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타노다이(旗の台)역 인근 골목 주택가에 작년 11월 새로운 형태의 고깃집이 오픈했다.
바로 도쿄 중앙도매 식육 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고기와 유기농 야채 구이를 주력 메뉴로 한 ‘야끼니꾸 호르몬 카네야’이다. 매장의 주인은 김일수 사장이다.

김 사장은 창업 전 음악 활동을 하며 와인 소믈리에 자격을 따는 등 하며 다양한 직종을 경험했다. 밴드 생활을 접고 4년간 고깃집에서 일해오다 자신의 가게를 열고 싶단 생각에 창업을 준비했다.
뮤지션에서 고깃집 사장으로
김 사장은 평생 음악을 생업으로 삼아온 뮤지션이었다. 음악 활동에는 만족했지만 유지비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어쩔 수 없이 밴드 활동을 접게 됐다. 다른 일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김 사장은 마치다의 한 불고기 가게 앞에 줄이 늘어진 모습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원래는 고깃집을 기피했다. 친척 중에 고깃집을 하는 분이 있었는데 옆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직업으로선 두려움이 컸다. 밴드 생활이 끝나고 생계를 고민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것이 공교롭게도 아카본포(いが本舗)라는 곳이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기에 그 당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워낙 붐비는 매장이라 이유가 알고 싶은 호기심도 있엇다.”
4년 동안 일하면서 주방에서 혹독하게 일을 배웠다. 시간이 지나니 고깃집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다. 그 후론 2년간 부점장으로 일하면서 가게 경영도 익혀갔다. 창업을 결심하곤 키타 시나가와에 있는 곱창구이 가게로 일터를 옮겼다.
죽이 척척 맞는 든든한 동업자
김 사장이 창업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든든한 동업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동업자인 다이사쿠 씨는 곱창구이를 배우러 들어간 가게에서 인연을 맺었다. 김 사장에겐 무엇보다 다이사쿠 씨의 접객 능력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음식점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게 된다. 좋은 고객도 있으나 대응하기 껄끄러운 고객도 많이 만나기 마련이다. 다이사쿠씨는 어떤 고객이 와도 반드시 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오랜 경험과 친화력 있는 성격으로 고객에게 다가갔다.
또한, 다이사쿠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디자인을 전공해 의상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매장의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담당했다.
“음식점은 맛 만큼이나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 고깃집 주방에서 일하며 요리를 하는 법은 익혔지만 고객 응대는 취약한 점이었다.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다이사쿠 씨도 가게를 그만둔다는 말을 듣고 바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
김 사장은 ‘야끼니꾸 호르몬 카네야’의 식자재 선정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메뉴 구성안 등을 다이사쿠씨와 의논해 결정해 가고 있다.
‘맛있게’, ‘양 많이’, ‘싸게’가 경영 모토
‘야끼니꾸 호르몬 카네야’는 가족 고객을 겨냥한 고깃집이다. 기획 단계에서 지역 밀착적이며 많은 손님이 모여 북적북적한 매장을 컨셉으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자녀들과 외식을 나온 가족이 좋은 고기를 푸짐하고 저렴하게 즐기는 것에 초점을 뒀다.
개업 전 물류 구입처 선정에 특히 주력했다. 한 업체에서 일괄 구매를 하면 편하지만 김 사장은 고기 종류와 부위에 따라 구입처를 별도로 선정했다. 때로는 생산자의 농장까지 찾아갔다. 갈매기살, 대창, 갈비 등 간판 정육 메뉴가 700~1300엔 사이로 저렴하지만 품질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또한, 다이사쿠씨가 제안한 유기농 야채 구이(880엔) 역시 ‘야끼니꾸 호르몬 카네야’의 대표 메뉴이다. 시즈오카 현 후지 노미야시의 ‘홀 어스’ 농장에서 주문하며 무, 당근 등 야채의 색조가 선명한 것만을 엄선해 가져온다.
구운 야채 외에도 김 사장이 고집해서 넣은 냉면, 소 뼈를 7시간 동안 끓여 우려낸 국물로 만든 갈비탕, 곰탕 등 한식도 사이드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반찬으로 먹는 김치, 깍두기, 오이(380엔)도 찾아 볼 수 있다.

주류 메뉴는 가족이 모이는 매장답게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종류가 주를 이룬다. 얼음 레몬 샤워, 삿포로 생맥주, 막걸리 등이 있다. 고기와 어울리는 레드, 화이트 와인은 4종류씩 보유하고 있다. 시기에 따라 맛있다는 평이 있는 주류를 선택해 정기적으로 바꿔준다.
김 사장의 목표는 장래에 한국에 일본 스타일 불고기 가게를 역수입하게 하는 것이다. 먼저 하타노다이점을 본 궤도에 올려놓고, 여기를 기점으로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김 사장은“하타노다이 지역에 가게를 몇 군데 더 내고 싶다. 같은 고기라도 조금씩 즐기는 방법이 다르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고기의 원조는 한국이다. 익히는 방법부터 일본과는 차이가 크다. 일본의 셀프 방식 불고기가 한국에서도 통할지 언젠가 시험해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