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150억 투입된 기능성원료은행, 문제는 ‘실효성’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달 ‘기능성원료은행 구축 공모사업’의 사업자로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하 식품진흥원)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식품진흥원은 오는 2023년까지 ‘기능성원료은행’을 구축하게 된다.

 

해당 사업은 기능성식품 원료의 국산화와 올 하반기부터 시행이 법제화된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을 목적으로 추진된다. 2023년까지 150억 원이 투입되며 기능성식품 원료의 생산, 보관, 공급을 위한 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이후 ‘기능성원료은행’은 ▲ 신규 기능성원료 개발 ▲ 기능성원료 생산·공급 ▲ 기능성원료 산업화 플랫폼 구축 ▲ 기능성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기능성원료은행은 국산 기능성식품 원료 활용 촉진과 안정적 공급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에 반해 기능성식품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능성원료은행이 도입되면 이를 통해 원료 수입대체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울러 국내 수요에 맞춰 원료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식품진흥원은 예전부터 기능성식품평가지원 센터와 기능성식품 제형센터 조직을 운영해 왔다. 또한 몇 년 전부터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2,000㎡ 규모의 HACCP 적합 원료 보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기능성 식품 평가 지원센터에서 기능성 원료를 발굴하면 원료중계공급센터를 통해 원료를 보관 및 유통하고, 파일럿 플랜트에서 제품의 가공을 진행한다.

 

이런 시설과 시스템을 기능성원료은행에서 종합적으로 활용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되리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기능성 원료 은행이 표준화된 국산원료 수급부터 최종 제품화까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지원체계를 개선할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정작 주 고객이 돼야할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이런 ‘기능성원료은행’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기능성 원료 단가를 낮추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반종자은행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을 다루는 기능성원료은행의 구축과 운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능성 원료 트렌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산업과의 연계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부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전망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특히 정부 주도 원료은행에 구비할 수 있는 것은 홍삼, 비타민 등 고시형 원료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러한 원료들은 이미 일부기업들이 시장을 지배 중이거나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수익성 저하와 상품경쟁력 약화가 심화된 부분들이 많다. 다시 말해 기능성원료은행에서 고시형 원료를 구비한다고 해도 업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건강기능식품 판매의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헛개나무추출분말, 헤모힘 등 개별 인정형 원료는 연구개발 기업이 6년간 독점적 권한을 가진다. 거기에 6년 이후에도 제품화 개수에 따라 이 권한을 이어 갈 수 있어 기능성 원료은행이 이들 원료를 보유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 하다.

 

이 밖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진흥원은 지난 2018년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를 국내 농산물로 대체하기 위해 기능성 농식품 자원 실태 조사사업을 펼쳐왔다. 조사를 통해 17개 기능성 원료에 대한 136개 대체소재 후보군을 발굴했지만 아직 식약처 인정을 받은 소재는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능성원료은행이 제시한 자체 연구개발 후 최종 산업화의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능성원료은행 설립의 취지는 이해한다. 다만 일선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원료의 공급이 아닌 새 원료 개발과 관련된 지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식품진흥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능성원료은행의 목적이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제 활성화’에도 있다고 변명했다.

 

기능성원료은행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대답보다는 부가적인 목적에 대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또 그는 기능성원료은행의 실효성은 중대형 업체뿐 아니라 이들 소형 업체들의 요구와 필요도 판단해서 생각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는데 이 역시 맥이 빠진다.

 

기능성원료은행을 운영하여 국가적 수준에서의 원료 확보와 대체 원료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인데, 원료 확보가 가능한 부분에 한해 소형업체들의 요구에 응하겠다니 그 내실에 다시금 의문을 가지게 된다.

 

 

2023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기능성원료은행의 출발과 설립 자체에 반대를 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정말 필요하고 업계에서 수요가 높은 원료들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기관이 돼야한다.

 

또한 이미 대기업에서 원료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 이런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질 때 자연스럽게 일반식품들의 기능성 표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퍼져 나갈 것이다.

 

업계에서 외면당하며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기제, 소형 업체들의 평이한 원료 요구에만 대처하는 기능성원료은행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정부와의 긴밀한 협업과 준비로 보다 실효성 있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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