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식 트렌드] 지금, 한식의 물결-1

 

요즘 해외에서 더 핫하다는 한식, 어느 정도일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전 세계 18개 도시 현지인 9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해외 한식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1년간 한식당 경험은 64.6%, 평균 월 1.7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난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해외 언론과 레스토랑 평가서가 ‘한식’을 주목하기까지 그 최전선에서 지금의 흐름을 만들어낸 한식당들을 소개한다. 뉴욕, 파리, 도쿄에 걸쳐, 한국 사람도 여행가고 싶은 한식당들이다.

 

뉴욕(NEWYORK)

 

2023년 11월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뉴욕」 편에서 별이 뿌려진 한식당은 총 11곳. 가이드가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 할지라도, 역대 최다로 전체 리스트의 15%를 차지한 사실은 뉴욕 미식 신에서 한식의 위치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완전히 낯선 장르로서 한식을 대하는 것이 아닌,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레스토랑을 찾는 뉴요커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셰프들의 전언은 뉴욕 한식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다.


​뉴 코리안 다이닝의 뿌리, <정식>

 

13년 전, 뉴욕 트라이베카에 ‘뉴 코리안’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당돌하게 도전장을 내민 <정식>. 지역 미디어와 글로벌 미식 가이드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던 화려한 청년기를 거쳐, 이제는 터줏대감 소리를 들으며 뉴욕에 만개한 뉴 코리안 다이닝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상 차림에서 벗어나 뉴요커에게 익숙한 코스 형식으로 친숙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한국적인 재료의 맛으로 어필한 매력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계절 생선 요리는 김치 하면 흔히 떠올리는 매운맛보다 발효의 새콤함을 매력으로 내세웠다. 얇게 썬 생선회에 백김치, 맛간장을 활용한 소스, 다시마와 백김치, 깻잎 오일, 발효한 토마토를 조합한 입맛 돋는 요리로 전채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성게 비빔밥’은 코스의 정식 구성이 아닌 추가 메뉴임에도 <정식>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성게와 김 본연의 향을 고스란히 살리고, 튀긴 조를 넣어 한국적인 고소함과 바삭한 식감이 뉴요커의 환심을 샀다.

 

현재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대익 셰프는 <정식> 이전에 10년 넘는 기간 동안 프렌치, 이탤리언, 일식, 중식을 두루 섭렵한 인물. 뉴욕 <정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식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테크닉을 보조 수단 삼아 어떻게 하면 더욱 한식의 색채를 잘 녹여 낼까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셰프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이 외국인 으로 구성된 서버들의 훈련에도 열심이다.

 

 

한국의 식재료 교육은 물론 정확한 발음까지 따로 교육해 손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식을 알리는 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겸손의 말을 건네는 그이지만, 뉴 코리안 다이닝의 뿌리로서 사명감은 투철하다.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로운 합주, <아토믹스>

 

레스토랑이 단순히 밥을 먹는 곳이 아니라는 말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토믹스>는 정확히 보여준다. 박정현 셰프, 박정은 총괄 매니저 부부는 레스토랑의 역할을 공감각적인 경험에 두고 촘촘하게 설계했다.

 

입장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서기까지 매 순간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것. 오래된 타운하우스 속으로 들어서면 층고 높은 라운지와 지하로 이어지는 반전의 식사 공간은 마주하는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한국 공예 작가들의 작품은 절제된 한국의 미를 그윽하게 풍기고, 셰프의 철학이 담긴 메뉴 카드와 감사 카드, 친절한 환대는 손님과 레스토랑 사이의 깊은 정서적 교류를 만들어낸다. 그 덕분인지 친구와 수다를 떨듯 자신의 여행 스토리나 한식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단골손님들도 많다고. 그 교류 속에 나눈 이야기들이 다시 셰프에게 영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요리는 한식의 전통적인 요소에 현대적 감각을 버무려 글로벌 미식 무대가 요구하는 수준 높은 경험을 선사한다. 잣 소스를 곁들인 파프리카와 우뭇가사리, 숙주로 만든 잡채는 나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뉴욕 에서 한식의 채식 문화를 보여주고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쌈장과 양배추를 곁들인 갈비, 간장 양념으로 맛을 낸 고사리밥 등 코스의 후반부로 흐를수록 진해지는 맛에는 한국의 장 문화가 녹아 있다.

 

누룩 이나 소금으로 발효한 콜라비, 아귀 간 등으로 구석구석 한국의 발효 문화도 빼놓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계절별로 변화하는 10여 가지 셰프 테이스팅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는 밥. 여러 품종의 쌀을 직접 도정해 시즌마다 다른 밥 요리를 제공 하는데, 손님들이 메인 요리와 자유롭게 조합해 즐길 수 있도록 안내 한다. 마치 우리가 밥과 반찬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코리안 스테이크 하우스라는 꽃을 피우다, <꽃>

 

2017년 코리안 스테이크 하우스 <꽃>을 소개할 때 곧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프리미엄’. 그렇지만 김시준 대표의 지향점은 그와 다르다. 귓등을 때리는 즐거운 음악이 흐르지만 전문 서버들의 정돈된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곳, 된장찌개와 고기를 한 상에 차려놓고 자유롭게 즐기면서도 고급 글라스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각각의 장점이 모인 다이내믹한 모습을 추구한다.

 

부처스 피스트 Butcher’s Feast는 그 다양성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드라이에이징한 USDA 프라임 비프, 아메리칸 와규의 4가지 부위를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썰어 테이블 위 불판에서 구워준다. 옆으로는 장아찌, 파무침, 달걀찜,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놓인다. 김수현 명장의 유기그릇을 사용해 한국의 깊은 멋도 올려 두었다.

 

 

고기의 품질은 기본. 오픈 준비 당시 캐주얼한 코리안 바비큐 식당에 한정된 시장의 시선 때문에 고기 수급이 녹록지 않았지만, 현재 미국 각지의 벤더로부터 뉴욕 내 유수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절대 뒤지지 않는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이후 자체 숙성고에서 부위별 알맞은 숙성 기간을 거쳐 테이블에 오른다.

 

<꽃>은 마치 김시준 대표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10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완전히 소속될 수 없는 외로움을 무기로 전환시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보적인 길을 개척한 것이다. 한국식 바비큐 식당의 왁자지껄한 즐거움, 보다 격식을 차리는 미국의 스테이크 문화를 결합한 모습. 그것이 뉴욕에서, <꽃>에서 탄생한 한식의 모습이다.


온화하게 숨김없이 전하는 한식 장맛, <수길>

 

세계 무대에서 한식의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지금도 된장은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수길>에서는 온화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그 맛을 전한다. 된장, 양파, 감자, 어패류 등 된장찌개를 구성하는 요소를 해체하고 새롭게 조합해 어니언 수프 형태로 구현한것. 맛과 비주얼 면에서 접근성을 높여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렌치 레스토랑 <다니엘>과 한식 레스토랑 <한잔>에서 각각 수셰프와 수석 셰프의 자리까지 올랐던 임수길 셰프의 양 갈래 경험이 잘 녹아든 ‘코리안 프렌치’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 메뉴인 누룽지 푸아그라는 돌솥비빔밥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즐링 팬 위에 밥, 버섯과 양파 등의 채소, 와인에 절인 배, 푸아그라를 올린 후 간장 소스를 부어 완성하는 요리. 뜨거운 기운에 밥이 누룽지가 되어가는 동안 푸아그라 기름이 녹아내려 참기름 효과를 대신 한다. 전통 소주도 갖추고 있지만 대체로 와인과 어울리는 한식의 맛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요커의 다이닝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어야 한식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다.

 

<수길>의 저녁 시간은 늘 활기가 넘친다. 손님들과 서버, 주방과 홀을 바쁘게 오가는 셰프가 함께 만들어낸 분위기다. 메뉴판에 한국 발음 그대로 적힌 된장, 김, 고추장 등을 발음하며 한식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공간 곳곳에 놓인 한국 공예 작품과 술병, 심지어 화장실에 놓인 제주 감귤로 만든 손 비누까지 구석구석 한국적인 대화의 소재가 넘쳐난다.

 


[글로벌 미식 트렌드] 지금, 한식의 물결-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푸드&라이프

더보기
요즘 주목받는 브랜드의 비결? ‘공간 마케팅’
최근 유통업계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가까이서 전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 및 팝업스토어를 다수 선보이고 있다. MZ세대 사이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을 의미하는 신조어)한 인증샷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일상을 공유하거나,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브랜드 공간을 찾아다니는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 1분 안팎의 숏폼 영상에 열광하는 것처럼, 짧은 기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공간 마케팅의 유리한 점으로 꼽히고 있다. 주류업계, 브랜드 경험 극대화 위한 매개로 플래그십스토어 및 팝업스토어 선택 추세 주류업계 역시 다양한 브랜드 공간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국내 주류시장의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주류를 단지 마시는 상품이 아닌 취미생활 혹은 가치소비의 일환으로 여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에 부응해 공간 마케팅을 통해 더욱 밀도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가 서울 광화문에 선보인 플래그십스토어

비즈니스 인사이트

더보기
서울시, 외국인 선호 한옥 ‧ 도시민박 등 우수 서울스테이 20곳 선정… 최대 500만원 지원
서울시가 외국인 대상 한옥 체험·도시 민박 등 위생 및 안전관리, 고객서비스는 물론 서울만의 차별성을 담고 있는 우수 업소를 선정해 다양한 지원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지원금을 지난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고 상품기획‧인테리어는 물론 안전관리·홍보 비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서울의 매력을 담은 우수한 숙박시설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5월 13일부터 27일까지 ‘2024 우수 서울스테이’ 공개모집에 나선다. ‘서울스테이’는 서울시 소재 대체숙박업(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한옥체험업)이 등록할 수 있는 숙박업 브랜드이다. 등록 숙소들은 번역, 홍보, 교육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는 올해 서울스테이 등록업소 중 20개소를 ‘우수 서울스테이’로 선정해 숙소환경 개선(방역·위생), 홍보마케팅 등에 사용가능한 지원금을 업소별 최대 5백만 원까지 지원한다. 특히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숙박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 환경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지난해보다 2.5배 늘어난 500만원으로 지원금을 대폭 늘렸다. 선정된 우수 서

식품외식경영포럼

더보기
청년창업의 꿈…서울시 청년 골목창업 경진대회, 총 4억 6천5백만 원 지원
서울시가 혁신적 아이디어로 골목상권 활성화에 앞장설 청년 창업가를 발굴·지원하는 ‘2024년 서울시 청년 골목창업 경진대회’ 참여자를 모집한다. ‘서울시 청년 골목창업 경진대회’는 2회에 걸친 경진대회를 통해 진정성과 가능성을 완비한 청년 예비 및 초기 창업가(창업 3년 이내)를 선발해 창업자금과 융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전문가 컨설팅을 중심으로 한 인큐베이팅도 제공하여 실질적 창업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경진대회는 청년 창업가들이 사업계획과 아이템을 발표, 시연하는 오디션 방식으로 오는 1, 2차 경진대회를 통해 총 30개 팀을 선발한다. 1차 경연에서 선발된 40개 팀은 약 3개월간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창업 지원을 받은 후 2차 경연을 통해 최종 30개 팀이 선정된다. 2022년 첫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3회를 맞은 골목창업 경진대회는 지난 2년간 총 57개 팀(’22년 30개 팀, ‘23년 27개 팀)을 선발해 9억 3,000만 원 상당의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올해는 1차 경진대회에서 창업단계별(예비·초기 창업가)로 별도로 심사를 진행해 창업 준비 상황에 맞게 세심히 심사하고, 서류·면접단계에서 ‘융합형’, ‘골목상생형’ 가산점을 신설해 다양한

J-FOOD 비즈니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