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식품업계의 e스포츠 마케팅, 진정성과 지속성이 관건

2021.03.04 09:00:01

최근 식품·외식업계의 마케팅이 e스포츠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성장 폭을 보이는 e스포츠를 통해 MZ세대 공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sports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e스포츠란 ‘게임물을 이용하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을 뜻한다.

 

 

게임 전문 조사기업 뉴주(NEWZOO)에 따르면 글로벌 e-sports 산업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지난 5년간 매년 28%씩 성장하고 있으며, 2016년에서 2021년 기준 관객 수 역시 연평균 14.4%의 성장을 거두면서 경제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스포츠의 성장과 함께 시청자의 수도 폭증하고 있다. e스포츠의 전체 시청자 수는 이미 4억 5000만 명을 넘어섰고 열성 팬들 역시 2억 명이 넘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7년 6억5500만 달러(한화 약 7330억)의 e스포츠 산업이 2022년에는 29억 6,000만 달러(한화 약 3조 2,900억)로 4.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과 e스포츠 마케팅의 시너지

식품·외식업계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e스포츠를 마케팅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전략을 통해 e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과의 소통을 늘리고,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식품·외식업계는 e스포츠 구단 공식 후원을 넘어, 게임 구단을 인수하거나 대회를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롯데제과는 히트 상품인 ‘월드콘’의 홍보 방법으로 e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4월 리그오브레전드 유명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본명 이상혁)를 월드콘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이후 제품 디자인에 해당 이미지를 적용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페이커는 LCK에서 8차례 우승을 거머쥔 전설적인 게이머로 해당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한다. 롯데제과는 MZ세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페이커를 모델로 기용해 아이스크림 1위 업체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동아오츠카는 인기 디지털 카드게임인 ‘하스스톤’을 활용해 e스포츠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동아오츠카는 지난해 7월 ‘오로나민C 하스스톤 히어로즈 챔피언십’ 시즌1을 개최한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e스포츠 발전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개최한 ‘오로나민C 하스스톤 히어로즈 챔피언십 그랜드 파이널’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밖에도 지난 11월에는 오로나민C 10개와 하스스톤 카드가 들어 있는 기획상품을 출시해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다.

 

e스포츠는 기존의 스포츠 마케팅보다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비대면 대회들로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식품·외식업계의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e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자사의 제품을 타국에 알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업계의 분석대로 스낵류, 음료, 라면, 간편식 등 최근 각광 받는 제품군들에 대한 이용률이 높은 MZ세대를 공략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이러한 식품·외식업계의 접근은 안정적인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e스포츠 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e스포츠의 절대 강자로 군림 중인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세계대회가 빈번히 열리고 강력한 스폰서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종목들의 경우 대회가 줄어들고 인기가 식어가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팀이 해체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회를 열어주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식품·외식업체들의 등장을 e스포츠 업계는 반기고 있다.

 

e스포츠 마케팅, 자칫 독이 될 수 있어

현재까지 식품·외식업계의 e스포츠 마케팅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나 이러한 e스포츠 마케팅이 투자 이상의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필자는 과거 e스포츠 관련 기획을 연재하면서 페이커, 마루 등 e스포츠 선수와 업계 관계자, 열성 팬들 10여 명과 심층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다.

 

e스포츠는 팬들의 관심도와 충성도가 매우 높다. 열성 팬들의 경우 20년이 지나도 해당 게임을 즐기고, 과거 유명 선수들을 추억하며 최신 정보를 찾아볼 정도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단기간의 지원 후 발을 빼는 형태의 기업들에 대한 반발감을 가지기도 한다.

 

특정 선수가 찍은 광고를 재미있다며 좋아하다가도, 선수의 경기력이 저하되면 ‘광고 찍느라 연습을 대충했다’며 질책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더욱이 e스포츠 종사자들의 공통된 고민은 인기 게임에만 지원이 집중되는 편중 현상, 선수 생활의 불안정성, 선수 생활 이후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의 전설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e스포츠 환경도 많은 발전을 했으나 좀 더 장기적인 시각의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게임을 즐기고 연습을 할 수 있는 시대이므로 진정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자칫 홍보를 위한 단편적인 후원과 형식적인 협업으로 선수들을 상처입히거나, 단물만 빨아먹으려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 e스포츠 마케팅은 식품·외식업체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마케팅 종사자들로서는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인기 게임과의 협업이 최우선이겠지만, e스포츠의 이러한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 종식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e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들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효과 거두려면 진정성과 지속성이 더해져야!

현재의 식품·외식업계의 마케팅 역시 인기가 집중된 종목과 유명 팀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종목을 후원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팀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e스포츠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업체로서 긍정적 이미지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종목으로 한국인 최초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 금메달을 수확한 조성주 선수는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활동이 저조한 팀도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선수들이 어린 나이부터 훈련에만 몰입해, 마땅한 은퇴 대비를 할 수 없는 e스포츠의 특성상 은퇴 후의 문제도 헤아려 줄 수 있는 스폰서가 나오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식품·외식업체는 아니지만 이러한 진정성 있는 후원 사례가 게이밍 모니터 제조회사 ‘담원’이다. 담원은 열악한 재정 상태로 PC방 한 켠을 빌려 연습하고, 김목경 감독이 사비를 털어 숙소를 마련하고 청소와 빨래를 하며 선수들을 육성하던 ‘미라지 게이밍’의 가치를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담원의 대표는 본인 건물의 일부를 팀 숙소로 제공하고, 연습실과 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했고 이는 담원 게이밍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담원 게이밍’은 2020년 LCK 서머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롤드컵에 진출. 2020년 롤드컵에서 G2, 쑤닝 등 강팀을 꺾고 최종 우승했다.

 

한 모니터 회사의 진정성 있는 지원이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최강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자연스럽게 담원의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많은 e스포츠 팬들이 담원이라는 회사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진정성 있는 마케팅이 새로운 강팀을 만들고 회사에도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온 우수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식품·외식업계의 e스포츠 마케팅은 전략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이러한 선택이 e스포츠 업계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식품·외식업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고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협업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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