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사이트]맛에 대한 외고집으로 백년 가게 초석을 다지다, '유천냉면' 최도현 대표

우리나라 외식업의 수명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짧게는 6개월 길어봤자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쏟아지고 있다. 식문화는 우리의 삶을 넘어 문화관광 자원으로서도 소중한 유산이다. 여행을 가기 전 맛집을 검색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장수 매장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82년 문을 열어 올해로 37년이 된 장수 냉면집이 있다.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유천냉면은 겨울에도 물냉면을 먹으려는 손님으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유천냉면을 이끌고 있는 최도현(43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국토부 공무원 냉면집 대표가 되다

최 대표는 원래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이었다. 2008년 유천냉면 창업주이자 어머니인 우화자 대표의 건강상 문제가 생기며 주변에서 물려받으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형이 구리에서 직영점을 하고 있었지만 여건 상 본점을 함께 책임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유천냉면 브랜드가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선뜻 공직 생활을 내려놓기 쉽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는 최 대표가 장사하는 것을 강하게 만류했다.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속이 시커멓게 타는 고달픈 일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1년간 고민한 끝에 최 대표는 유천냉면을 맡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나왔다.

 

◆ 매일 회사로 돌아가는 꿈꿔

자수성가한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편하게 운영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천냉면으로 출근하고 최대표는 2년간은 회사 사표 수리가 안 됐으니 다시 돌아오라는 꿈을 꿨다. 그 정도로 젊은 나이에 매장을 책임지는 중압감, 처음 경험한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무엇보다 직원 간의 관계가 어려웠다.

 

어느 날은 갑자기 직원 30여명이 한꺼번에 그만둔다고 통보를 해왔다. 갑작스런 상황에 최 대표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전긍긍하던 최 대표와 달리 어머니는 그럼 다 그만두라고 하라며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능력만큼만 팔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 뒤로 최 대표는 작은 사무실에 앉아 직원들 사직서를 전부 작성했다. 정작 사직서에 서명을 한 건 퇴직을 주도한 2명뿐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유천냉면에 남아 일하는 길을 택했다. 공무원 마인드가 남아있던 최 대표는 이번 일을 겪으며 사업을 하는 배짱을 키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조리를 배울 필요성을 느꼈다. 직원과 함께 조리 일을 배우니 매장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운영에 자신이 붙은 후 가맹점 오픈, 메뉴 개발도 직접 맡고 있다.

 

◆ 장수매장에 젊은 DNA를 심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대박 매장이 놓치기 쉬운 점이 고객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음식점에 맛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최 대표는 고객 만족을 위해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다. 여성 고객이 편하게 냉면을 먹을 수 있도록 앞치마는 물론 머리끈을 카운터와 매장 곳곳에 비치해 뒀다.

 

또한, ‘엄마아빠도 배고프다’는 컨셉으로 아기냉면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어린 자녀와 함께 와 냉면을 덜어주면 막상 성인이 배불리 먹기엔 양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단순히 냉면을 조그만 그릇에 소분해 주는 것이 아닌 특별히 더 저염식으로 만든다. 아기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찾아가는 SNS 마케팅 역시 최대표가 도입한 아이디어 중 하나다. 고객이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천냉면 방문 후기를 남기면 직접 메시지를 보내 맛,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고 쿠폰을 선물한다.

 

완벽한 위생관리는 유천 냉면의 자랑이다. 2013년부터 5년 연속 서울시 위생등급제 최고등급인 트리플에이를 받았다. 고객 만족과 직원에게 더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현재 호텔식 주방으로 개보수를 앞두고 있다.

 

◆ 맛에 대한 후퇴는 없어

현재 유천 냉면의 명성을 있게 해준 맛에 대한 후퇴는 없었다. 유천냉면만의 소스를 만드는 특급 양조간장만을 고집하며 고춧가루 품질도 깐깐히 관리한다. 2011년부터 품질을 균일하게 지켜온 거래처 한곳하고만 거래를 하며 고추 굵기, 종자까지 신경 써 주문을 넣는다. 유천냉면이 1년간 소비하는 고춧가루양은 5톤이 넘는다.

 

냉면과 함께 겨울에 먹는 온반도 대표 유천냉면의 메뉴다. 새로운 메뉴 도입 필요성을 느낀 최 대표는 2015년에 능라도, 평양 온반 등을 먹어보러 다니며 우리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개발했다. 온반은 육개장과 비슷해 보이나 생 야채를 넣고 끓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출시 후 고기 고명에 변화를 주며 지금의 얼큰온반, 맑은온반을 완성했다.

 

유천냉면은 서울시가 인증한 저염실천음식점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음식의 적정 염도를 우수하게 실천하는 음식점에 선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 저염실천 업소 인증을 받은 식당은 24곳에 불과하다.

 

◆ 백년가게 초석을 다지다

 

최 대표는 유천 냉면의 앞으로 길을 백년가게로 정했다. 최근 노포의 장사법 등 장수 매장에 대한 책에 빠져 있다. 일본은 이미 100년 이상 된 노포가 많은 나라다. 긴자에는 노포 100개가 만든 모임인 '긴자백점회'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과 역사를 가긴 음식점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0년 이상 된 음식점을 선정해 백년가게로 육성에 나섰다. 또한, 서울시는 보존 가치 있는 음식점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 중이다. 왕십리 대도식당, 서울시청 진주식당 등이 선정된 바 있다.

 

유천냉면도 이들의 뒤를 잇기 위해 풍납본점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고풍스러운 옛 분위기를 유지하며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는데 주안점을 뒀다. 최 대표는 “시대가 흐르면 원재료 상태도 변하기 때문에 맛을 그대로 내는 일이 쉽지 않다. 끊임없이 맛을 연구해 최대한 비슷한 맛을 내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백년 가게로 가는 초석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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