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오늘] 식재료가 보여주는 반전의 묘미

 

창작은 확고한 자기 신념을 요한다.

최근 국내 미식 신에서 국적과 장르를 불문한 여러 셰프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맛의 응축을 통해 재료 본연의 풍미를 강조하는 다이닝 바부터 숨겨진 멕시코 미식 문화를 발굴하는 멕시칸 파인 다이닝, 전통문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한식 디저트 카페까지. 새로운 미식의 색을 발산하는 10월의 뉴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멕시칸 퀴진의 미식적 깊이, 에스콘디도

 

 

F&B 그룹 ‘몰리노프로젝트’에서 큐레이션한 네 번째 업장 <에스콘디도>가 8월 공개됐다. 멕시칸 비스트로, 길거리 타코, 멕시칸 패스트 캐주얼에 이어 선보이는 장르는 파인 다이닝이다.

 

스페인어로 ‘숨겨진’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낮은 조도, 테라코타색 벽면, 길쭉한 건물 구조가 함께 어우러져 멕시코 미식 문화의 ‘숨겨진’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멕시코 토종 옥수수, 초콜릿, 카카오 등 말린 재료는 현지에서 수급받는다.

 

 

특히 옥수수를 대하는 진우범 셰프의 자세는 장인 정신을 넘어 거의 집착적인 수준이다. 수취한 옥수수를 삶고, 분쇄하고, 반죽하고, 성형하고, 굽는 일체의 과정을 ‘방앗간’이라 부르는 센트럴 키친에서 정밀하게 관리 감독한다.

 

멕시코 식문화의 ‘시작이자 끝’인 옥수수를 가장 온전하게 소개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정성이다. 멕시코 음식의 정점이라 할 ‘몰레’에 손님이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스콘디도>의 또 다른 특징은 50여 가지에 달하는 리큐어, 칵테일 메뉴이다. 메스칼과 테킬라를 국내에서 가장 깊이 있게 다룬다. 미디어를 통해 멕시코 식문화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테킬라 샷’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아홉 가지 스몰 디시로 구성된 디너 코스는 먼저 두 종류의 토르티야를 연이어 내보낸다. 튀긴 토르티야를 부풀려 대구 콩피와 살사로 채워 넣은 ‘우니 인플라다’는 한 입 거리 스타터다. 호떡처럼 두꺼운 토르티야인 ‘전복 소페’는 멕시코 살사와 완도 전복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가다랑어포와 숯 향이 연상되는 ‘아구아칠레’의 감칠맛도, 바삭한 식감 속에서 도미의 풍미가 도드라지는 ‘피쉬 타코’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얼핏 보면 요리가 아닌 것 같은 ‘몰레 네그로’야말로 이 코스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검은 텍스처에 분명한 형체조차 없는 몰레는 지난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얻은 <에스콘디도>의 자부심이다.

핑크 쇼큘을 비롯해 쫄깃한 블루 코니코에서 담백한 레드 코니코까지,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멕시코 옥수수의 다채로운 식감은 이 코스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 에스콘디도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20길 61-7 지하 1층

 

한식 식재료가 보여주는 반전의 묘미, 에빗

 

 

2019년부터 한국 식재료에 대한 열정적인 실험을 이어오고 있는 이노베이티브 다이닝 <에빗>이 최근 확장 이전하여 ‘에빗 3.0’으로 재출발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출신의 조셉 리저우드는 지게미, 식혜 등 한국의 전통적인 식재료를 참신한 아이디어로 재해석해 선보여온 셰프다.

 

직접 메주를 빚고 간장을 담그는 등 한국식 발효와 매달 전국을 돌며 발굴하는 야생 식재료 채집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나무에 달린 훈제 고등어 요리를 채집하듯 따 먹어보세요.” 설명만으로도 그 맛이 궁금해지는 14코스의 테이스팅 메뉴에서는 식재료에 대한 셰프만의 이해와 독특한 해석이 엿보인다.

 

메인 메뉴 중 하나인 ‘오리 & 쌀밥’이 대표적인 예. 고양시 ‘우보농장’에서 재배하는 쌀 ‘귀도’로 지은 현미밥에 10일간 드라이에이징하여 숯으로 조리한 청둥오리, 찹쌀 퓌레와 된장 퓌레, 오리 뼈 쥐JUS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완성했다.

밥은 씨간장에서 나온 간장 소금인 석장으로 간을 맞추는데, 눈앞에서 석장을 가는 퍼포먼스를 직관하는 재미가 있다. 홀과 룸, 테라스로 나뉜 내부 공간은 다양한 미술품과 은은한 광택이 돋보이는 세라믹 테이블, 아트콘파우더로 마감한 데스크 등으로 세련미를 연출했으며, 장독대, 볏짚 등 한국적인 오브제로 전통의 이미지를 살렸다.

 

 

‘메주 도넛’은 실제 메주를 접시로 활용한 재치 만점의 한 입 거리 메뉴다. 주악 모양의 오메기떡을 바삭하게 튀겨낸 후 흑마늘 퓌레로 속을 채우고 콩가루로 고소하게 마무리했다. ‘별주부전’은 셰프가 한국어 공부를

 

하던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전래동화 「별주부전」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로, 목제 스토리북과 함께 제공한다. 크리스피한 우유 토스트와 녹진한 닭 간 파르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윽한 풍미를 즐길 수 있으며, 함께 곁들인 톳 피클이 셔벗 같이 입안을 상쾌하게 정리해준다.

 

  • 에빗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5 1층 EV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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