 피넛버터 도넛, 허니콤을 얹은 도넛 등 달콤한 맛이 다양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 슈퍼막셰 바이 에피세리 꼴라주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2-26
우리가 잘 몰랐던 스패니시 퀴진
모스꼬라(MOZKORRA)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파에야, 감바스는 이곳에 없다.
수년간 스페인에서 요리 경력을 쌓은 최경훈 셰프가 흔히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요리에서 벗어나 바스크 지방을 중심으로 한 스페인 전통 요리를 선보인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 대신 재료 간의 조화가 빚어내는 맛, 재료 안에 숨은 맛을 발현시키는 데 집중한다. 애저, 하몽, 염장 대구 등 대체 불가한 재료는 스페인 식재료를 고수하고, 그 외 부재료는 현지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는 로컬 재료를 엄선해 사용한다.
다소 생소한 요리를 선보이는 만큼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손님이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셰프와 활발히 소통 할 수 있도록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 중앙에 조리대를 설치했다.
바스크어로 ‘환영의 4가지 한입거리’를 뜻하는 ‘비엔베니도 콰트로 보카도스’. 스페인식 해산물 절임 샐러드인 ‘살피콘’, 하몽 크로켓에 참다랑어 등살을 올려 마치 스시를 연상시키는 스낵, 푸아그라, 그리고 바스크 지방 핀초의 기원인 ‘힐다’로 구성했다.
살피콘에는 새우 껍질과 머리 기름으로 만든 마요네즈, 청파래김을 타피오카 가루와 배합해 24시간 건조 후 튀긴 칩을 곁들이는 등 작은 스낵이지만 상당한 공이 들어갔다.
‘구이소 드 기산떼’는 완두콩 스튜로 콩이나 양배추 등의 채소를 주식으로도 즐겨 먹는 스페인 식문화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셰프의 회심의 메뉴. 마치 설탕을 넣은 듯 완두콩 본연의 단맛을 풍부하게 끌어올리고 이베리코 항정살, 구운 랑고스티노 등 시즌별로 달라지는 토핑을 올려 완성한다.
- 모스꼬라
- 서울특별시 강남구 학동로59길 5 뷰티빌딩 3층 Mozkorra
임정식 셰프의 카페
JUNGSIK CAFE
고급스럽고 모던한 분위기의 <정식바>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턱 낮은 카페로 탈바꿈 했다. 나무를 활용한 따뜻하고 세련된 공간, 야외 채광이 쏟아지는 테라스는 도심 생활에 작은 휴식을 제공한다.
브런치와 커피는 물론 와인이나 맥주 한잔, 디저트 한 조각을 즐기기에도 제격. 특히 베이커리와 디저트 섹션이 한층 강화됐는데, 뉴욕 <정식당>을 거쳐 현재 서울에서 페이스트리 헤드를 맡고 있는 손연화 셰프가 책임진다. 그간 섬세한 파인 디저트를 선보여온 셰프는 스콘과 쿠키 등 카페 공간과 어울리는 보다 단순하면서 투박한 디저트를 만들며 손님들과 직접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정식 카페>의 인기 삼총사다. ‘옥수수무스 케이크’는 옥수수를 볶아 향을 극대화하고 화이트 초콜릿과 바닐라 빈을 배합해 만든 무스 케이크. 고소한 향과 부드러운 텍스처가 마치 콘수프를 떠먹는 듯하다.
빵, 버터, 소금, 단순하지만 이의가 없는 맛있는 조합에 착안해 만든 ‘소금 스콘’은 생크림을 넣고 촉촉하게 구운 스콘 위에 신안산 꽃소금을 뿌려 완성한다.
이것만 즐겨도 좋지만 화이트 와인과 특히 좋은 궁합을 이룬다고. 초콜릿을 넣은 반죽에 카카오닙스를 범벅하듯 묻혀 구운 ‘카카오닙스 쿠키’는 보통 초코 쿠키가 지닌 진한 단맛을 카카오 닙스의 고소함과 산미로 중화시켜 입안에 단맛이 오래 남지 않고 깔끔하다.
- 정식카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58길 11 1F
정통 유럽 소시지의 맛
세스크 멘슬(XESC MENZL)
정통 유럽 소시지와 햄 등을 판매하는 육가공 전문점.
양식 필드에서 경력을 쌓아온 김정현 셰프는 <셰프 마일리>를 계기로 육가공의 매력에 빠졌다가, 이후 신세계 R&D 팀을 거쳐 책이나 인터넷 속에 존재하는 레시피가 아니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치스토라’를 배우기 위해 스페인의 나바라로, ‘살루미’는 이탈리아로, 또 오스트리아로 각국의 명성 있는 육가공 전문가를 찾아 다녔다고. 그때 만난 두 스승의 이름을 합쳐 <세스크 멘슬>이라 업장명을 짓고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을 풀어내는 중이다. 육가공품과 어울리는 다양한 치즈도 소분 판매하며 향후 샌드위치, 손님이 직접 고른 패티로 만드는 버거 등 간단한 식사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살짝 매콤한 맛의 소시지 ‘치스토라’는 스페인 나바라 치스토라 대회에서 2위를 거머쥔 <리사라가 하라테히아LIZARRAGA HARATEGIA>에서, 와규 우둔과 돈육을 갈고 에멘탈 치즈를 넣은 ‘캐제크라이너’는 오스트리아 육가공 대회에서 우승한 <에르빈ERWIN>에서 배운 레시피로 만들었다.
파프리카 파우더와 향신료를 넣어 훈연한 ‘데브라지너’, 4-5분가량 데쳐 먹는 ‘바이스부어스트’ 등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소시지가 즐비하다 보니 구매 시 조리법을 추천 받는 것이 좋다.
마늘 향을 입힌 ‘티롤러’, 에멘탈 치즈를 넣은 훈연 햄 ‘캐제부어스트’ 등의 콜드컷과 시칠리아 소금으로 염지한 후 저온 훈연한 연어 등은 사이드 메뉴나 맥주와 곁들여 매장에서 즐길 수 있다.
- 세스크 멘슬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14길 7
공생하는 공장
FARM FRESH FACTORY
지속 가능한 환경 운동을 위한 체험형 매장, 존쿡델리미트의 팜 프레시 팩토리가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자체 프로젝트 ‘팜 프레시 무브먼트’의 일환으로, 인도적인 사육 환경을 조성하고 믿을 수 있는 재료로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때문에 자체 선별한 동물복지 지정 목장과만 거래를 한다고. 2층에는 정육 전문가가 신선육을 발골, 성형, 양념하는 공장과 생육을 저온 숙성시켜 풍미를 끌어올리는 드라이 에이징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유리창을 통해 모든 과정을 고객이 직접 관람할 수 있다. 2층에서 가공된 고기와 소시지는 1층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손을 거쳐 요리로 만나볼 수 있다.
‘설성목장 한우 버거’는 동물복지 지정 목장 중 하나인 설성목장에서 공급받은 한우로 패티를 만들고, 캐러멜라이즈한 양파와 진한 맛의 아메리칸 치즈, 로메인을 얹은 후 스모키한 향의 히코리 소스를 뿌려 완성한다. 신선한 고기 맛을 전달하기 위해 당일 가공한 한우만을 사용한다고.
‘데일리 바비큐 포크 립’은 바비큐, 프렌치프라이, 소시지, 브리오슈 번, 피클로 구성된 플래터다. 백립이 아닌 앞갈빗대를 사용해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소시지는 합성첨가물, 합성 보조제를 넣지 않고 천연 향신료만으로 맛을 낸다.
- 존쿡델리미트 성수점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14길 14 가동 1층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바앤다이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barndin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