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맛남] 2023년을 뜨겁게 달굴 새 얼굴

요 몇 년 사이 다이닝 업계에서 유독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키워드 한 가지, 바로 페어링이다.

 

레스토랑마다 개성 있는 와인 페어링 메뉴부터 한국적 식재료에 양식 퀴진의 유의미한 페어링, 아트와의 마리아주, 발효식품과 칵테일의 참신한 만남, 바텐더와 셰프, 전통주 페어링까지. 바야흐로 페어링 전성시대를 맞이한 듯 보인다.

 

 

퀴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컨템퍼러리 레스토랑부터 발효를 주제로 한 칵테일 바까지. 2023년을 뜨겁게 달굴 뉴 플레이스 5곳을 소개한다.

 

미식, 예술로 태어나다! 아츠 클럽 서울(Arts Club Seoul)

 

 

지난 11월 초 청담동 SSG 푸드마켓 이면도로에 일견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프렌치 다이닝 바가 오픈했다. 아트 ART 와 단체가 사용하는 장소나 건축물을 뜻하는 클럽 CLUB 을 조합한 업장명에는 음악, 미술, 건축, 가구, 꽃, 오브제, 와인 그리고 요리가 융합하여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의미를 녹여냈다.

 

김동규 셰프는 국내외 유수 업장에서 18년간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으로 런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헤스턴 블루먼솔>, 국내 프렌치 레스토랑 <다이닝 인 스페이스>를 거치며 정통 프렌치 퀴진이 몸에 밴 요리사다.

스타터부터 메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메뉴는 정통에 입각해 클래식한 프렌치 기법으로 담아낸다.

 

와인 리스트는 <스와니예>, <무오키>에서 경력을 쌓은 홍경식 소믈리에가 담당하며, 유러피언 스타일의 메뉴와 매칭하기 좋은 구대륙의 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 위주로 선정했다. 베르나르도 BERNARDAUD , 리모주 LIMOGES , 리차드 지노리 RICHARD GINORI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플레이트와 우손 갤러리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아트 컬렉션, 셰프가 런던 시절에 구입한 가구및 오브제를 활용하여 모던하게 완성했다.

 

 

한 폭의 회화 작품처럼 플레이팅된 ‘푸아그라 빠떼와 단감’은 <헤스턴 블루먼솔>의 시그너처 메뉴인 ‘미트 프루트 MEAT FRUIT ’의 오마주 메뉴다. 봉화에서 수급한 생오리간 푸아그라 빠떼와 사워도우를 함께 낸다.

 

동그랗게 뭉친 푸아그라 빠떼는 홍시 퓌레로 겉을 씌워 감을 형상화했으며, 함께 곁들인 단감 처트니의 달콤함이 고소한 푸아그라의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 뵈르 블랑 소스를 곁들인 ‘생선’은 바다 내음 그윽한 해산물 요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알라카르트 메뉴. 사프란과 모시조개를 베이스로 한 뵈르 블랑 소스 위에 구운 제철 생선을 올리고, 시금치 퓌레와 프랑스의 허브 리큐어 샤트르뢰즈로 만든 거품을 곁들였다.

 

  • 아츠 클럽 서울(Arts Club Seoul)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48길 52-4 지하1층(청담동)

 

 

오감을 자극하는 코리안 타파스 바, 블그레(Blgre)

 

 

‘봉주부’ 김봉수 셰프가 지난 12월 가로수길 이면도로 골목에 코리안 타파스 바 <블그레>를 새로 오픈했다. 업장명은 빛의 삼원색 블루, 그린, 레드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삼원색의 교집합인 흰색처럼 한국식 퀴진을 새롭게 표현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타파스 형태로 제공되는 요리는 ‘음식디미방’, ‘정조지’ 등의 고조리서 속 레시피를 토대로 하되, 현대적인 터치를 더해 재해석했다.

참새우 반죽과 김치를 뭉쳐 만든 ‘김치 고로케’와 청고추로 만든 고추장과 검정콩 소스에 무친 ‘오징어초회’가 대표적인 예다.

 

 

셰프는 ‘익숙함 속 섞음과 삭힘’이라는 모토 아래, 파주 장단콩으로 만든 간장과 된장, 직접 담근 김치 등 발효 식재료를 십분 활용하며,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키고자 고춧가루 사용을 배제하고 곡물 본연의 풍미가 느껴지는 현미유를 요리유로 활용한다. 특히, 밀가루는 더불어농원 권태옥 농부의 ‘앉은뱅이 밀’을, 쌀은 우보농장 이근이 대표의 ‘화도’를 사용하는 등 식재료 수급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화이트 톤의 실내 공간은 ‘지속가능한 가치’를 중시하는 셰프의 철학을 담아 플랜테리어로 스타일링했으며, 아르떼뮤지엄 클로드 CLADUE 작가의 미디어아트를 전시해 공간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프라이빗하게 꾸며진 5층 공간은 추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라운지 바로 운영할 예정이다.

 

 

화단처럼 꾸민 접시에 담긴 ‘겨울 한입 요기’는 겨울 제철 재료로 완성한세 가지의 아뮈즈 부슈다. 냉면을 롤 형태로 풀어낸 ‘냉면말이’와 바삭한 타르트 셸 위에 국수처럼 올린 ‘오징어초회’, 김치와 참새우 반죽을 튀겨낸 ‘고로케’로 구성했다. 미니 장독대에 담은 동치미는 담백한 국물 맛으로 모든 한입 요기 메뉴로 적당하다.

 

양배추와 홍합, 프로슈토, 페코리노가 조화를 이룬 ‘양배추와 홍합 된장소스’는 이곳의 대표 메뉴. 양배추 속잎은 기름에 8-10시간 천천히 익히고, 겉잎은 기름에 튀겨 파래 가루를 묻히고 된장과 홍합, 발효 양배추를 배합하여 감칠맛과 산미, 해산물향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플레이버의 소스와 함께 낸다.

 

  • 블그레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75길 101-4 4층

 

칵테일에 빠진 제철 식재료, 참 제철

 

 

<바 참>, <바 뽐>에 이어 임병진 바텐더가 지난 10월 서촌에 오픈한 세번째 업장. <바 참>의 자매 격 공간으로, 한국의 식음료 문화를 표현하면서 보다 실험성 강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바 참>에선 국내 지역별 특산물과 우리 술이, <바 뽐>에선 과일과 채소류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업장은 ‘제철’과 ‘발효’가 키워드다. 3개월마다 바뀌는 메뉴는 제철 식재료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을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알렉산더 인 시즌’은 한국인이 겨우내 즐겨 먹는 고구마와 김치의 조합을 칵테일로 풀어냈다.

 

 

우리나라 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발효는 바텐더가 직접 만드는 테파체, 콤부차, 진저 비어, 김치 등으로 구현되어 잔에 담아낸다. 계절에 따라 그에 맞는 제철 식재료를 먹어왔던 우리 조상들처럼 ‘자연스러운 칵테일’을 만들고 싶다는 바텐더는 공정을 통해 품질을 표준화한 재료보다는 자연 그대로 자란 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신맛이 강한 레몬이나 너무 익은 감 같이 맛의 변수가 될 만한 재료를 받으면 배합을 조절하는 식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메뉴 중 한 가지는 논알코올로 준비하며, 총 5-6개인 메뉴를 반 잔씩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코스도 마련했다. <바 참> 계열의 바답게 메인 출입문과 바 테이블은 참나무로 꾸몄으며, 바테이블은 어디에 앉든 가까운 거리에서 바텐더와 소통할 수 있도록 둥글게 만들었다.

 

 

2월까지 선보이는 겨울 메뉴 ‘알렉산더 인 시즌’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조합인 고구마와 김치를 칵테일로 표현한 독특한 메뉴다. 고구마, 잣, 우유를 블렌더에 넣고 간 뒤 위스키를 섞은 기주에 바짝 말린 백김치와 고춧가루를 가니시로 올려 완성했다.

 

고구마의 구수하면서도 달달한 맛과 김치의 시원하고 매콤한 맛을 칵테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지난 가을 메뉴 ‘아도니스 인 시즌’은 홍시가 통째로 들어간 칵테일. 아도니스는 셰리 와인과 베르무트를 기주로 하는 클래식 칵테일인데, 베르무트 대신 감으로 만든 청도 지역의 와인을 활용했다.

 

우리나라에서 포도 이외의 재료로 만든 와인을 주재료로 활용했다는 것이 특징. 가니시로 가을과 겨울 사이의 대표적인 환절기 재료인 유자의 잎을 올려 시트러스하면서도 흙 향을 살렸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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