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배달음식도 불안! 늘어나는 밀키트 수요, 앞으로의 갈 길은!?

2020.03.27 13:03:04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서 밀키트(meal kit)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밀키트란 4세대 HMR(가정간편식)으로 ‘식사를 만들 수 있는 모든 편의가 갖춰져 배달되는 키트’를 뜻한다. 전자레인지에 상품을 데워먹는 일반 가정간편식과 달리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이 포장된 상품이다. 동봉된 레시피 카드를 보고 15~30분 정도 조리하면 그럴싸한 한 끼가 완성된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3일까지 밀키트 판매량은 전월 대비 604% 급증했다. 전년 대비로는 310%가 증가한 수치다. G마켓에서 많이 팔린 밀키트는 주로 밀푀유나베 스테이크 샤브샤브와 같은 주력 제품과 찌개류가 주를 이뤘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심플리쿡의 판매량도 늘었다. 같은 기간 심플리쿡의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82.5% 증가했다.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의 개학이 오는 재차 연기되면서 아이들이 선호하는 간식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같은 기간 프레시지의 밀키트 판매량은 40%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220% 증가율을 기록했다. 블랙라벨 스테이크와 감바스 알 아히요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다. 프레시지에서도 찌개류의 판매가 급증했다. '우삼겹순두부찌개'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452%나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멸균 포장되어 배달되는 밀키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개학이 연기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4월이 되더라도 밀키트를 선호하는 흐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외식 트렌드로 떠오른 밀키트 열풍

밀키트는 2011년 스타트업 마이셰프 등이 처음 시작했으나, 2016년 이후 미국 밀키트 브랜드 '블루 에이프런'의 성공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여기에 1~2인 가구의 증가와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깔끔하게 포장된 식재료를 받아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밀키트는 최근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과 맞아 떨어져 높은 성장세를 보여 왔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400억 원으로 향후 5년 내 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밀키트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밀키트가 미래의 대표적인 간편가정식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 전망한다. 밀키트는 누가 만들어도 거의 같은 맛을 낼 수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알아둔다면 늘 일관된 맛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든 모든 식재료가 손질된 상태로 양념과 함께 제공되므로 빠르고 편리한 조리가 가능하다. 이는 최근의 외식 트렌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편리미엄과도 맞물려 젊은 세대와 맞벌이 부부 등의 타겟층에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밀키트는 특히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1인 가구 구성원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요리에 관심은 있으나 식재료 구입, 손질, 양념 구매 등이 비효율적이라서 망설였던 이들에게 밀키트는 요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값 비싼 조미료 등을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어 편리한 식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밀키트는 멸균 진공포장 등으로 식재료를 포장하고 냉장을 이용해 빠른 시일 내 조리해 먹어야 하므로 위생과 신선도에 대한 우려가 적은 편이다. 물론 시장을 방문해 직접 꼼꼼하게 고른 식재료에 비해서는 신선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들에 비해서는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 주 소비자들의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밀키트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인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이슈도 긍정적이다. 대부분 1~2인분 기준의 양으로 구성된 밀키트들은 정량에 맞는 재료와 조미료가 담겨있기에 먹기에 살짝 모자란 감이 드는 양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음식을 남기거나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

 

아직은 보완이 필요한 밀키트

그렇다면 밀키트가 가진 단점은 무엇일까? 우선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는 밀키트이기에 사람에 따라 맛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양날의 검이 존재한다.

 

또한 식재료 손질과 포장, 냉장, 유통 등 100% 자동화가 불가능한 특성상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가격대비 양이 적다는 느낌을 항상 지울 수 없다. 집에서 그럴듯한 요리를 편리하게 만들어 먹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주 활용하기에는 가성비 확보가 필요하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도 밀키트가 가진 단점이다. 보통 밀키트는 3일 정도의 유통기한을 가진다. 이는 대부분의 밀키트가 냉장 방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보관하지 않고 빠르게 먹음으로써 오히려 신선한 상태의 음식을 소비할 수 있다는 의견과 엄연히 개선해야할 부분으로 보는 의견이 갈린다.

 

다만 장기적으로 밀키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근 상용화되고 있는 냉동 밀키트, 쿡킷의 콜드 체인 공법 등의 방안이나 냉장 유통망을 갖추는 등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준다는 장점과 상충되는 단점도 있다. 바로 과도한 포장으로 인한 일반 쓰레기의 발생이다. 실제로 밀키트는 각 식재료 별로 나누어 포장이 되어있고 패키지와 조리법, 아이스팩, 배송포장 등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밀키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보다 포장으로 발생하는 쓰레기가 3배는 많은 것이라는 비판을 하는 상황이다. 해당 부분의 경우 고급스러운 느낌을 추구하는 밀키트의 특성을 일부 완화하고, 식재료 중 함께 포장이 가능한 재료들을 일괄 포장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밀키트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이런 단점들에 대한 개선 외에 밀키트가 본격적인 차세대 가정간편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첫째로 밀키트 시장이 결국 맛과 품질, 간편함, 호기심 등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곳임을 인지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식품외식 트렌트를 빠르게 캐치하여 새로운 상품의 개발에 힘써야한다.

 

예를 들어 SNS, 해외여행 등으로 다른 나라의 새로운 맛에 대한 흥미를 가진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국적인 ‘에스닉 푸드’의 맛과 텍스처를 가진 제품들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다. 특히 밀키트 제품은 익숙하지 않은 에스닉 푸드를 손쉽게 즐길 수 있기에 더욱 긍정적인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건강지향 트렌드에 따라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고, 높은 편의성 대신 원물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밀키트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동물성 재료를 대체한 식물성 재료, 비건 식품으로 구매 비중이 옮겨가고 있어 비건 밀키트 시장은 연평균 3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로 밀키트에 대한 관련 기준, 규격 등 정책적인 기틀과 성장을 위한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대한 규정 중 HMR에 대한 식품 기준과 규격이 식품공전상 ‘즉석섭취·편의식품류’에 이미 법제화돼 있다.

 

밀키트 제품은 각각 개별 식품유형 제품들이 결합된 제품으로 현재 적용 가능한 법으로 규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식재료를 냉장, 냉동해야하는 제품이 다수인 간편식과 밀키트의 경우 보존과 유통 기준이 중요한데, 이는 즉석섭취편의식품류의 공통기준 및 규격에 따라 유통 시 온도관리 등을 시행 중이다.

 

 

때문에 밀키트의 안전관리를 위한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섭취대상자 특성에 맞는 최소한의 영양 기준을 포함한 식단구성, 섭취대상 소비자의 주의사항과 표시 및 광고 가이드, 제조가공기준, 미생물 등 위생규격 및 관리 기준과 제품 배달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가이드 등이 마련돼야 한다.

 

갈수록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요리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밀키트는 돌릴 수 없는 또 하나의 대세가 되고 있다. 앞서 말한 몇 가지의 개선과 노력이 더해져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밀키트를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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