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근거리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여름 가고 싶은 피서지 1위’로 꼽히는 제주도. 5월인 지금 제주도는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듯이 하늘을 날아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야자수나무는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가깝다고 몇 번 가봤다고 익숙한 제주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처럼 오늘의 제주는 새롭다.
제주가 좋아서 찾아온 이들이 풀어놓은 새 문법 위에 제주 고유의 향기가 어우러지고, 사회적 기업의 상생 모토가 새로운 시도를 일으키는가 하면, 오랜 전통을 맛있는 경험으로 풀어내는 쿠킹 클래스까지.
프렌치든 이탈리아든 한식이든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멋과 경험이 곳곳에서 넘실댄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흑돼지 구이’나 ‘고기국수’를 넘어 새롭게 떠오른 ‘핫’한 플레이스를 찾아 둘러보는 것이 어떤가. 오늘의 제주는 여전히 새롭다.
자연 그대로 제주 食 ‘성산봄죽칼국수’
제주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린 ‘오분자기’, ‘깡전복’, ‘보말죽’, ‘보말칼국수’ 전문점으로 관광객은 물론 제주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 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인근에 위치한 <성산봄죽칼국수>가 그 주인공.
제주의 ‘보말’, ‘오분자기’, ‘깡전복’ 등 특산물로 자연그대로의 맛을 전하는 신흥 맛집이다. 애초 도민들의 맛집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감귤제면’ 보말칼국수가 이곳의 대표 메뉴로 칼국수 면발, 육수, 죽 하나하나 제주의 특징을 담았다. 대표메뉴로는 ‘깡전복칼국수’. ‘오분자기칼국수’, ‘보말칼국수’, ‘보말죽’, ‘보말전’, ‘얼큰딱새우 칼국수’가 있다.
‘성산봄죽칼국수’는 밀가루 반죽에 ‘제주감귤’을 넣어 ‘수제 감귤제면’ 특허를 획득, 제주를 상징하는 지역특산물인 ‘감귤’을 넣어 맛과 영양뿐 아니라 칼국수 면발에 제주다움을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리법으로 특허를 등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재료와 맛,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배합비,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객관적인 실험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리법은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어 ‘신규성’, ‘진보성’ 등 특허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감귤을 첨가해 반죽한 면은 일반 칼국수 면보다 더욱 쫄깃한 식감을 낸다.
감귤제면은 잡내를 효과적으로 잡아주어 음식의 풍미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감귤에는 소화 작용에 도움을 주는 팩틴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밀가루 음식을 먹은 후 느끼는 속 더부룩함, 소화불량을 완화시켜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특히 성산봄죽칼국수 성산점은 뷰 맛집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포토 맛집으로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고.
매장 뒤뜰에는 펼쳐진 유채꽃밭과 탁트인 제주 앞바다에 보이는 지미봉이 장관이다. 매장 뒤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다.
감귤창고의 이유 있는 변신 '코코리파이프'
낡은 감귤창고가 ‘힙’한 다이닝 플레이스로 변신했다. 빈티지한 벽면 한편은 싱그러운 양치 식물들로 가득하고, 버려진 나무, 철판을 리사이클한 인테리어 소품도 감각적이다.
탁트인 개폐식 통유리창 너머에는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작은 돌담과 함께 짙푸른 애월 바다가 넘실 거린다. 창을 향해 앉으면 푸른 바다와 하늘을 품에 안은 것처럼 청량한 기분이 든다.
이곳은 제주의 B급 감귤들로 친환경 세정제를 제조하는 사회적 기업 ‘제주클린산업’에서 운영하는 아메리칸 캐주얼 다이닝이다.
처음엔 창고 건물 전체를 공장 겸 사무실로 활용하려 했는데 멋진 뷰에 반해 일부를 레스토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게 됐다고. 제주 농가들과 상생하겠다는 회사의 모토를 살려 당근, 양상추, 양배추, 마늘 등의 식재료는 전부 주변 농가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이곳의 대표 인기 메뉴는 ‘머쉬룸 크림소스 함박’. 함박 패티는 미국산 프라임 등급 목등심 만을 사용해 만든다.
지방이 적절하게 분포되어 있고, 육즙이 제일 풍부한 부위이기 때문. 뜨거운 팬에 겉면을 노릇하게 구운 후 오븐에 넣어 속까지 익힌다.
그리고 오븐에서 꺼낸 패티를 다시 수비드로 데우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육즙이 더욱 풍부해지면서 속이 촉촉해 진다고. 소스는 소고기의 부드러운 풍미를 살리기 위해 데미그라스 소스 대신 볶은 버섯의 향을 품은 크림소스를 곁들인다.
이 밖에도 제주산 무항생제 닭을 저크 시즈닝에 버무린 ‘저크 치킨 매쉬 포테이토’와 향긋한 바질 소스에 각종 해산물을 풍성하게 담은 ‘바질 씨푸드 파스타’ 등 개성 있는 메뉴에 눈길이 간다.
모두 일본 도쿄 아자부 지역의 아메리칸 다이닝 <벨트>의 셰프가 개발한 메뉴 들이라고. 모든 메뉴의 가격대는 2만원 안쪽으로 부담없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산 하귤, 레몬 등으로 만든 음료와 커피 메뉴도 있어 바다 전망을 보며 잠시 쉬어가는 카페로도 입소문이 났다.
가장 가까운 남국의 맛 ‘젠 하이드어웨이’
2000년대 서울 압구정동의 ‘만남의 장소’라 불린 <젠 하이드어웨이>는 사라졌어도, 제주 산 방산 기슭에서 또 다른 <젠 하이드어웨이>를 만날 수 있다.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는 정신적 행위를 일컫는 ‘젠ZEN’과 은신처를 뜻하는 ‘하이 드어웨이HIDEAWAY’를 상호로 내세운 만큼, 평화롭고 넉넉한 제주와 궁합이 천생연분이다.
태국 현지 셰프를 초빙하거나 식재료를 재배하는 등의 섬세한 노력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의 메뉴를 ‘전문적으로’ 완성해낸다.
특히 제주에 뿌리내린 후로는 지역 특산물을 요리에 활용하고 제주 전통 바구니 ‘차롱’에 담은 메뉴를 선보이는 등 로컬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주에서도 자연이 훌륭하게 보존된 지역으로 꼽히는 안덕면 사계리에 자리한 <젠 하이드어웨이>는 레스토랑 가까이 텃밭을 두고 로즈마리와 애플민트, 레몬밤 등 각종 허브를 길러 고기 요리에 아낌없이 활용하는데, 덕분에 땅과 바다의 기운을 머금은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윤희정 수셰프는 “햇빛과 바람이 흘러넘치는 제주에서는 허브가 아주 잘 자라요. 고기를 마리네이드하거나 소고기 라구 소스를 만들 때 넣어 더욱 깊은 풍미를 내고 있어요”라고 귀띔했다. 스테이크 가니시로는 제철을 맞은 대정읍 마늘을 통째로 구워 올리는데, 제주의 뜨거운 볕을 맞고 자라 알싸함이 강한 마늘은 소고기의 풍미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소고기는 미국산 프라임 등급 부챗살과 꽃등심을 사용하는데,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어린이와 어르신도 부담 없기 때문. 시그너처 메뉴 ‘랍스터 & 등심 스테이크’는 소고기와 랍스터, 딱새우를 한 접시에 올려내는 요리다.
소고기는 로즈메리로 향을 입혀 그릴에 익힌 후 향채를 곁들여 오븐에서 한 번 더 구워 담백함을 살리고, 직접 만든 데리야키 소스를 바른 랍스터와 딱새우를 더해 푸짐하게 내는 것이 특징이다.
요리뿐 아니라 남국의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산방산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 이는 전망 역시 특별하다. 발리에서 공수한 라탄 소품과 패브릭, 우드 가구는 에스닉한 정취를 자아내며, 의자와 테이블을 자유자재로 배열해 어느 좌석에서든 바다를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푸르른 자연과 풍성한 요리를 벗삼아 망중한을 즐기고 싶다면 <젠 하이드어웨이>가 좋은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