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한 장 바뀌었을 뿐인데 뭐든 새로워 보이는 1월이다.
<톡톡>과 일본 <덴> 이 합작해 만든 <텐지몽>의 비범한 요리와 팥으로 만든 메뉴를 선보이는 <적당>의 양갱, 나폴리에서 온 이탈리아노가 세로수길 끝자락에 문을 연 <일무레또>의 정통 이탤리언 요리와 파미에스테이션에서 맛볼 수 있는 <에토레>의 이탈리아 가정식, 손님을 호랑이로 모신다는 아메리칸 바 스타일의 칵테일까지 모두 궁금하다. 2020년 1월에 만나는 뉴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한국 사계의 문을 열다
텐지몽(TENJIMON)

<톡톡>의 김대천 셰프와 도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덴(DEN)>의 자이유 하세가와 셰프가 의기투합해 11월 정식 오픈한 모던 가이세키 레스토랑이다.
요리 경력 20년의 박준수 헤드 셰프가 주방을 지휘하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와 일본의 섬세한 조리법을 이용한 모던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인다.
전 메뉴는 김대천, 박준수 셰프가 함께 개발하고 하세가와 셰프의 조언으로 메뉴를 완성한다. 런치는 7코스, 디너는 10코스로 메뉴를 구성하며 시그너처인 솥밥 요리는 건부지깽이, 건취나물처럼 말린 채소나 장아찌 같은 한국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정통 가이세키 조리법에 잘 녹여냈다.
홀 내부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톤의 목재로 구성된 간결한 디자인으로 특히 호두나무 기둥의 반을 갈라 만든 통나무 바 테이블은 나뭇결을 그대로 잘 살려 자연미가 물씬 느껴진다. 또한 테이블 위에 세팅되는 구름 모양의 1인 목제 테이블 매트는 ‘하늘과 땅이 선사하는 미식 경험의 문’이라는 상호의 의미를 잘 반영해주는 소품.

‘대게 요리’는 가쓰오부시와 쌀식초를 섞어 만든 상큼한 도사즈 소스를 젤라틴 형태로 굳힌 후 잘게 부셔 먹기 좋게 발라낸 영덕 대게 살 위에 올려 얼음같이 반짝이는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적당한 산미로 게살의 맛을 살린 메뉴다. ‘채끝 등심 솥밥’은 도정 테스트를 여러 번 거친 일품 쌀로 솥밥을 짓고 한우 채끝 등심을 올린 메뉴. 단맛과 짠맛의 배합이 좋은 <텐지몽>의 특제 소스를 곁들여 잘게 부순 등심을 밥에 섞어 나가는데 밥에 스며든 고기와 밥맛의 균형이 조화롭다.
- 텐지몽
- 서울특별시 강남구 학동로97길 41 4층
팥과 함께하는 적당한 순간
적당

<적당>은 팥으로 다과를 만들어 내는 카페다.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기획하는 오티디코퍼레이션이 론칭했고,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서 준우승한 김태형 셰프가 운영한다.
<적당>이라는 이름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순간을 선사하겠다는 의미와, 붉고 달콤한(赤糖) 팥으로 만든 메뉴를 선보인다는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대표 메뉴는 9가지 맛 양갱. 밤이나 단호박 양갱부터 라즈베리나 피스타치오처럼 의외의 재료를 더한 양갱까지 준비했으며, 모든 양갱 메뉴는 설탕을 극히 소량만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고.
‘도심 속 정원’을 지향하는 공간은 대나무와 선인장, 모래와 수석 등 자연적인 오브제로 가득하다. 접시는 무자기 스튜디오의 심보근 작가 작품. 양갱이 올드하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식기와 패키지 디자인 등 보임새에도 신경을 썼다.
한편, 김태형 셰프는 고객과 직접 교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인데, 제품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고객과 함께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양갱’은 원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다. 밤양갱은 공주 밤을 썰어 넣어 식감을 살리고, 밀크티양갱은 진하게 우려낸 얼그레이 홍차를 사용해 만든다고.
재료가 가진 본연의 단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흔히 접하는 양갱처럼 쫀득하기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팥라떼’는 국산 팥과 우유를 함께 갈아 만든 메뉴. 양갱이 많이 달지 않은 대신, 팥라떼는 단맛을 살려 두 메뉴가 잘 어울리도록 했다.
- 적당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9 1층
이탤리언 집밥의 고귀함
에토레(ETTORE)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 센트럴시티 F&B운영팀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야심차게 오픈한 이탤리언 가정식 비스트로. 트로이 장군 ‘헥토르’에서 따온 상호명은 전쟁 뒤 승리를 안고 돌아온 장군이 가족과 푸짐하게 나누던 고귀한 저녁 식사를 뜻한다.
메뉴는 뉴욕 <알타마레아(ALTAMAREA) 레스토랑 그룹>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구성되었다. 한국의 장이 집집마다 맛이 다른 것처럼 이탈리아에서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는 홈메이드 ‘라구 소스’로 이탤리언 가정식 스타일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실내 공간은 업장이 위치한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대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이지만 이탤리언 가정식을 표방하는 업장답게 아치형의 벽이나 목제 테이블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섞었다. 각종 크고 작은 모임이 가능하도록 미닫이문과 벽으로 공간을 분할할 수 있어 잔칫집 같은 분위기의 단체 식사도 가능하다.

‘미트볼’은 호주산 소고기를 사용해 튀김기 대신 팬 시열로 조리하여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멀티그레인 사워도우, 시그너처 뽀모도로 소스가 같이 서브된다.
‘문어 본메로’는 계란을 전혀 넣지 않고 보리, 세몰리나, 듀럼밀로 만든 생면 파스타로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직접 손으로 밀어 만든 생면 푸실리, 그리고 부드러운 국내산 생돌문어를 사용한다. 마지막에 버터 대신 문어 골수로 감칠맛을 더한다.
- 에토레
-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 205 파미에스테이션 1F
보다 친숙해진 극장 속 파인 다이닝
CGV 씨네드쉐프(CINE DE CHEF APGUJEONG)

2007년 ‘셰프가 있는 영화관’으로 첫선을 보인 <CGV 씨네드 쉐프 압구정>이 리뉴얼을 마치고 12월 21일 그랜드 오픈했다.
기존의 정통 프렌치에서 영화관 내 레스토랑도 고객이 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모던 프렌치로 개편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프랑스 폴 보퀴즈 출신의 정호석 총괄 셰프와 이호일 헤드 셰프의 아이디어와 철학이 코스 메뉴 전반에 반영됐다.
제철을 맞은 전국 특산품을 적극 활용하면서 다양한 프렌치 조리 기법을 적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레스토랑뿐 아니라 상영관의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교체하고 마이어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한 점도 큰 변화 중 하나.
모노톤의 차분한 분위기였던 다이닝 공간은 아이보리 톤으로 리뉴얼되어 한층 화사하다. 이번 겨울 시즌에는 뿌리채소와 해산물을 테마로 한 코스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의 세 가지 와인 페어링을 설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편안한 서비스와 함께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는 환대의 장소이자 각별한 시간을 위한 다이닝 공간이 <CGV 씨네드쉐프>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다.

한 입 요리인 ‘아뮤즈 부쉬’는 먹물 빵가루를 입혀 튀긴 굴에 홀스래디시 명란 소스, 말린 감태를 얹어 바다 향을 살린 크리스피 오이스터, 나주 배로 만든 겔과 피클을 올린 타르타르 드 뵈프, 꽁테 치즈로 속을 채운 슈 알라 꽁테로 구성된다. 정원의 야채들을 뜻하는 ‘쟈뎅 드 레귐’은 과일과 채소만 사용한 애피타이저다.
마카다미아 크림 위에 글레이즈한 당근, 비트, 샬롯, 청송 미니사과 등을 올리고 당근과 셀러리 소스를 더해 채소 본연의 맛을 살렸다. 메인 요리인 ‘한우’ 는 투플러스 한우 안심 스테이크로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슬라이스해 올린다. 감자와 트러플 페이스트를 쌓아 만든 테린, 적근대, 양송이구이, 트러플 감자튀김을 가니시로 곁들였다.
편안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정통 이탤리언 요리
일무레또(IL MURETTO)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의 총괄 셰프였던 아프레아 비아지오(APREA BIAGIO) 셰프가 오픈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이탈리아인은 돌담(무레토) 앞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업장명을 지었다.
기존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차별점은 크림 파스타처럼 한국화된 이탤리언 요리가 아니라 정통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인다는 것.
현지에서는 보편적이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나폴리 전통 소스 라르디아타(LARDIATA) 를 만들기 위해, 셰프는 직접 돼지고기의 지방을 분리한 다음 소금과 향신료로 마리네이드해 여러 달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나폴리 출신 셰프가 보고 배운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는 것.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언제든 들러 즐기는 공간이 되고자 인테리어 콘셉트를 ‘이탈리아 가정집’으로 잡았다.
공간 곳곳에 붉은 벽돌과 목재가 쓰였는데, 이는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요한 요소다. 식기와 가구 역시 투박한 듯 단정한 것으로 골랐다고.

폴리페티 알라 루시아나(POLIPETTI ALLA LUCIANA)는 매콤한 토마토소스를 얹은 주꾸미 요리다. 안티파스토로 먹어도 좋고, 파스타를 더해 포만감 있는 한 끼로 먹을 수도 있다.
라르디아타는 유서 깊은 나폴리 요리로, 돼지기름인 라드가 중요한 재료다. 느끼한 맛이 강할 것 같지만, 체리토마토와 바질, 페코리노 치즈 등 여러 재료와 어우러져 풍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 일무레또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57길 33 1층
서울에서 만나는 ‘아메리칸 바’
타이거 레어(TIGER LAIR)

런던 사보이 호텔의 ‘아메리칸 바’에서 영감을 받은 유러피언 바 콘셉트에 한국의 멋과 맛을 더한 바. 공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호랑이’다.
손님이 호랑이라면, 이곳에서 그들이 편안하게 쉬기를 바라는 뜻으로 업장명을 지었다고. 위스키 리스트는 스카치위스키를 비롯하여 캐나다, 아일랜드,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두루 포함했다.
안주 메뉴는 여러 명이 셰어할 수 있는 요리로 구성했는데, 주로 참치나 타코, 포르투갈식 고기 크로켓 등에 고추나 미나리 같은 국내산 재료를 더한 것이 특징.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호랑이 설화를 표현한 벽화이며, 손님의 사적인 시간을 배려해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널찍한 의자를 선택한 것이 돋보인다.
대표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카자흐스탄, 독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이들인 덕분에, 이곳의 메뉴에는 국적을 규정할 수 없는 음료와 요리를 선보여 예상 밖의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각오가 잘 녹아 있다.

‘지혜의 바람’은 피스코 베이스에 레몬 주스, 배 주스를 섞고 청양고추와 후추, 타임으로 스파이 시한 향을 가미한 칵테일이다.
이끼로 장식하고 스모그 효과를 주어 숲속에서 만난 신비로운 바람을 표현했다. ‘올드보이’는 클래식 칵테일인 올드 패션드를 살짝 비튼 잔. 버번위스키 베이스로 한국에서 자란 대추와 유자 마멀레이드, 페이쇼드 오렌지 비터를 더해, 익숙한 단맛을 낯설게 풀어냈다.
- 타이거 레어
-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104길 12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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