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OOD] 우리 디저트로 즐기는 달콤한 시간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면서도 밥을 그리 먹고 떡을 또 먹느냐는 말을 듣고, 버터를 듬뿍 넣어 구운 쿠키나 케이크의 기름진 고소함에 비해 한과의 검소한 달콤함이 심심함으로 치부된다.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져 가장 전성기를 이룬 조선시대를 보면 왕실에서는 조다, 주다, 만다, 야다로 하루에 무려 네 번의 다과상을 챙겼다. 왕실만 못하지만 민가에서도 경사스러운 날이면 떡과 한과를 괴어 될 수 있는 한 푸성지게 올렸고, 잔치가 끝나면 손님 손에 들리고 주변 이웃과 나눴다. 뿐인가, 잔칫상 아니더라도 봄이면 진달래 따다 화전을 지지고 쑥떡을 빚고, 여름에는 떡이 쉴까 막걸리까지 동원해 반죽하고 쪄 먹었다.

시간이 흘러 전통이라 불리게 된 이 옛 일상이 잊혀진 때, 다시금 오늘의 삶에 들여 놓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시도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막걸리로 반죽한 찹쌀을 동그랗게 빚어 기름에 지져내는 주악, 곡물 가루를 둥글납작하게 빚어 소를 넣고 지지는 부꾸미, 생강즙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세갈래로 꼬아 튀긴 매작과, 찐 밤을 으깨 꿇을 넣고 반죽해 밤톨 모양으로 빚은 율란….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알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이름들을 재료나 만드는 방식에 따라 가지를 쳐 나가기 시작하니 그 종류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실제로 식문화학자 윤서석 교수의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 전해온 떡은 총 2백50여가지 정도이고, 김규흔 국가 지정 한과 명인에 따르면 한과 역시 2백54가지로 나뉜다고 하니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형태도 이름도 다른 떡과 한과를 모아 만드는 방식과 재료를 면면이 살펴 보니 한 가지 공통점도 발견됐다.

 

바로 뭔가를 빼거나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채식이라는 점. 나아가 꿀 대신 조청이나 엿기름을 쓰면 완벽한 비건식이 된다. 지금껏 채식 트렌드에서 비중 있게 언급되지 않았던 게 신기할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채식이 더 이상 대체식으로서의 개념이 아닌 일상적인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서양의 디저트가 유제품이나 달걀의 대체물을 찾는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치가 이미 우리의 것에 있었던 것.

 

여기에 근본을 지키면서도 현대의 기술과 감각을 접목하는 한식 디저트 카페와 숍, 서양의 문법에 치우쳤던 디저트에 한식의 색채를 입혀가는 한식 파인 다이닝의 노력들이 더해지고 있는 바. 다시금 오늘의 일상이 될 준비를 마치고, 나아가 또 하나의 한식 문화로 해외에서 소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꿈틀댄다.

 

실제로 지난 11월 도쿄 다이칸야마에서 서울 디저트 팝업 ‘스윗 서울’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그 가능성을 엿 본 「바앤다이닝」. 올해 11월 파리와 뉴욕에서 또 한 번의 무대를 준비했다. 그에 앞서 검소한 달콤함은 오히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되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모양새는 한 상에서 어울림의 미학으로 발휘되는, 한식 디저트의 아름다운 가능성을 소개한다.


한식 디저트의 종류

 

한식 디저트의 종류는 크게 곡물 가루로 익혀 만드는 ‘떡’, 곡물은 물론 과일이나 식물의 뿌리 등을 주재료 삼아 꿀, 엿, 조청 따위를 섞어 만드는 ‘한과’,차, 배숙, 수정과처럼 술 이외의 모든 기호 음료를 총칭하는 ‘음청류’가 있다.

그리고 떡은 익히는 방식에 따라 찌는떡, 삶는떡, 지지는떡, 치대는 떡으로 나뉘며 다시 재료와 만드는 방식에 따라 전통적으로 2백50여 가지, 현대에 만들어진 것까지 더하면 3백50여 가지에 달한다. 한과 역시 재료와 만드는 방식에 따라 유과, 유밀과, 정과, 숙실과, 엿강정으로 나뉘고 이들은 다시 2백5십여 가지로 파생된다.

 

점차 일상에 스며 들고 있는 한식 디저트이지만, 하나 하나 이름을 부르고 나니 다시 한 뼘 멀어진다.

떡, 한과, 음청. 이를 통칭하는 단어로 ‘한식 디저트 KOREAN DESSERT’라는 단어를 선택한 건 이렇듯 아직은 우리에게도 낯설고 외국인에게는 더욱 낯선 세계를 친숙한 언어로 소개하기 위한 시도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백문이불여일견. 수많은 한식 디저트 중 오늘날의 우리가 보다 쉽게 접하고 즐기는 대표 품목들을 모아 소개한다.


유과

유과류

찹쌀가루에 술을 넣고 반죽해 찐 떡을 모양 잡아 건조하고, 이를 기름에 지진 뒤 엿물이나 꿀 등을 입혀 고물을 묻혀 만드는 유과류. 모양에 따라 보통 네모 편편하게 썰어낸 것은 ‘산자’, 그보다 작고 가늘게 썬 것을 ‘강정’이라 하는데 근래에는‘ 유과’로 통칭해 사용하고 있다. 묻히는 고물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약과

유밀과류

꿀과 기름으로 반죽한 밀가루를 기름에 튀겨 꿀에 담가두었다 먹는 유밀과. 가장 대표적인 ‘약과’는 반죽을 펴서 반으로 자르고 겹치는 과정을 반복해 겹겹이 층을 만든다. 모양을 낸 뒤에는 공기 구멍을 뚫어 고루 익힌다. 


사과정과 & 도라지정과

정과류

 

과일, 견과, 뿌리채소를 꿀에 재거나 조린 정과는 제철 과일을 오래 저장하는 한 방법이었다. 장시간 조려 속이 말갛게 비치는 것을 좋은 정과로 친다. 꿀에 조리고 말리는 과정은 같되 재료 손질 방법이 저마다 다른데, ‘도라지정과’는 도라지 껍질을 벗긴 뒤 뿌리를 다듬고, ‘사과정과’는 사과를 최대한 얇게 썰어 준비한다.


율란

숙실과류

 

과실이나 식물 뿌리를 익혀 꿀에 조려 만드는 숙실과는 재료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만드는 ‘초炒’와 익힌 후 으깨서 다시 본래 재료의 모양과 비슷하게 빚는 ‘란卵‘이 있다. 대표 숙실과인 ‘율란’은 찐 밤의 속을 파낸 후 체로 걸러 곱게 내리고, 이 가루를 꿀로 반죽해 밤 톨 모양으로 빚는다. 밑부분에 계핏가루를 묻혀 밤의 고소함에 알싸한 계피 향을 더하거나, 잣가루를 묻혀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엿강정

엿강정류

 

다양한 견과류, 곡식 등을 볶거나 열을 가해 물엿이나 조청을 끓인 시럽을 넣고 버무려 서로 엉기게 한 후 반듯하게 펴 살짝 굳혀 썬다. 주로 흑임자, 들깨, 참깨, 검정콩, 잣, 호두 등을 쓰는데, 사실상 재료의 제약은 없고 건과일을 함께 넣어 식감의 변주나 색다른 맛을 더하기도한 다. 영양가 높은 한과로 예전에는 세찬으로 마련해아이들에게 덕담과 함께 내어주기도 했다.


설기 & 두텁떡 & 증편

찌는 떡

 

‘찌는 떡’은 찌는 방식에 따라 다시 종류가 나뉘는데, ‘설기’는 그중 가장 기본 형태로 멥쌀가루에 물이나 설탕물을 넣고 체에 내린 뒤 시루에 쪄낸다.

‘두텁떡’은 찜통에 볶은 거피팥고물을 깔고 밤, 호두, 계피, 유자, 꿀 등을 넣어 만든 소와 찹쌀가루를 소복하게 얹은 뒤 다시 팥고물로 덮어 찐 궁중떡. 두터운 모양 그대로 하나하나 떠낸다. 부풀려 찌는 떡인 ‘증편’은 술을 넣어 반죽을 부풀린 후 증편 틀에 넣어 쪄 ‘술떡’이라고도 한다. 갖가지 고명을 올리거나 소를 넣어 다양한 맛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인절미 & 절 편

치는 떡

 

올리거나 소를 넣어 다양한 맛을 연출할 수도 있다. 한 차례 쪄낸 떡을 절구 혹은 안반에 놓고 쳐서 만드는 떡은 쫄깃함이 남다르다. 찰기가 없는 멥쌀로 떡을 만들어 잘라내는 ‘절편’이 쫀득쫀득한 비결도 바로 이 치대는 과정에 있다. 치는 떡 중 가장 대중적인 ‘인절미’는 잘 불린 찹쌀이나 가루를 쪄서 떡메로 친 후 모양을 만든 뒤 콩고물을 묻힌다. 잡아당기면 끊김없이 주욱 늘어날 만큼 찰기가 많다.


주악 & 부 꾸미

지지는 떡

 

경단 & 오 메기떡 삶는 떡달콤 쫀득하니 한입거리 디저트로 제격인 ‘주악’은 찹쌀을 막걸리로 반죽해 동그랗게 모양을내고 기름에 지져낸 후 조청을 바른다. 찹쌀가루나 차수수 가루, 밀가루 등의 곡물 가루를 둥글납작하게 빚어 소를 넣고 지져내면 ‘부꾸미’가 된다. 소는 계핏가루와 깨를 꿀로 반죽한 것이나 거피팥소를 주로 쓰지만 넣지 않기도 하며 식용꽃이나 밤채, 대추채 등을 고명으로 얹기도 한다.


경단 & 오 메기떡

삶는 떡

 

‘경단’은 찹쌀가루 반죽을 밤톨만 한 크기로 동그랗게 빚은 후 끓는 물에 동동 띄워 삶아 팥가루, 콩가루, 녹두 가루 등 다양한 고물을 묻힌, 삶는 떡의 대표적인 종류다. ‘오메기떡’은 제주 지역에서 본래 술을 만들고 남은밑떡에 고물을 묻혀 만들어 먹던 것으로 지금은 빼놓을 수 없는 지역 명물이 됐다. 물이 잘 빠지는 화산섬의 특성상 벼농사 대신 조나 보리 농사를 지으면서 이를 활용한 음식이 발달했는데, 오메기떡도 차조 가루 빚은 반죽을 끓는 물에 삶은 후 팥이나 콩고물을 묻혀 만든다.


​배숙

숙수

 

얇게 저민 생강과 통후추를 박은 배를 설탕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끓인 후 충분히 식으면 생강을 건져낸 뒤 꿀로 당도를 맞춘다. 후추는 마지막 고명으로만 사용하기도 한다. 궁중에서 겨울철 건강 음료로 즐겨 마시고는 했는데, 차갑게 해서 마시면 여름철 더위 해소에도 그만이다. 담백한 떡에 곁들여 먹거나 후식 차로 즐겨도 좋다.


수정과

숙수

 

조선 시대에 화채, 식혜 등을 포함해 국물이 있는 정과류를 통칭하던 말이었다. 요즘은 생강, 계피 끓인 물에 설탕과 꿀을 넣고 식혀 곶감, 잣 등을 띄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본래 정월 설 무렵 만들어 겨울철 바깥에 내어놓았다가 차갑게 먹던 음료지만, 환절기나 겨울에 따뜻하게 데워 즐기기도 한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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