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들의 몸집이 작아지고 있다. 경의선숲길, 익선동, 서울대입구쪽 샤로수길 등 뜨는 골목길 상권에는 테이블이 몇 개밖에 안 되는 작은 매장들이 수두룩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황이 깊어지면서 외식시장에 ‘스몰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스몰창업이란 점포 평형을 최대한 줄이거나 시설 등을 경제적인 수준으로 해서 투자비를 낮춘 창업을 말한다.
점포형 창업에서는 분식집이나 배달치킨점이 아닌 다음에는 일정한 매장 규모를 가져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특히 전문 식당업의 경우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 점심, 혹은 저녁으로 한정되어 있어 매장 평수가 너무 적으면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외식소비 감소, 1인가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몰창업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인상ㆍ소비 감소...외식업계, 생존 위한 '다이어트' 한창
50평대 이상 중대형 규모로 출점하던 외식 브랜드 또한 ‘콤팩트’하게 변하고 있다.
직영점 위주의 대형매장을 고집해왔던 ‘모스버거’는 지난해부터 몸집을 줄이고 가맹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테이크아웃 매장인 ‘모스버거 익스프레스’는 현금을 받지 않는 카드 전용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잠실 새내점을 첫 매장으로 대형마트 내 숍인숍 등으로 매장 수를 확대하고 있다.
10~15평 규모로 창업 가능하며 모스버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버거 5종을 선정, 메뉴 간소화로 가맹점주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세계 1위 카레전문점 ‘코코이찌방야’ 또한 기존 4~50평 규모 이상의 캐주얼 레스토랑 타입과는 다른 실속형 창업모델을 출점하고 있다.
코코이찌방야의 실속형 창업모델은 10~15평 규모로 매장 사이즈와 메뉴 가짓수는 줄이는 대신 배달과 테이크아웃, 내점을 결합시켜서 판매 채널을 다각화한 것이 특징이다.
배달주문 시 정해진 완제품 외에도 치킨, 카라아게, 일품돈카츠 등 인기 토핑만을 별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크기 줄인 대신 판매채널 다각화에 집중
배달과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예비창업자의 초기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축소 버전 브랜드 론칭에 적극적이다.
이미 ‘놀부보쌈’, ‘스쿨푸드’, ‘돈치킨’ 등이 배달과 테이크아웃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배달과 테이크아웃, 내점을 결합시켜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한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SF이노베이션은 대표 브랜드인 스쿨푸드를 축소한 ‘스쿨푸드 딜리버리’를 선보였다. 스쿨푸드 딜리버리는 배달 앱에서 주문 건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배달 전문이기 때문에 별도의 홀 면적이 필요하지 않아 창업 자금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SF이노베이션은 올해 창립 18주년을 맞은 올해 스쿨푸드 딜리버리를 가맹점 확대에 가장 크게 기여할 브랜드로 꼽고 가맹점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놀부는 놀부보쌈을 재해석한 ‘놀부족발보쌈 익스프레스’를 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였다. 놀부족발보쌈 익스프레스는 최소 10평부터 창업이 가능하고 메뉴 역시 놀부보쌈의 스테디셀러 메뉴를 중심으로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놀부는 콤팩트한 점포를 선호하는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삼겹살 브랜드 삼겹본능, 분식전문점 공수간 등을 숍인숍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삼겹살 배달 브랜드인 삼겹본능과 공수간은 숍인숍 브랜드로 육성한 후 지난해에만 기존 가맹점의 추가출점이 46개로 늘어났다.
돈치킨도 딜리버리 전문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했으며, 원할머니보쌈으로 알려진 원앤원도 배달 삼겹살 전문점 ‘핑크돼지’를 운영 중이다.
또한 스몰창업 모델의 경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뒀다. 콤팩트한 주방과 과학적인 동선 설계뿐 아니라 키오스크(판매대나 소형 매점)를 활용해 인건비를 줄이는 한편 건물의 외부구조에 심혈을 기울여 고객 유입율을 높이고 있다.
덥밥 전문점 바베더퍼는 바(BAR) 형태의 인테리어에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시스템을 갖추면서 1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장수 분식 프랜차이즈인 ‘김가네’도 점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 도입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매장 면적과 메뉴 축소는 물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축소 움직임도 거세다. 작은 매장은 일정한 매출까지는 부부가 아르바이트생 한, 두 명만 두면 운영할 수 있어 고정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자영업자 부채비율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속에 안전창업을 희망하는 스몰창업 열기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