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식물 위주의 식습관을 영위하자는 ‘PLANT-BASED’. 즉, 식물 기반 다이닝 기류는 디저트와 음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뜻한 식물의 기운을 담은 케이크부터 버터, 우유 없이도 촉촉하게 만든 파운드케이크, 제철 채소 본연의 단맛을 품은 우리 디저트, 동물성 재료를 일체 배제한 채 투명하게 만든 와인과 맥주까지….
달콤하고 짜릿하게 식물을 탐할 수 있는 디저트 카페와 바가 최근 몇 년 새 속속 늘고 있다. 시리즈 두 번째 ‘식탐植貪’은 식물성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들을 모았다.
따뜻한 식물의 기운
뿌리온더플레이트
자연의 푸른 기운을 흡수하고 자란 유기 농산물. 이를 최대한 뿌리나 껍질째 먹는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은 자연을 온전히 ‘미식’하는 극적인 방법이다.
현미, 귀리 같은 곡물을 정제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채소류 또한 줄기에서 뿌리까지 먹는다. <뿌리온더플레이트>는 이런 매크로바 이오틱을 실천하는 식물성 디저트 공간으로, 업장명에는 우리 몸을 데워주는 뿌리채소처럼 사 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겠다는 대표 부부의 의지가 잘 담겨 있다.
자가면역 피부 질환으로 고생한 이윤서 대표는 자연 치유를 위해 10년 전부터 채식을 해왔고, 좀 더 지속 가능하면서 건강한 섭생을 위해 미국 쿠시 인스티튜트에서 매크로바이오틱 리더십 과정을 수료했다.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남편 강대웅 대표도 평소 좋아하는 디저트를 건강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해 현미 케이크와 쿠키를 직접 굽게 된 계기로, 식물성 디저트 카페 겸 매크 로바이오틱 쿠킹 스튜디오인 이곳을 2013년 오픈하기에 이른다.
이곳 현미 케이크는 인공 화학 첨가물을 일절 쓰지 않고, 유기농 재료만을 고집해 만들어 화려 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고운 자연의 색감과 맛을 낸다.
밀가루와 우유 대신 유기농 현미 가루와 두유로 만든 케이크 시트는 적당히 포슬포슬하고, 설탕 대신 메이플 시럽의 단맛과 공정무역 제 품인 캐슈너트를 주원료로 만든 크림은 고소하고 부드럽다.
캐슈너트 크림은 재료 손질부터 물에 불리고 갈아서 굳히는 과정까지 일반 휘핑크림보다 시간과 정성이 배로 들어가지만,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기 위해 수고스러움을 아끼지 않는다고. 그 외 볶은 보리로 커피 맛을 낸 논카페인 곡물 커피와 제철 과일과 유기농 설탕으로 직접 담근 과일청으로 맛을 낸 에이드 등 건강을 고려한 음료 메뉴도 돋보인다.
- 뿌리온더플레이트
-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57 2층
달콤함으로 다이어트를
메종드비건
촉촉하고 꾸덕꾸덕한 브라우니, 구수한 향의 스콘, 달달한 초코가 톡톡 박힌 쿠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모두 멀리해야 할 과자류들이다.
‘다이어트의 적’으로 꼽히는 밀가루, 설탕, 버터 가 주재료이기 때문.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 비건 디저트라도 버터 대신 식물성 오일을 사용 한다면 칼로리가 높아 안심할 수 없다.
<메종드비건>은 다이어터를 비롯해서 모든 이가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이다. 평소 피트니스 대회에 나갈 정도로 운동에 열정적인 이서영 대표. 하지만 최애 디저트만큼은 끊기 힘들어 자연스레 밀가루와 동물성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베이킹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건 빵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수많은 노력 끝에 일반 디저트 못지않은 식감과 맛의 식물성 빵과 디저트들을 선보이게 됐다.
정제 설탕, 우유, 달걀, 방부제, 색소, GMO 비사용을 원칙으로 버터와 달걀 대신 병아리콩 삶은 물, 혹은 두유 등에 불린 치아시드를 사용하는데, 특히 브라우니는 오일을 전혀 쓰지 않는데 도 촉촉한 식감을 자랑한다. 체지방이 쌓이기 쉬운 밀크 초콜릿 대신 다크 초콜릿을 사용해 맛이 진하며, 밀가루 대신 현미 가루, 아몬드 가루, 옥수수 전분을 이곳만의 방식으로 조합한다. 바삭바삭한 스콘에는 유기농 시금치를 착즙하거나, 쪽파나 파프리카를 썰어 넣는 등 다양한 채 소들을 매칭해 싱그러움을 더한다.
이 대표는 “다른 비건 베이커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부도 나는 쓰지 않는다. 두부 자체의 콩 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만큼 건강하지만 ‘속세의 맛’이 나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고 자신만의 비건 베이킹 철학을 귀띔했다.
- 메종드비건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11길 9-8 1층
한식 디저트 브런치 한 상
바오담
달걀, 버터, 우유의 대체재 쓰는 곳을 일부러 찾아 다니지 않아도, 이미 식물성 디저트는 우리 식문화 속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우리 쌀과 계절 과일, 채소들로 빚은 떡과 한과다. 꿀 대신 조청이나 엿기름을 쓴다면 완벽한 비건 음식이 아닌가.
<바오담>은 우리 전통 병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각종 디저트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 강 화도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쌀, 붉은팥, 서리태 등을 포함해 제주도 한라 참쑥, 전남 여수 방앗 간에서 볶아온 국산 콩가루 등 지역의 다양한 특산물을 떡과 한과에 담고 있다. 대표 인기 메뉴인 ‘라이스 호두 파이’는 밀가루 대신 직접 재배한 쌀을 베이스로 만든 설기에, 브라운 소스로 버무린 구운 호두를 푸짐하게 얹은 디저트.
제주 한라산의 자연 해풍을 머금은 참쑥의 향긋함 과 구수한 고구마가 어우러진 ‘쑥설기’도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추천 메뉴다. 음료에도 다채로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제주산 유자인 ‘댕우지’를 수제 청으로 담근 에이드를 선보였다. 댕우지는 유자와 오렌지가 섞인 듯한 달콤한 산미를 지녀 기분 좋은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빵 대신 증편을 활용한 브런치 메뉴들. 증편 자체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새큼한 맛이 감도는 술떡이지만, 노릇노릇 구우면 식빵과 유사한 식감을 낸다.
이를 서양식 브런치 메뉴에 접목했는데, 대표 메뉴인 증편 프렌치 토스트는 증편에 달걀물을 입혀 구운 것. 100% 비건은 아니지만, 싱그러운 샐러드와 곁들이면 속이 편안하고 든든한 식물성 브런치로 손색없다. 최근엔 한식의 색깔이 드러난 브런치 메뉴들을 새롭게 보강했다. 간장 베이스 소스에 각종 채소들과 파스타 면을 잡채처럼 담아낸 한국식 파스타인 ‘콜드 파스타’가 흥미롭다.
- 바오담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27길 9-2
아몬드 밀크와 글루텐 프리 케이크
더닐크팩토리
한때 영양소가 풍부한 완전식품으로 여겨진 우유. 최근엔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젖소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공장형 축산업에 반대하는 등의 이유로 식물성 대체유를 찾는 사람이 늘 었다.
각종 견과류로 첨가물 없는 건강 식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더닐크팩토리>는 견과류NUTS, 영양NUTRITION, 새로움NEW을 상징하는 ‘N’과 ‘밀크MILK’를 합성한 ‘닐크NILK’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 었다. 4년 전, 이들이 선보인 첫 닐크는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 콜드 프레스 공법으로 최상급 아몬드를 착즙한 ‘아몬드 쥬템므 오리지널’.
단백질, 칼슘, 각종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해 노화 방지, 다이어트, 디톡스에 탁월한 음료라고 알려지면서 각종 백화점, 온라인 마켓에서 입점 제의를 할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이후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닐크를 각종 디저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카페를 마련했다.
카페에서는 닐크로 만든 다양한 음료군을 만날 수 있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매력이 있지만 우유보다 연한 밍밍함이 낯설다면, 데이츠 시럽을 첨가해 단맛을 낸 ‘아몬드 쥬템므 스위트’를 권한다.
닐크에 신선한 딸기를 듬뿍 넣어 만든 ‘딸기 블러썸’은 달콤 상큼한 과즙과 담백한 아몬드 밀크의 조화가 훌륭해 누구나 좋아하는 음료. 케이크는 크게 세 가지 라인업으로 분류된다.
밀가루 대신 국내산 쌀가루, 현미 가루, 수제 아몬드 파우더로 만든 ‘글루텐 프리 케이크’, 여기에 설탕 대신 스테비아 등의 대체재를 사용한 ‘글루텐 프리 무설탕 케이크’, 달걀, 버터, 우유 등의 동물성까지 일절 쓰지 않은 ‘비건 케이크’ 등이다. 화학 첨가물을 배제하기 위해 소금, 치 즈 같은 부재료 성분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덕에 ‘속이 편한 케이크’라 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 더닐크팩토리
-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32 1층 더닐크팩토리카페
짜릿한 비건 맥주 한 모금
브루독 이태원
비건 와인뿐만 아니라 비건 맥주도 있다. 맥아, 보리, 홉, 정제수…. 원재료 중엔 동물성이 없지 만, 맥주 또한 와인처럼 양조 과정에서 젤라틴, 부레풀ISINGLASS 등의 동물성 원료가 사용된다. 부 레풀이란 물고기의 부레를 말린 것으로, 양조 단계에 있는 맥주에 침전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쓰인다.
쓰임을 다한 부레풀이나 젤라틴은 걷어내기 때문에 우리가 마시는 맥주에 보이진 않지 만, 아주 소량의 재료가 맥주에 흡수될 수 있다.
<브루독 이태원>에는 비건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있다. 이곳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브루독’의 유일한 한국 지점으로, 브루독은 영국 채식주의 단체 ‘비건 소 사이어티THE VEGAN SOCIETY’에 가입되어 있다.
이 말인즉슨, 맥주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1분당 4천 회 이상 회전하는 원심분리기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맥주의 침전물을 걸러낸다. 부재료로 꿀이나 우유가 들어가는 맥주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맥주들을 비건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브루독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점에 비건 옵션 메뉴를 두고 있다. 서울의 브루독 도 예외가 아니다. 팔라펠을 패티로 만들어 버거처럼 즐길 수 있는 ‘아몬드 팔라펠’과 콜리플라 워를 기름에 튀긴 후, 아시안 버펄로윙 소스를 묻혀 마치 팝치킨처럼 생긴 ‘콜리플라워’가 대표 적. 소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매콤 달콤한 맛이 나도록 이태원점에서 자체 개발했다.
발랄 하고 씁쓸한 맛의 IPA 한 모금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의 콜리플 라워 한 조각을 즐기다 보면, 식물 지향성 라이프의 실천이 생각보다 어려운 길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