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칼럼] 외식업의 본질

외식업, 즉 음식장사는 나그네(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어떤 이유의 나그네이든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편하게 생활하던 집을 나서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 하나가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다. 나그네의 그런 고충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 전통적인 외식업이다.

 

 

그래서 초기의 전통적인 외식업은 숙박업과 병행했다. 잠을 잘 수 있는 곳에서 음식도 함께 제공하거나 음식을 파는 곳에서 숙박도 해결할 수 있는 형태였다. 과거 우리나라의 ‘주막’이 외식업과 숙박업의 대표적인 병행 형태다. 나그네들에게 술을 팔고, 국밥도 팔고, 그런 손님에게 방 한 칸 내어주곤 했다. 외국의 경우 여관이나 여인숙 등에서 같은 형태의 영업을 했다.

 

이런 형태의 전통적인 외식업이 여전히 현대사회의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의 표준산업분류에서 숙박과 음식은 대분류에서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하나의 업종으로 묶여져 있다. 그리고 중분류에서 ‘숙박업’과 ‘음식점 및 주점업’으로 나눠진다. 숙박과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식업에 대한 학문적 연구, 즉 ‘외식경영학과’나 ‘외식산업과’, ‘조리학과’ 등이 관광경영학부 또는 호텔경영학부 등에 속해 있거나 분파되어 나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실제 우리나라의 현대적 의미의 외식업은 호텔에서 시작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말하자면 외식업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즉 환대 산업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숙박업과 외식업은 분리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레스토랑(Restaurant)의 등장이다. 최초의 레스토랑은 1765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블랑제(Boulanger)라는 사람이 불어로 Re-staurants라는 이름의 스프를 팔면서 유래됐다. 블랑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선술집에서 “블랑제는 신비의 스테미너 요리를 판매 중”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양의 다리와 흰 소스를 첨가해 끓여낸 스프를 팔았다. 일종의 보양식이었다.

 

미국 최초의 레스토랑은 프랑스 이민자가 1803년에 보스톤에서 문을 열었는데, 그 식당의 이름도 ‘기운을 차리는 곳’이라는 의미의 ‘레스토레이터(Restorator)’다. 이 식당 역시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나 피로에 지쳐 건강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선전을 했다.

 

Restaurant의 어원은 ‘회복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Restaurer다. 집을 나서서 먼길 여행하느라 지친 나그네들이 원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맛있으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던 것이 전통적인 외식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레스토랑의 탄생지인 프랑스에서는 그런 음식이 곧 스프였던 것이다. 오늘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가장 먼저 내놓는 음식이 스프인 것도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푸드 소비의 핵심가치는 ‘편의성’과 ‘건강지향성’이다. 그런데 이 가치가 오래전 외식업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 인류 먹거리 시장의 보편적 가치를 읽을 수 있다. 집 나간 나그네들이 어렵지 않게 끼니를 해결하게 하되,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했듯이, 푸드 서비스의 본질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뜨내기라고 바가지 씌우는 건 외식업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나그네들이 한국의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값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 외식업자들이 외식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각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김병조 칼럼리스트(평론가)

 

 

20여년간 푸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식품외식산업 전문가 

 


푸드&라이프

더보기
'김장의 본고장' 괴산서 전국의 손맛 자웅 겨룬다...김장 경연대회 첫선
확연한 일교차에 김장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충북 괴산군이 또 한 번 전국의 이목을 끈다. 괴산군은 오는 11월 열리는 2025 괴산김장축제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전국 단위 김장 경연대회인 ‘대한민국 김장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괴산축제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올해 충청북도 최우수축제인 괴산김장축제가 향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됨을 목표로 하며 김장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회에는 괴산의 대표 농산물인 절임 배추와 청결고춧가루를 주재료로 삼는다. 김치를 주제로 한 대회는 많지만, 절임 배추를 중심에 둔 전국 단위 김장 경연대회는 이 대회가 유일하다. 괴산군은 이미 ‘김장=괴산’이라는 이미지를 오랜 시간 지켜왔다. 2013년 대한민국 김장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훨씬 전인 1996년 전국 최초로 상품화한 ‘괴산 절임배추’는 유통망을 넓히며 명성을 얻었다. 절임배추와 함께 김장에 필수적인 청결고추는 이제 괴산을 대표하는 브랜드 농산물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괴산김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문화와 체험, 경연이 어우러진 종합축제로 도약한다. 특히, 첫선을 보이는 ‘대한민국 김장 경연대회’는 지역과

비즈니스 인사이트

더보기
경기도일자리재단,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신규 기업 모집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오는 10월 20일부터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신규 기업을 모집한다.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경기도가 함께 조성한 창업지원 공간이다. 창업자에게 사무공간과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해 경기도 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재단에 따르면 매년 진행되는 전국 단위 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획득하며 사업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선정된 기업은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일자리재단 내 공용 사무공간과 사무기기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창업 교육, 전문가 자문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인 ‘선택형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선택형 사업’은 ▲지식재산권 출원 ▲홍보마케팅 ▲인증 획득 ▲시제품 제작 등 기업의 단계별 성장에 맞춘 지원을 제공한다. 신청은 10월 20일부터 10월 23일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신청 대상은 공고일(9월 2일) 기준 경기도에 주소를 둔 1인 창조기업 예비 창업자 또는 창업 7년 이내의 경기도 내 주 사무소를 둔 창업자다. 재단은 이번 모집을 통해 창업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식품외식경영포럼

더보기

J-FOOD 비즈니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