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오늘] 고기 요리와 한국 술의 이유 있는 만남

모든 술이 그렇듯 한국 술 또한 한식에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양식, 일식, 동남아 요리를 파는 식당에서도 심심치 않게 한국 술을 발견할 수 있다.

똑같이 쌀로 빚어도 어느 지역의 쌀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한 번 술을 빚는 단양주인지 세 번, 다섯 번 빚는 삼양주나 오양주인지에 따라, 혹은 빚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다채로움. 여기에 한국 와인까지 가세하며 페어링의 한계와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여름 제철 식재료와 고기로 차린 건강한 밥상과는 어떨까? 앞선 기획에서 소개한 연령별 고기 요리 추천 레시피를 바탕으로 최정욱 소믈리에가 각 요리에 맛도, 활력도 한층 더 불어넣을 한국 술을 매칭했다. 페어링 공식에서 벗어난 신선한 매칭부터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매칭까지, 세심하게 차린 여름 드링크 테이블이다.

 

 

소고기옥수수영양밥 × 좋은술 천비향 약주

밥은 물론 반찬과도 어울리는 오양주

 

밥과 어울리는 주류 추천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함께 곁들이는 반찬이나 국, 찌개 조합은 물론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들어 내는 영양밥이나 솥밥 같은 하나의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고기옥수수영양밥은 옥수수의 달큼한 맛과 터지는 식감, 약간 질긴 듯이 씹히는 척아이롤의 질감이 맛의 포인트다. 그리고 곡물이지만 전분이 분해되며 씹을수록 단맛이 도는 밥의 풍미까지 음미하며 먹는 이 요리는 약간의 산미와 함께 입안에서 시원한 느낌이 감도는 약주와 잘 어울릴 듯하다.

 

 

게다가 보통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특성상 밥에 장아찌나 김치, 가벼운 국물을 곁들여서 먹을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한식의 재미는 역시 반찬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복합적인 맛이 아니겠나. 짭짤한 장아찌, 김치와도 위화감 없이 마실 만한 약주 중 깊은 맛을 내는 삼양주나 오양주 정도가 좋을 듯하다. 그중 경기 평택에 위치한 ㈜좋은술의 다섯 번 발효해 만든 오양주, ‘천비향 약주’를 추천한다. 밑술을 만들고 거기에 쌀을 더하고 다시 발효하는 과정을 다섯 번이나 반복해 만든 오양주인 천비향 약주는 시큼하면서 단맛이 적고, 알코올 도수는 16도로 꽤 높다.

 

 

다섯 번 발효하는 과정에서 쌀에서 나온 다양한 꽃 향을 비롯해 은은하게 퍼지는 복합적인 아로마가 매력적이다. 소고기옥수수영양밥의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장아찌와는 다른 방식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또 영양밥에 빠지지 않는 간장 양념장과도 잘 어울리겠다. 고기에 양념하고 밥을 안치다 보면 송글송글 땀이 맺힐 것 같은 여름, 시원한 천비향 약주 먼저 한 잔으로 식사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밥이 익어가길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마음도 익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동남아식 비프누들샐러드 × 아침이슬포도원 고서 레드와인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는 캠벨 와인

 

입맛을 잃기 쉬운 더운 여름날, 밥숟가락 뜨는 것조차 귀찮은 날, 요깃거리로 국수만 한 것이 없다. 국수에 토핑을 올려 후루룩 먹다 보면 한 그릇 뚝딱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식 비프누들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함께 지방질이 적고 살코기가 많은 홍두깨살로 만들어 영양까지 고려한 요리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준다. 담백하지만 고기를 사용했고, 피시 소스, 고수 등 허브 향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가벼운 맥주나 약주보다는 풍부한 맛의 레드와인을 추천한다.

 

‘담백한 국수에 레드와인?’ 페어링의 정석에서 벗어난 매칭이라는 의문을 갖는 와인 애호가도 있을 테지만, 한국 와인은 페어링 패턴이 무의미할 정도로 다채로운 매칭이 가능하니, 소믈리에의 추천을 한 번믿어보길 바란다. 추천 와인은 전남 담양에 위치한 아침이슬포도원의 유기농 캠벨 포도로 만든 ‘고서 레드와인’이다.

 

아침이슬포도원은 포도 이랑 사이로 밀을 재배해 덩굴식물인 포도 뿌리가 옆으로 자라나지 않고 깊이 내리도록 관리한다. 또 약 20년간 유기농을 고수해 땅 고유의 힘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보통 캠벨 와인은 종종 와인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여우향이라고 말하는 화사한 꽃 향이 두드러지는데, 고서 레드와인은 여타 캠벨 와인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철저한 온도와 습도 조절을 통해 지하 숙성고에서 3년 이상 숙성 후출시하기 때문에 튀는 향이 거의 없고 단맛이 돌지 않는 것. 산에서 벌목한 참나무를 불에 그을린 후 숙성 탱크 안에 넣어 오크 향이 배어들게 하는 것 또한 다른 양조장과 구별되는 방식이다. 동남아식 비프누들샐러드와 강하지 않은 레드와인의 조합.

 

 

이 오묘한 어울림을 경험해보시길. 국수 한 그릇 더, 와인 한 병 더마시게 하는 것이 이 조합의 유일한 단점이라고나 할까. 산도가 튀지 않고, 떪은 타닌감이 거의 없으며 보디감이 가벼운 특징을 가진 한국 와인이기에 가능한 페어링이다.

아마 가벼운 피노누아, 가메 품종으로 만든 부르고뉴 남쪽의 보졸레 와인을 연상하면 조금 이해가 빠를 듯하다. 더운 여름인 만큼 레드와인이지만 차갑게 칠링해서 마실 것을 추천한다.

 

근대제육쌈밥 × 한강주조 나루 생막걸리 6도

속이 든든해지는 막걸리 페어링

 

종종 업장이 분주해 식사를 놓치는데, 그럴 때면 맛이 풍부한 에일 맥주나 생막걸리 한 잔을 대신한다. 열량이 밥한 그릇과 맞먹어 식사 대용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역시 술만 마시는 것은 재미도 없고 입맛과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술한 잔에 어울리면서 때를 놓친 식사에 위로까지 얹어줄 요리가 필요하다.

 

근대제육쌈밥은 식사로도, 안주로도 매우 좋은 요리다. 잘 데친 근대 위에 매콤한 제육볶음, 고슬하게 지은 밥을 넣고 먹기 좋게 한입 거리로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기에도 제격이다. 이런 요리에 어울릴 만한 한 잔이라면 단맛은 약하지만 풍미가 풍성한 생막걸리가 좋겠다. 요즘 자주 먹는 막걸리는 서울 지역 특산주인 한강주조의 ‘나루 생막걸리’다.

 

잠깐 지역 특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쌀 외에도 우리나라 지역의 특산물을 사용해 만든 술에 부여되는 명칭인데, 약간의 세금 혜택도 제공된다. 그만큼 우리 농산물 소비에 좋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풍토에 맞고 농민의 생업이기도 한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신토불이를 넘어서, 생물의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환경, 생명공학으로서 농업을 이해한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나루 생막걸리는 서울 쌀을 사용해 술을 만든다. 아마 TV CF를 통해 접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힙해 보이는 작업복에 아파치 머리를 한 양조자들이 성수동을 누비며 막걸리를 마시는 광고로 꽤 유명세를 탔다.

 

‘표문 막걸리’ 등 여러 회사들과 협업한 인기 상품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본이 되는 나루 생막걸리 6도는 900ml 대용량에 모던한 이미지의 레이블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1.5도 버전을 더 좋아하지만, 오늘의 추천 요리인 근대제육쌈밥과 먹기에는 가벼운 6도 생막걸리가 더 어울릴 듯하다.

 

 

사실 제육볶음은 약주, 탁주, 와인, 브랜디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두루 잘 어울리는 요리다. 맵기에 따라, 혹은 어떤 채소나 허브를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페어링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나루 생막걸리의 담백한 맛과 풍부한 향을 즐기려면 조금 더 맵게 만드는 것도 좋다. 밥에 쌀로 만든 막걸리를 매칭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지 않냐고 반문한다면, 근대제육쌈밥의 밥을덜 넣거나, 막걸리를 덜 마시면 될 일이다.

 

가장 알맞은 술을 추천하는 것이 소믈리에의 일이기도 하지만, 먹고 마시는 일에 대해 너무 따지고 들면 사실 재미가 없다. 충분히 즐기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좀 더 뛰면 그만이다. 일단, 오늘은 매콤한 근대제육쌈밥과 나루 생막걸리의 조화를 음미해보시길.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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