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는 당시 사양 산업이었던 '서커스'를 새로운 장르로 발전, 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새로운 상품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에 잘 나가던 제품과 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바뀌는 것은 시장경제의 숙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내면 레드오션, 사양산업 안에서도 '대박'의 꽃은 피울 수 있다.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외견상 공급과잉이라 해도 시장에서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는 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실례로 국내 독서실 사업의 경우 지난 50여년 간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다 최근 2년 사이 ‘무인스터디카페’로 새롭게 등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에서는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의 보고서를 통해 사양산업에서 불루오션을 일으킨 일본 기업과 제품을 소개한다.
80% 이상 기업이 폐업한 식기 시장에서 생존한 기업의 전략은?
철저한 고객 타기팅 전략 주효
일본식 식기인 와쇼키(和食器) 시장은 외식산업의 발달, 인구 감소, 저가 제품 범람 등으로 사양길을 맞고 있다. 절정기에는 1만2,000개사였던 와쇼키 전문 판매기업은 현재 2,000개사로 감소해 80% 이상의 기업이 폐업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 소재 식기 전문 판매기업인 주식회사 키쿠야(菊屋)는 경영 차별화 전략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기업이다.
1952년 설립, 종업원 286명인 키쿠야의 가장 두드러진 경영전략은 판매점포의 입점 전략이다. 47개 전 점포가 본사 겸 창고로부터 반경 30km 안에 위치하도록 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깨지기 쉬운 식기는 운송비가 비싸 물류 효율화는 매우 유효하다.
일본 와쇼키 시장은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제품과 100엔숍에서 주로 판매되는 저가 제품으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키쿠야는 품질이 좋으면서 고급제품보다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주축으로 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키쿠야는 ‘3~5인으로 구성된 가족’이 즐겨 찾는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해 고객 타깃팅을 명확히 하고 있다. 키쿠야의 47개 판매점포 중 45개를 대형 쇼핑몰 내에 두고 있다.
점포별로 판매하는 제품 라인업 구성을 각 점포의 점장에게 일임하는 것도 특징이다. 점포별로 미세하게 다른 고객 수요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해 맞춤형으로 대응한다. 가령 신혼 부부가 많은 재개빌 지역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디자인 위주의 제품군을, 노년층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손자에게 선물할 수 있는 어린이용 식기류를 다양하게 비치한다.

키쿠야의 매출은 최근 5년 연속 증가했는데, 2019년도엔 창립 이래 최초로 28억엔(약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는 통신판매기업
일본에서도 인터넷 기반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카탈로그를 통한 통신판매는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 속에서도 사이타마(埼玉)현에 위치한 카탈로그 통신판매 전문기업 주식회사 벨루나(ベルーナ)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이이 늘어나고 있다. 벨루나는 2018년 3월 기준 매출액 1,616억엔(약 1조7,000만원)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130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적자를 기록한 2009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이 회사의 특징은 타깃을 세분화해 경쟁 기업이 손을 대지 않는 고객층을 확보하는데 있다. 댄스 의상 전문 카탈로그, 술에 특화한 카탈로그 등 전문적인 분야의 통신판매에 주력해, 현재 160종 이상의 카탈로그를 총 400만 부 발행하고 있다.
벨루나의 성장세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간호사를 대상으로 통신판매다. 이 분야는 경쟁기업이 거의 없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 일본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사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같은 병원 내에서도 간호복이나 실내화 등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다. 이들 제품의 비용은 병원이 지불하지만, 구매할 제품 선정은 간호사가 자율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벨루나는 자사가 개발한 간호사용 제품을 중심으로 타사 브랜드 제품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행하고 있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책자 ‘NURSERY’와 가격대가 높은 제품을 위주로 하는 책자 ‘infirmire’ 두 종류를 발행해 업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가 간호사용 제품의 통신판매만으로 얻은 매출액이 연간 약 80억엔(약 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카탈로그 통신판매를 이용하는 간호사 회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벨루나는 주력 업종에서 획득한 고객층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간호사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간호사 전문 전직 알선 서비스다. 일본에서 간호 인력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벨루나는 이 서비스를 2017년부터 개시해,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 경영 컨설팅 전문기업인 주식회사 TKC의 관계자는 “일본은 세계 제3위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그중 약 60%가 국내 소비로 지탱하고 있어 사양산업에도 많은 먹거리가 있다. 시장규모가 축소된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수요가 0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앞서 소개한 사양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일본 기업들의 공통점은 제품과 서비스의 타깃 소비층을 좁고 명확히 잡은 ‘철저한 고객 타겟팅’이다.
사양산업에서는 시장이나 잠재고객을 무작정 넓히기보다는 매출 및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까지 타깃을 가능한 좁히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