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사이트]국가대표로 세계 누비는 셰프, 서울롯데호텔 김세한 조리장

2021.01.18 09:00:01

서울롯데호텔의 김세한 셰프(조리장)는 89년 외식업계에 입문해 약 30년간 청와대 국빈만찬 준비는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작년에는 준명장급인 우수숙련기술자를 획득했다.

 

 

김세한 셰프는 19살까지만 해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던 유도 유망주였다.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꿈을 한순간에 잃었지만 요리사라는 제2의 꿈을 만났다. 운동선수 특유의 승부욕과 정신력을 요리에 쏟아 부은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도 도복을 벗고 조리사가 된 19살 청년

중·고등학교 시절 김세한 셰프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선수였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연일 훈련에 매진했으나 어깨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청년에게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꿈이 한순간에 좌절돼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지 고민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하던 어머니를 옆에서 도왔던 기억이 났다. 요리솜씨가 좋은 어머니를 닮아 옆에서 곧 잘 따라했고, 동생들 도시락을 싸줄 정도로 재미도 느꼈다.”

 

당시 요리를 업으로 삼겠다는 그의 결정에 주변의 반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뜻을 세우면 끝을 보는 성격 탓에 스스로를 믿고 호텔 주방에 취업을 했다. 현장에서 선배들이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승부욕이 강해 하나를 하면 뿌리를 뽑는 성격

고등학교만 졸업해서는 평생 직업으로 이어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야간대학에 입학해 ‘주경야독’의 시기를 보냈다. 그사이 서울롯데호텔로 근무지를 옮겨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양식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실무와 이론을 겸하다보니 남들보다 습득 속도가 빨랐다.

 

어느 정도 업무 숙련도가 올라간 뒤에는 전채요리, 샐러드 파트를 맡았다. 공부와의 연도 놓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 외식조리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겸임교수로 대학에서 후배양성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 그는 책 쓰는 셰프로 통한다. 잠이 줄여가며 자신의 터득한 요리 지식을 정리해서 책으로 꾸준히 발간해왔다. 특히 오랜 시간 소스를 연구하며 얻은 자료와 레시피를 대중들이 따라 하기 쉽게 정리해두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새롭게 쓴 서양조리실무'를 포함해 총 7권의 책을 저술했다. 

 

“브라운소스, 화이트소스, 생선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열정을 가지고 연구했다. 주재료와 부재료의 적합성, 배합 비율을 계속 반복적인 테스팅을 거쳐 완성시켰다. 특히 브라운소스를 만들 때 밀가루 대체로 홍국을 사용해 맛, 질감, 색상을 더 끌어올렸다. 홍국을 첨가한 소스 관련 논문도 한국식품영양학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기재했다.”

 

각종 세계 무대 누비는 요리 국가대표

요리대회에 관심이 많아 2006년부터 각종 국내·국제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었다. 대표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세계요리올림픽(2008년), 월드컵세계요리대회(2014년)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은상 2회, 동상 1회의 성적을 거뒀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새로운 식재료 활용법도 배울 수 있고, 외국 셰프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요리를 만들때는 한식과 양식을 접목한 메뉴 구성에 초점을 뒀다. 대회는 나의 실력을 평가받는 자리인 만큼 참가하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자극도 많이 받는다.”

 

 

각종 경비 지출로 크게는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좋은 지도자가 되고자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VIP 식사 메인요리를 맡았다. 횡성한우를 이용한 스테이크, 북한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만든 감자요리 등을 선보였다.

 

앞으로 김세한 셰프의 목표는 자신의 재능으로 외식업계와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016년부터는 반찬 나눔, 무료급식 봉사를 월 1회 꾸준히 해오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양식도시락 개발 세미나도 오는 2월달에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끝으로 그는 “운동선수의 꿈은 중간에 멈췄지만 당시 키운 강인한 정신력이 셰프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앞으로 모든 건 함께 가야한다 생각해 30년 동안 다듬어온 레시피, 노하우를 업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김하루 기자 lumunehito@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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