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고기를 먹으며 배를 채울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메뉴다. 인천에는 1968년에 개업해 지역을 대표하는 순대국밥집이 한 곳있다. 바로 해늘찹쌀순대(구 이화찹쌀순대)가 그 주인공이다.

1987년 청와대 만찬음식으로 선정될 정도로 맛으론 확실한 인정을 받았다. 초대 창업주는 장동자 여사이다. 지금은 어머니에게서 바톤을 전달 받은 오진호 대표가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풍스러운 한옥 인테리어와 조경이 어우러진 해늘찹쌀순대 인천 만수본점에서 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화(二化)에서 해늘로...변화의 시작
오진호 대표가 외식업을 시작한 건 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다. 이전에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숙녀복을 디자인해 전국에 있는 매장에 납품하는 사업을 해왔다. 잘나가던 사업이 IMF 여파로 휘청거리며 사업을 접게 됐다.
당시 해늘찹쌀순대(구 이화찹쌀순대)의 창업주인 어머니가 연로하셔 운영에 힘을 부쳐하던 때라 매장으로 들어와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2년 동안은 꼬박 주방과 홀을 오가며 어머니에게 기술을 전수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는 어머니 사업을 이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IMF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간판도 없던 작은 매장을 인천에서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가진 음식점으로 키운 건 맛에 대한 어머니의 철학 덕분이었다. 이화순대가 가진 가치를 오래도록 보존하자는 생각으로 일에 임했다.”
2001년 오 대표가 책임지고 개업한 인천 만수본점은 오픈하고 3년 만에 대박이 났다. 이곳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외지에 위치했지만 번호표를 뽑고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오 대표는 이화찹쌀순대를 보다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우고자 2007년 ㈜해늘로 상호명을 변경하고 인천 남동공단에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한국 현대사가 담긴 해늘찹쌀순대
이화찹쌀순대(현 해늘찹쌀순대)의 역사는 1968년 오 대표의 어머니인 장동자 여사가 기울어진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시작한 가게다. 6·25전쟁 참전용사이신 아버지는 미군 부대에서 총 책임자로 근무하며 요리 솜씨가 뛰어났다. 어머니 역시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하던 어선 사업이 어려워지며 가세가 기울었다. 장사를 해야겠다 결심하고 시장조사를 해보니 순대국밥이 가장 재료 구하기가 쉬웠다. 무엇보다 순대 국밥집을 하면 가족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이화찹쌀순대의 이화는 두 이(二)자에 될 화(化)를 자를 써서 한번은 실패했으나 두 번째는 성공한다는 뜻이다. 순대 삶는 법도 몰라 속이 터지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유명세를 탔다. LPGA 우승 후 프로골퍼 김미현 선수가 귀국 후 처음 방문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중국 공영방송 CCTV에서 한국 맛집으로 소개하며 중국 전역에 알려졌다.
이런 역사를 가진 해늘찹쌀순대를 오 대표는 전국에 알리며 백년기업으로 키우고 싶단 뜻을 가지고 있다.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처음에는 음식점 개념으로 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손실도 컸다. 10년간 적자를 감수했지만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성장통이라 생각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2017년에는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2006년에는 인천을 연고지로 둔 야구팀 SK와이번스 요청으로 순대국밥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문학야구경기장에 입점했다. 이것을 인연으로 오 대표는 다음 해에 SK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언즈 경기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 양재동에 직영점을 차리고 현재는 인천·경기 지역에서 매장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육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식자재는 맛을 위해 모두 냉장으로 유통한다.
올해부터는 서울의 3대 냉면인 ㈜유천대가의 유천냉면과 제휴해 컬래버레이션 매장을 전개하는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맛은 해늘찹쌀순대가 최고라는 자부심
해늘찹쌀순대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맛의 역할이 컸다. 해늘의 순대국밥은 돼지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해늘은 최고의 맛을 위해 높은 원가율을 감수하더라도 국내산 암퇘지만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순대국밥집 90% 이상은 사골육수를 사용한다. 축산기간이 6개월 정도 된 규격돈으론 고기 육수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맛보다 수익성을 먼저 따지다보니 규격돈을 쓰는 것이다. 규격돈은 축산 기간이 짧아 그만큼 생산원가가 낮다. 해늘은 어머니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고집하신 국내산 암퇘지로 순대국을 만든다.”

국내산 암퇘지는 일반 규격돈에 비하면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싸다. 해늘의 순대국밥은 고기육수 맛이 진하고 고소하다. 특히 순대국밥에 다른 돼지 부속 부위를 넣지 않고 순대와 머릿고기만을 넣어 맛이 깔끔하며 담백하다. 가격 또한 8,000원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해늘찰쌀순대 만수점은 개량형 한옥으로 지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오 대표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고급스럽게 바꿨다. 옛 한국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로 음식을 기다리며 매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매장 바로 옆에 정원을 조성해 고객들이 식사 후 커피 한잔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게 꾸며놨다. 연령대가 있는 지역주민부터 젊은 연인,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까지 고객층도 폭 넓다.
해늘은 ‘해가 늘 비추는 따뜻하고 행복한 집’이라는 뜻이다. 직원들과 가치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오 대표의 목표다. 함께 일한 직원들 대부분이 10년을 넘긴 베테랑이라 안심하고 일을 맡긴다. 매장과 공장 열쇠까지 직원들이 관리할 정도로 신뢰가 깊다.

끝으로 오 대표 “해늘찹쌀순대를 프랜차이즈화하며 수익구조에 가장 신경 썼다. 가맹점주가 고생만 하고 남는 것이 없어서는 안 된다. 본사에서 가맹점 수익 마지노선을 정해 최소한의 선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해늘찹쌀순대의 가치를 지키고 널리 전파하는데 앞으로 주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