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희망과 기대로 시작된 무술년은 소비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업종간 과당경쟁으로 큰 어려움을 남겼다.
일본 식품·외식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소비자 세대 교체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과 소멸이 반복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식품외식경영은 국내에서 개최된 식품외식박람회와 일본에서 개최된 Gaishoku Business Week 2018 박람회 등을 통해 올 한해를 관통했던 소비 키워드를 알아본다.
가사아웃소싱과 간편식 시장
2018년 상반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식품산업 관련 뉴스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주요 키워드로 ‘가정간편식’이 꼽혔다.

1인 소비의 수혜를 얻고 급성장한 편의점은 한·일 양국 모두 동일하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국 편의점 매장 수는 4만1300여개로, 국민 1인당 매장 수는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GS25’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마트24’는 이마트 PL상품 등 강한 상품력과 신세계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문화공간과 생활공간이 결합된 차별화 된 컨셉의 편의점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금융, 택배서비스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로 편리성과 함께 도시락,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 등 식품분야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급성장 중이다. 외식 브랜드들이 편의점 형태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 업계는 과당경쟁 논란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그동안 고수해온 출점 확대 등 양적 성장 보다는 점포 당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무인결제시스템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락, 반찬전문판매업 또한 편의점과 같이 ‘1코노미시대’에 최적화 된 업종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편의점의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인의 경우 밥과 국은 따뜻하게 먹어야 한다는 음식문화로 인해 갓 지은 밥과 신선한 재료로 바로 요리한 ‘즉석 도시락’시장이 성장했다.
1인분 배달음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배달전문점도 늘어날 전망이다. 1인 삼겹살, 갈비찜, 찌개 등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혼술세트’ 및 ‘1인분 세트메뉴’가 인기를 얻을 것이다.
최근 오피스상권에서는 스내킹(Snacking)콘셉트를 도입한 매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낵킹은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식문화 트렌드로 샐러드, 샌드위치, 부리또, 스무디, 수프 등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고려한 가벼운 식사를 말한다.
20여가지가 넘는 신선한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는 ‘써브웨이’가 이에 해당된다. 매일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과 당일 공급되는 질 좋은 채소를 사용해 주문과 동시에 만들고, 메뉴의 평균 열량이 15cm 샌드위치 기준 소스류를 제외하고 약 395kcal에 불과해 직장인들의 가벼운 점심 한 끼로 인지도가 높다.
2018년 한 일 소비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키워드는 '동영상'
일본에서는 SNS인 Instagram에 올리기 위해 찍은 잘 나온 사진을 의미하는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작년부터 히트 트렌드에서 빠지지 않았던 '인스타바에' 열풍은 2018년에도 계속되었다. 사진을 찍어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음식, 이벤트, 제품, 여행 장소 등에 대한 니즈는 2019년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다른점은 단순한 사진보다 현장감을 극대화 한 동영상 컨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반숙 오므라이스를 자르면 포실포실한 달걀이 벌어지는 영상이 유행을 탔던 것처럼 최근엔 한국의 치즈 닭갈비와 한국식 핫도그가 일본 현지에서 인스타그램을 타고 유행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또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외식업계의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다. 이미지 한 장으로 정보가 쉽게 전달되는 인스타그램이 대표 플랫폼이 되면서 나온 신조어다.
다시 말해 매장 분위기, ‘플레이팅(음식이 담긴 모양)’ 등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시각적 요소를 지닌 콘텐츠들이 마케팅의 둘 도 없는 소중한 무기가 되고 있다.
음식이 곧 약, ‘테라피푸드’ 인기
방부제와 각종 화학 첨가물이 함유된 인스턴트와 레토르트 식품이 현대인들의 일상식이 되면서 면역력 저하, 불면증, 아토피, 비만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가장 자연에 가까운 상태의 음식을 섭취하고 균형 잡힌 영양소로 내 몸을 치유하고자 하는 ‘푸드테라피’ 소비현상이 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테라피푸드 성장사례로는 ‘샐러드전문점’을 들 수 있다. 주로 오피스상권에서 ‘샐러드밥’과 ‘클렌즈주스’(해독주스)를 판매, 직장인들의 테라피푸드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당근, 비트, 밀싹, 케일, 신선초, 사과 등 과일과 채소는 모두 산지직거래를 통해 산지 체류 시간을 최소화 하고 품질 또한 최고등급의 것들만 사용한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저탄수화물 메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올해의 경우 두부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가이세키 전문점’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6년 후쿠오카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74개 점포를 전개하고 있는 일본식 레스토랑 ‘우메노하나’의 경우 유바와 두부를 사용한 가이세키요리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갓 식사를 시작한 유아식도 제공해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좀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는 그린 테마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익숙한 사업을 재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토치구루메, ‘신토불이’ 메뉴 인기
몇년 전부터 일본 외식업계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고토치구루메 (ご当地グルメ). 우리말로 하면 '지역명물' 쯤 되는 단어다.
지역 특산물 활용한 요리가 큰 인기인데, 후쿠오카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토리카와야끼(鳥皮焼き)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닭껍질꼬치에 간장소스를 발라 구운 뒤 숙성하는 작업을 며칠간 반복해 기름기가 쏙 빠지고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국내 식품외식시장 또한 건강은 물론 맛까지 더해진 ‘신토불이’ 메뉴가 큰 사랑을 받으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 외식·식품업계의 새로운 전략으로 떠올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제주지역 15개 매장에서 ‘한라봉’, ‘말차’, ‘감귤’ 등 제주도 특산품을 재료로 하는 이색 메뉴를 대거 출시했으며, CJ푸드빌 ‘뚜레쥬르’는 하동 녹차, 해남 감자, 고창 흑보리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12가지 제품을 개발했다.
‘순남시래기’는 대대로 전해오던 지역의 시래기국 비법을 브랜드화해 성공한 브랜드다. 청정 지역에서 재배된 시래기를 주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역 명품 식재료는 신뢰도와 호감도를 높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게 만드는 요소다. 향수를 느끼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다. 원산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재료에 대한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원재료 값을 낮추고 음식의 건강함과 신선함은 높일 수 있다. 지역 특유의 조리법을 응용할 경우 전통적인 맛을 재해석해 되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메가트렌드 ‘가심비’
일본에서는 최근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새로운 업종으로 그로서란트가 주목받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신선 식재료를 사용해 그 자리에서 요리를 해준다.
식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양질의 식재를 사용한 요리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식사와 술을 298엔 균일가로 즐길 수 있는 ‘토리키조쿠’는 오사카에서 시작한 이자까야주점 브랜드로 현재 전국 600개 이상의 점포를 전개하고 있다.
무한리필 업종도 가격대비 만족도 때문에 큰 반향을 얻고 있다.
무한리필 야끼니꾸 뷔페 ‘야끼니꾸킹’은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의 점포를 전개하며 급성장 중인 야끼니꾸 뷔페다. 뷔페이지만 주문은 테이블에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툼한 스테이크와 특수부위 등 가성비 높은 고기를 내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사이드메뉴도 충실하게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 고객에게 인기다.
가성비 높은 무제한 샤브샤브뷔페 ‘샤브요’ 도 저녁에는 초밥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고객뿐 아니라 남녀 커플고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국내 또한 합리적이고 실속있는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성비와 가심비로 이어지는 트랜드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모든 편의점들이 음식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이 간편 가정식과 음식점의 저가 식사를 대체하면서 편의점의 식품 판매 가격이 음식점의 ‘가성비’의 기준이 되고 있다.
1천5백원대 저가 커피, 3천~4천원대 칼국수, 5천원대 국밥과 도시락, 3천원대 가격파괴 쌀국수로 이슈몰이를 한 에스닉푸드 업종이 인기를 끌었다.

편의점과 포장마차가 합쳐진 이색 편의점형 사업도 주목을 받았다. 보통 1인당 7000원 이하로 술과 안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형 포차주점으로 대부분 셀프로 운영되는데, 장바구니에 술과 안주류, 스낵 등을 담은 뒤 카운터로 와서 결제한 후 테이블에 앉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고객이 자기 입맛에 맞게 조리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양념과 전자렌지, 가스레인지 등 조리기구가 비치되어 있어 바비큐 치킨, 계란 프라이, 삼겹살 등을 구워먹을 수 있도록 해 각종 SNS에 참신하다는 후기가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