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여행] 한 접시의 요리, 여행의 목적이 되다-2

 

장소에 대한 기억을 지배하는 식당들이 있다. 지역을 속속들이 방문한 것도 아니건만,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그곳의 토양과 계절을 말해주는 듯한 특별함을 선사하는 곳. 제철 식재료와 특산물로 접시 위에서 지역을 빛내는, 오직 이곳을 위해 여행을 떠나도 좋을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 다섯 곳을 소개한다.


부산 기장의 재료로 지속 가능한 다이닝을 꿈꾸다 - Ambiance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곳, 해녀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기장의 풍경 속에 ‘지속 가능한 미식’을 꿈꾸는 컨템퍼러리 한식 다이닝 <엠비언스>가 있다. 엄현주 오너 셰프가 기장의 신선한 식재료를 탐구하며 로컬과의 조화를 요리로 풀어내는 공간이다.

 

지역 농업, 어업, 소매업자와 긴밀하게 협업해 다시마, 미역 등 기장의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고, 재료가 품은 이야기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내기 위해 셰프의 소임을 다한다. ‘식재료가 모든 맛의 출발점’이라는 요리 철학 아래 절제 되고 섬세한 자연의 균형을 담아내어 대접한다. 문승지 디자이너의 ‘팀 바이럴스’와 2년간 논의한 끝에 완성한 공간에도 기장의 계절과 지역성이 스며들어 있다.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 정원, 땅과 가까이 호흡하는 구조의 건물을 완성한 것. 그윽한 멋으로 무드를 완성하는 도자기 조명과 와인 칠링 볼은 과거 가마 터였던 기장의 역사를 반영해 제작했다. 공간과 미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여행자에게 기장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되어줄 것이다.

 

 

기장을 선택한 이유는.

 

기장 출신 남편을 만나 자연스럽게 이곳 음식 문화에 스며들었다. 특히 직접 키운 작물을 밥상에 올리시는 시어머니에 게서 로컬리티와 팜투테이블의 근본을 체득했다. 기장은 산과 바다, 해녀촌과 어촌이 공존하며 다채로운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보물 창고다. 이곳의 신선한 재료로 ‘로컬’을 담아내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일었다.

 

지속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나.

 

지속가능성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어야 한다. 지역의 어부와 농부, 소매업자와 긴밀하게 소통해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는 건 신선함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탄소배출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체 농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재배하고, 레스토랑 정원에서 허브, 꽃 등을 키워 요리에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봄이 되면 팀원들 각자 키우고 싶은 작물로 작은 텃밭을 만들고 수확해, 함께 운영하는 <마가진 카페>의 메뉴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조리 과정에서도 껍질, 줄기, 뿌리, 심지어 마른 잎까지 발효하거나 오일, 파우더, 육수로 만드는 등 식재료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제로웨이 스트를 지향한다.

 

대표 메뉴를 소개한다면.

 

‘가든 샐러드’는 제철 채소가 지닌 본연의 순수한 맛을 담은 한 접시 다. 농장에서 갓 수확한 계절 채소를 그대로, 또 구워서 조화롭게 담고 매실장아찌 드레싱으로 간을 최소화해 각 계절이 선사하는 맛을 고스란히 전달 한다. 샐러드 속 별미는 호박잎쌈이다.

호박잎쌈 안에 두부, 백김치, 지리산 자보리, 된장무침나물로 속을 채우고, 기장 부추로 엮어 완성했다. 백김 치와 매실장아찌, 장아찌를 만들고 남은 절임액 으로 발효 산미와 염도를, 된장 나물과 쌈 겉면에 바르는 유장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자보리가 톡터지는 쫀득한 식감을 주면서 맛의 구조에 입체감을 더한다.

 

 

기장을 방문할 여행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것’은.

 

기장의 바다와 해풍이 만들어낸 식재료의 진정한 풍미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하 다. 기장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 만든 멸치찌개 같은 로컬 음식은 이 지역의 역사를 함께한 대표 메뉴다. 기장 꼭지미역도 꼭 맛볼 것. 염장하지 않고 해풍에 말린 어린 미역의 꼭지 부분으로, 국으로 끓이면 뽀얀 국물에 묻어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 다. 일반 미역보다 영양가도 훨씬 풍부해 산모용 으로 사용한다.

 

  • 엠비언스
  •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내리1길 10
  • 0507-1370-3441

해녀의 삶, 한 편의 극이 되다 - Haenyeo Kitchen

 

제주 조천읍 북촌리, 다려도가 내려다보이는 포구 앞에 특별한 ‘극장식 레스토랑’ <해녀의부엌 북촌점>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제주 해녀 집안 출신의 김하원 대표가, 해녀들의 주 수입원인 뿔소라의 판로를 개척하고 그들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든 두 번째 무대다.

 

첫 번째 ‘종달점’이 방치된 뿔소라 어판장을 개조해 해녀의 생애를 무대 위로 올리고 뷔페식으로 해녀 밥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면, 이곳 ‘북촌점’에서는 미디어아트라는 기술을 더하고, 한 타임당 14 명씩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코스 메뉴로 경험의 밀도를 높였다. 공간의 중심에는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불을 쬐며 쉬던 둥근 돌담 공간 ‘불턱’을 형상화한 테이블이 놓여 있다.

 

식사 공간과 무대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현직 해녀와 청년 예술인이 빚어내는 제주 바다와 삶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바닷속 혹은 마을 풍경이 펼쳐지며 몰입감을 더하는 미디어아트까지. 오감으로 체험하는 로컬 다이닝의 새로운 미래를 목격하게 된다.

 

 

제주의 지형과 스토리를 메뉴에 어떻게 녹여냈나.

 

애피타이저인 ‘우영팟’은 텃밭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사계절 따뜻해 언제든 채소를 얻을 수 있는 제주 밭을 표현했다. 이어지는 ‘바당 코스’에는 북촌리 앞바다의 ‘다려도’ 이야기가 담긴 다. 보이지 않는 바위인 ‘려’가 많아 이름 붙은 곳으 로, 그만큼 수심이 깊고 해산물이 풍부하다. 뿔소 라, 성게 등의 해산물을 돌미역, 된장 소스와 함께 쌈으로 먹는 요리를 제공한다. 그 외 흑돼지와 꽃멜젓 소스를 활용한 ‘불턱 코스’, 구좌 지역 당근을 활용한 디저트 등 해산물 외에도 대부분의 재료를 제주도 내에서 수급해 요리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식재료 수급에 어려움은 없나.

 

바다의 변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해녀 삼춘 (이웃 어른을 부르는 제주말)들의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체감한다. 올해는 군소나 톳이 거의 나지 않았고 돌문어 수급도 어려워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단순한 물량 확보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이 식재료를 어떻게 지키고 기록해야 할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해녀의부엌>이 정의하는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

 

폐해녀복을 의자로 만들고 해양 쓰레기로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 환경적 실천이라면, 문화적 실천은 기록과 전승이다. 해녀의 수가 급격히 사라져가는 현실에 그들 삶의 방식을 기록하고 공연과 음식이라는 언어로 세상에 알려 이 이야기가 더 오래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이러한 기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미디어아트다.

 

해녀들이 오가는 수심 5-20m의 어둡고 깊은 바닷속은 말로만 전달하 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명 · 영상 · 음향을 활용해 해녀의 시야, 호흡, 수압 변화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여기에 배우 출신 내레이 터가 전체 흐름을 이끌고, 실제 해녀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몰입감을 한층 강화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11월 말, 싱가포르 신규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종달점과 북촌점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콘텐츠 리뉴얼을 진행 중이 다. 해외와 국내 프로젝트가 동시에 전개되는 만큼, 각 지역에서 운영한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 해녀의부엌 북촌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9길 31번지
  • 064-783-1225 ​

※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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