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레시피, 상호명 ‘넙죽’ 따라했다가 큰 코 다칠 수 있어

2020.10.26 10:36:33

얼마 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해 큰 주목을 받았던 한 외식업체가 최근 논란에  둘러싸였다. 해당 업체의 사장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몇 개월간의 노력으로 ‘덮죽’ 메뉴를 개발 백종원 대표의 극찬을 받았다.
요리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홀로 노력해 멋진 메뉴를 만들어 낸 사장은 눈물을 흘렸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런데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SNS 상에 해당 업체의 사장의 ‘눈물의 호소’가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호소의 주 내용은 ‘자신의 레시피와 메뉴 명을 그대로 따라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나타났다’는 것. 이 후발업체는 상표권까지 신청해 더욱 뻔뻔하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고, 이는 곧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언론의 집중포화와 국민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결국 후발업체 대표는 사과문을 올리고 모든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나 해당 후발업체의 대표가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타 업체의 사업 아이템을 모방해왔음이 드러나며, 상표권과 레시피에 대한 특허 인정 등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레시피는 특허가 불가능? 잘못 알려진 사실!

덮죽 사건이후, 많은 매체들이 조리법 관련된 특허는 불가능하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연일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허청에 따르면 조리법(레시피)도 기존에 없던 음식을 개발했거나, 알려진 음식을 새로운 조리법으로 조리해 독창성이 인정된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조리법 특허는 이미 공개된 음식이라 해도 1년의 시간이 흐르지 않은 상태라면 특허출원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경우에는 1년 이내에 ‘공지예외주장출원’을 해야한다. 공지예외주장출원은 발명자가 발명의 내용을 공개하고 1년 이내 출원한 경우 공지된 내용으로 거절하지 않는 제도다.

 

 

공지예외주장출원을 신청하면 특허출원 전에 방송 또는 블로그 등에서 레시피가 공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공개한 내용으로 출원이 거절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리법(레시피)이 과학기술, 제조기술 등에 비해 특허를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허 출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다만 주의할 점은 조리법의 경우 타 업체가 재료의 양 등을 변형해서 사용하면 특허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허가 등록되면 조리법이 공개되기 때문에 결국 조리법만 공개하고 권리는 주장을 못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완벽한 조리법을 타 업체에 알리지 않으려 발명자가 실제 조리법과 약간 다르게 특허를 출원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특허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식품 관련 특허 출원은 연평균 4,200건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중 비빔밥, 죽, 삼계탕, 소스 등 조리법과 관련된 특허출원이 매년 1,000여 건으로 24.8%를 차지했다.
등록된 조리법 관련 특허는 2016년 287건, 2017년 396건, 2018년 394건, 2019년 237건, 올 들어 9월까지 136건으로, 총 1,450건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물의 색이 변하지 않도록 조리한 곤드레 나물을 이용한 컵밥, 흑미를 첨가해 식감과 영양가를 높인 흑미 피자도우 등이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식품관련 대기업이 특허를 휩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조리법 관련 특허 출원은 개인 출원이 60.5%로 가장 많고, 중소기업 25.9%, 대학 및 공공기관이 9.8%로 뒤를 이었다. 음식 조리법에 있어서는 오히려 대기업보다 개인이 출원하는 특허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레시피와 브랜드 가로채기 막을 방법은 많아 

앞서 알아봤듯 레시피도 특허 출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외식업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메뉴에 대해 특허출원이나 상표권 등록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우선 생계를 목적으로 창업을 하다 보니 이러한 제도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고, 자신이 개발한 메뉴가 고객들에게 성공적으로 수용되리란 확신이 없어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많은 수의 외식업체들이 프렌차이즈 가맹점이거나, 특별히 차별성을 꼽을 수 없는 메뉴들을 요리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러한 제도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맹점을 이용해 덮죽 사태처럼 이를 악용하는 후발업체들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후발업체에 레시피나 상표권을 빼앗기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기존의 '덮죽' 처럼 널리 알려진 상품의 경우,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명·상호·메뉴명이 보호된다. 이 경우 법원에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특허청 행정조사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다. 
국내 상표법은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선 출원 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예외도 많다. 현행 상표법에 따르면 특정인의 출처 표시로 인식된 상표를 타인이 먼저 출원했어도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사실이 확인되면 상표권을 등록받지 못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상호 및 레시피 등을 무단으로 출원했다면 가로채기 및 모방출원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상표가 등록되기 전에는 정보제공 및 이의 신청을 해야 하며, 상표가 이미 등록된 경우라면 무효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상표법에서는 '소상공인 등을 위한 성명, 상호 등의 선사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먼저 사용하고 있던 상호를 타인이 상표등록 했다 할지라도, 간판을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영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노력하고, 외식업주는 신중해야

하지만 선사용권을 인정하고 제3자 모방출원을 막더라도 이는 소극적인 보호에 불과하다. 자신의 상표를 출원해 등록받아두는 것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표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와 권리를 이해당사자인 외식업주들이 모르고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로 원조 업체가 불이익을 당하고도 법적 소송이 부담돼 눈물을 머금고 피해를 감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허청 및 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부처들은 이러한 제도를 소상공인, 외식업주들에게 공고해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아울러 레시피나 각종 분쟁이 잦은 외식업 관련 특허, 상표권에 대한 법률 개선,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점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레시피 도용, 상표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되고, 레시피의 주인들이 자유로운 사용을 허가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를 악용해 자신의 레시피인 것처럼 행세하며 사업을 시작하는 비양심적 업체들도 하나 둘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비양심적인 몇몇 업체들로 인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해 메뉴를 개발하고, 브랜드를 키워가는 선량한 외식업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한다. 예로부터 ‘원조’ 타이틀로 민감하게 대립하던 외식분야이기에 더욱 실질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한다. 


이미 칼럼을 통해 다룬 적이 있던 미투 브랜드로 인해 외식업계는 이미 한 번 골머리를 앓았던 전적이 있다. 파이가 커지기도 전 유사 브랜드들이 나와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결국 가맹점주들과 원조 업체들에게 피해가 돌아갔었다. 
이러한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덮죽 사태를 계기로 ‘특색있고 차별화되는 조리법’과 ‘외식 브랜드 및 상표권’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도용 업체에 대한 엄중한 처벌, 그리고 이에 대한 전 국민적 홍보가 이뤄지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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