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은퇴자들의 소득 절벽이 더 아찔하게 다가오고 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 동안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인구 효과가 나타났고, '앙코르시니어'로 불리는 60대 이상의 베이비붐세대들은 은퇴자금을 기반으로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전체 사업자 가운데 중장년층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에 20%를 넘기며, 10% 초반에 그친 청년 창업 비중 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자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종 선택. 그렇다면 어떤 업종을 선택해야 할까.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중장년층의 경우 창업이 실패할 경우 재기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충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하고자하는 업종에 대한 사전조사는 기본이고, 창업자금,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 성향, 성격, 가족관계, 과거경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 강도 낮은 서비스·판매업종 적합
일반적으로 노동 강도가 낮아 시니어들에게 추천되는 업종으로는 카페, 아로마토탈숍, 탈모테라피, 건강식품판매점, 유기농전문점, 그리고 세탁편의점, 스크린골프방, 스크린야구장 등의 서비스업종도 있다.
홍삼, 흑마늘, 흑도라지, 동충하초, 산삼배양근, 약쑥 등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건강식품전문점과 유기농식품점의 경우 고객층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어서 같은 연령대와 교감이 잘 이뤄지므로 시니어 창업으로 꾸준히 각광받고 있다.
건강식품과 각종 한방차를 판매하는 한방카페도 인기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퓨전 건강 차나 푸딩, 젤리 등의 형태의 건강 디저트 제품이 출시되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 가고 있다.
여성의 경우 남성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업종의 폭이 넓다.
은퇴 시니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업종은 단연 ‘카페’다. 유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이미 시장이 성숙 포화기라는 말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좀처럼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취업이 어려운 자녀와 함께 공동 창업하는 퇴직자들도 늘어나고 있어 젊은 층의 카페 창업 선호와 맞물려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외에도 떡 카페,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과 향초 등을 판매하는 아로마토털숍, 새치염색방, 가발전문점, 의류점, 패션주얼리, 액세서리 전문점 등 다양한 업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외식업은 가급적 프랜차이즈로
외식업에 관심이 간다면 개인 창업보다는 본사의 인력파견 시스템이나 조리 간소화 물류 시스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프랜차이즈는 매출 관리 시스템이 고도화돼 있고, 식자재들이 완성된 형태로 가맹점에 제공되므로 창업 준비가 수월하다. 식당 운영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주방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시니어들의 경우 한식창업을 선호한다.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유행을 타지 않고 매출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 때문에 창업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한식이 갖는 ‘건강’이란 컨텐츠에 패스트푸드의 '스피드’, 여기에 가성비까지 갖춘 한식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단품메뉴의 전문화도 요즘 한식의 핵심 트렌드다. 이는 인건비 인상, 원재료비 절약과도 관련이 깊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식문화 변화로 잡다한 찬류를 걷어낸 원 플레이트 음식선호는 한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한식당들은 기존 메뉴에서 반찬수를 줄여 단순화, 소형화, 전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국밥, 곰탕, 국밥, 감자탕, 육개장, 칼국수, 쭈꾸미, 시래기국, 닭갈비 등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는 전문한식당들은 패스트푸드점 뺨칠 정도로 간소한 주방을 자랑한다.
‘반부재 사장형 업종’도 노년층 창업으로 알맞다. 매장 운영을 책임질 전문 직원을 채용해서 매장 운영을 맡기고 창업자는 가끔 매장에 들러서 매출 현황을 보고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패스트푸드전문점, 카페, 피자전문점, 편의점, 베이커리 등은 매니저 체계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또한 모험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브랜드 지명도가 높은 프랜차이즈와 블루칩 업종, 깔끔하고 현대적인 업종을 선호한다.
글로벌 다국적 브랜드, 모(母)브랜드가 이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성공한 브랜드, 대기업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많이 운영해 본사 자금력이 튼튼한 업종 등이 블루칩 창업 업종에 속한다.
‘실버 to 실버’ 아이템도 인기
고령 창업자가 고령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 to 실버’ 창업은 창업자가 고객의 요구를 가장 잘 알고 이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홀몸노인 가정을 방문해 간호를 해주는 ‘실버시터 사업’, 실버용품 전문점에 카페, 스파 등을 결합한 ‘실버전용 멀티숍’이 대표적이다.
실버용품전문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관심을 모아오다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사업화되고 있다. 아직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인터넷과 결합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다. 이 업종의 성공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매장 분위기다. 기존 실버숍이나 장의용품점이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가 어두운 매장 분위기에 있다는 것을 파악, 실내를 패션 쇼핑몰처럼 밝고 깔끔하게 꾸미는 것이 포인트다.
임대형 사업도 주목할만 해
실버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임대형 사업은 경영에 대한 부담이 적고 육체적으로 덜 힘들다는 점으로 인기가 있다. 최근엔 스터디, 워크숍 룸으로 공간을 대여해주는 카페업종,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 도시형 민박사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간임대형 사업은 가족이 함께 경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대형 사업의 특징이 24시간 운영이기 때문이다.
도시민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 총면적 230㎡ 미만의 아파트, 단독ㆍ연립ㆍ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소로 지정받아 임대 영업이 가능하다. 구청 신청 후 에어비앤비, 비앤비히어로, 코자자 등 소셜 숙박사이트에 간단히 이용 정보만 등록하면 쉽게 빈방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다.
귀향형, 전원형 사업도 인기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그리워하는 경향 때문인지 창업 아이템으로 자연과 관련된 것을 선택하는 예가 많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높은 임대료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투자비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지방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남는 여유자금으로 창업을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 지방의 경우 임대료 권리금이 적게 들어 서울보다 창업비를 절약할 수 있다. 또 경쟁도 서울보다 낮다는게 장점. 자영업은 물론 귀농 등 다양한 창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귀농의 경우 농업대학 입학 등을 통해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점의 경우 양식보다는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신토불이 한식집을 선호하는 경향 두드러진다. 그러나 비용 면에서는 임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 건축과 창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부담이 클 수 있다.
강태봉 대표의 시니어 창업 조언
1. 경력을 창업에 최대한 활용한다. 관리능력, 마케팅, 기획력, 서비스 등은 성공 창업으로 가는 밑거름이 된다.
2. 현재 보유한 창업 자금보다는 창업 비용이 저렴한 창업 아이템을 선택한다. 퇴직금이나 저축예금 등 투자금이 풍부하더라도 예비비를 따로 저축해 두어야 초기 매출 부진에서도 안정성을 찾을 수 있다. 취직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할 수 있지만, 창업은 매장을 오픈하면서부터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3. 예전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은 과감히 떨쳐 내야 한다. 서비스업의 특성 상 상명하복식 직장 문화와는 다르다. 종업원의 성향과 예전 직장 후배들의 성향이 다른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내성적인 스타일이라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전환해야 하며, 생각과 현실에는 항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5. 창업을 서두르지 말자. 6개월 또는 1년 이상의 창업 준비 기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은 제2의 인생이므로 최대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