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라이프]12월의 PLACE '콩 따라 팥 따라' 겨울 미식

12월의 절기 미식 여행 주제는 콩으로 만든 메주와 팥이다. 한겨울을 넘긴 선조들의 지혜를 되짚어보며, 현대에도 즐길 수 있는 메주와 팥 요리들을 살펴본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밀양아리랑 1절에는 ‘동지섣달’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동지는 한 해 중 가장 밤이 긴 절기이며,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을 말한다. 즉, 일 년 중 가장 춥고 밤이 긴 날에 님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담긴 구절이다. 한겨울을 맞는 12월의 절기가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의미를 지닌 대설大雪은 농한기에 접어드는 시기. 가을에 수확한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해 식량 걱정이 없을 때라 조상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대설은 메주 쑤는 때이기도 하다. 김장을 마친 조상들은 일손을 놓지 않고 가을에 수확한 누런 콩을 부지런히 삶아 메주를 띄웠다. 푹 삶은 콩을 절구에 찧어 네모지게 만든 후, 짚을 깔아 메주를 말렸다. 덕분에 집집마다 구수한 메주 향이 진동했다. 메주를 잘 만들어야 한 해 반찬의 밑천이 되는 장맛이 제대로 나기에 갖은 정성을 기울였다.

 

대설이 지나고 다가오는 절기는 ‘완전한 겨울冬에 이르렀다至’는 동지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때문에 태양이 부활한다고 여겨 조상들은 동지를 ‘작은설’로 삼았다.

 

이때 꼭 챙겨 먹은 음식은 팥죽. 팥의 붉은색이 악귀를 쫓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팥죽을 사당에 올리거나 장독, 대문, 뒷간 등에 뿌리며 다가올 새해가 평안하길 기원했다.

또한 찹쌀을 동그랗게 뭉친 새알심을 팥죽에 나이 수만큼 넣어 먹었는데, 새알심은 태양을 상징했다. 선조들은 설날에 떡국을 먹듯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다.

이런 주술적인 의미를 넘어, 의학적으로 살펴봐도 팥은 겨울에 이로운 작물이다. 한의학에 따르면, 팥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심장의 기운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12월의 절기 미식 여행 주제는 콩으로 만든 메주와 팥이다. 콩을 발효시켜 한 해 동안 두고두고 먹을 저장 음식을 만들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팥죽을 먹으며 한겨울을 넘긴 선조들의 지혜를 되짚어보며, 현대에도 즐길 수 있는 메주와 팥 요리들을 살펴본다.

 

TASTE OF MEJU

동치미막장 된장찌개 by 발우공양

메줏가루에 발효를 촉진시키는 부재료를 넣고 단기간 숙성시켜 먹는 속성장은 겨울철 된장이 떨어졌거나, 잔치 등으로 갑자기 많은 양의 장이 필요할 때 만들어 먹곤 했다.

 

 

<발우공양>의 김지영 조리장은 강원도에서 겨울철에 동치미 국물을 넣어 만든 속성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동치미막장’을 만들었다. 메줏가루에 동치미 국물과 고추씨 가루를 섞어 1개월간 숙성시킨 장이다.

일반 된장보다 염도가 낮아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시큼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마지막에 동치미막장을 풀면 시큼하면서도 담백한 막장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발우공양(BALWOO GONGYANG)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사찰 음식 전문점. 사찰에서 면면히 전승되는 조리법으로 만든 수행 음식의 전통과 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사찰 음식의 특징인 채소만으로 이루어진 요리로 코스가 구성되며, 요리에 사용되는 모든 장은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직접 담근다. 선식, 원식, 마음식, 희식, 법식 등 5종의 코스 요리로 구분해 계절에 따른 제철 음식을 선보인다.

 

TASTE OF MEJU

항정살 페퍼 메주 파스타 by 페어링룸

쿰쿰하면서도 진한 메주의 향과 된장의 구수함. 이런 개성을 부드럽게 살려 서양의 식재료와 어우러지게 할 수는 없을까?

‘항정살 페퍼 메주 파스타’는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요리. 콩을 삶아 메주로 빚어 4-6일 두면, 발효가 막 시작되어 시큼함이 약간 느껴지는 상태가 된다.

 

 

이것을 된장, 생크림과 섞어 소스로 만들었다. 그리고 된장국에 흔히 들어가는 청양고추 대신 블랙페퍼와 타임 등의 서양 향신료를 항정살에 입혀 매콤한 맛을 더했다. 크리미한 된장 소스를 머금은 마팔디네 면을 입안에 넣으면 말캉하게 씹히는 메주콩 알갱이의 식감이 재미있다.

 

  • 페어링룸(PAIRING ROOM)

동양과 서양의 맛을 페어링한 요리를 선보이는 이노베이티브 퀴진. 리소토에 보리굴비를 찢어 올린 ‘보리굴비 녹차 리소토’, 리소토를 강한 불에 구워 주먹밥으로 만든 ‘야끼 오니기리 리소토’ 등 동양과 서양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믹스한 이색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식사에 가볍게 곁들이는 글라스 와인을 매일 새로운 리스트로 선보이는 것도 이곳의 장점.

 

TASTE OF REDBEAN

찐빵 단팥죽 by 연희단팥죽

담백하고 부드러운 팥은 쫀득쫀득한 떡이나 찐빵과 환상의 궁합이다.

<연희단팥죽>은 찐빵이나 인절미 등을 단팥죽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국산 팥만을 고집해 정성 들여 쑨 팥죽이다.

 

 

만드는 과정이 꽤 번거로운데, 팥을 깨끗한 물에 씻어내고 삶는 과정을 두 번 이상 반복해야 사포닌 성분이 없어져 아린 맛과 쓴맛이 약해진다고. 이후 오랜 시간 죽을 쑬 때는 수분 조절이 관건. 이곳만의 노하우로 촉촉하면서도 감칠맛 있는 팥죽을 완성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죽에 폭신한 찐빵을 찍어 먹다 보면 어느새 추위는 저 멀리 달아나버린다.

 

  • 연희단팥죽(YEONHI DANPOTJUK)

단팥죽을 메인으로 한 여러 가지 메뉴를 다루는 카페.

찐빵 단팥죽, 인절미 단팥죽 외에도 각종 견과류와 아이스크림을 얹은 단팥죽, 직접 만든 팥 앙금을 얹은 눈꽃팥빙수, 찹쌀 옹심이를 넣은 동지팥죽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팥죽을 쑤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을 고집하며, 천일염과 고급 설탕으로 절묘하게 간을 맞춘 단팥죽은 차갑게도 판매해 사계절 내내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TASTE OF REDBEAN

앙버떡 by 정애맛담

폭신한 설기 떡이 달콤한 팥소와 고소한 버터를 감쌌다.

세 가지 재료의 맛과 식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앙버떡’은 주인장이 팥앙금과 버터를 넣은 빵인 ‘앙버터’를 먹다가 거친 식감의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떡을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개발한 퓨전 떡이다.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고 두부, 당근, 카스텔라 등의 재료로 각각 색을 낸 멥쌀 설기 사이에 팥소와 고메 버터를 두툼하게 넣었다. 굵은 팥알의 식감이 살아 있는 팥소와 함께 오독오독 씹히는 견과류, 프랑스산 발효 버터가 주는 고소하고 짭짤한 풍미가 ‘단짠’의 조화를 이룬다.

 

  • 정애맛담(JUNGAEMATDAM)

부모님이 20년간 운영하시던 이수역 부근 남성시장 <민속 떡집>을 이어받은 남매가 ‘따뜻한 사랑으로 맛을 담다’라는 의미의 <정애맛담>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전통떡은 물론 젊은 층들의 입맛도 사로잡는 퓨전 떡도 선보이는 곳.

앙버떡을 비롯해 사색 인절미, 갈릭 콘치즈 설기 등의 퓨전 떡은 독특함과 이색적인 맛으로 SNS에서 화제가 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 배송도 가능하다.

 

TASTE OF REDBEAN

호두·팥 양갱 & 팥라테 by 마가렡

한천과 설탕을 졸여서 팥 앙금과 배합해 만드는 양갱. 어른들이 좋아하는 옛날 간식으로 통했던 양갱이 ‘뉴트로’ 열풍을 타면서 젊어지고 있다.

녹차나 홍차를 넣은 이색 양갱을 차와 함께 즐기거나, 초콜릿 대신 블록 형태의 양갱을 멋스럽게 포장해 선물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

 

 

<마가렡>은 그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곳. 오랜 시간 졸여 만든 수제 양갱은 쫄깃하고 단단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을 지녀 쉽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여기에 팥 앙금의 달콤함을 고소한 우유에 담은 팥라테를 곁들이면 오후의 출출함을 채워줄 든든한 간식상이 완성된다.

 

  • 마가렡(MAGARET)

​‘Better than Chocolate’을 외치며 우리 디저트인 양갱을 메인으로 다루는 코리아 레트로 디저트 숍이다.

자극적인 단맛을 줄이고, 건강한 재료를 활용한 수제 양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쫀득한 찰떡이 씹히는 찰떡·흑임자 양갱과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밌는 무화과·단호박 양갱 등 이색 양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레트로 느낌이 나는 상자에 정갈하게 담은 선물 세트도 인기 만점이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바앤다이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barnd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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