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넘어 웰니스다. 팬데믹을 경험한 소비자는 단순히 질병을 피하는 것을 넘어 주체적인 식생활로 몸과 기분, 일상의 리듬까지 관리하려는 열망을 키우고 있다. 트렌드 조사 기관 스타일 러스는 ‘식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를 미래의 키워드로 꼽으며 소비자가 제품의 영양 성분을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개선을 장려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왕이면 꼭 필요한 효과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한때 ‘저칼로리’나 ‘N無’ 전략을 펼치던 식품 기업들도 이제 ‘정밀 타깃’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의 ‘푸드 & 드링크 리포트 2025-2026’은 크레 아틴, 마그네슘 등 특정 영양 성분을 강조한 식품 판매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으 며,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는 “인지 기능 향상을 표방한 무알코올 칵테일 등 기능성 영양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향후 식품과 영양 보충제 경계에 있는 제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대 스타, 식이섬유
단백질의 뒤를 이을 강력한 차세대 주자는 식이섬유다. 지난해 틱톡을 달군 키워드 #파이버맥싱 Fibermaxxing은 말 그대로 식이섬유 섭취량을 극대화하는 트렌드로, 1억5700만 회 이상 언급되며 식이섬유의전 세계적 부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식음료 컨설팅 기업 투워드 FnB는 고섬유질 식품 시장 규모가 연평균 9.5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바움앤 화이트맨은 ‘단백질 다음은 식이섬유’를, 데이터센셜은 ‘섬유질 섭취 극대 화’를 키워드로 꼽으며 이를 뒷받침했다.
섬유질을 찾는 이유로는 ‘장 건강’과 ‘포만감’이 꼽힌다. 장 유익균을 더해주는 것을 넘어 장내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돕고, 적게 먹어도 오래 배부른 한 끼의 밀도를 충족해준다는 것. 웨이트로즈의 건강 & 영양 총괄 조앤 룬 박사는 “소비자는 섬유질이 장 건강과 포만감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라벨에 적힌 식이석유 함유량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홀푸드마켓, 웨이트로즈등 글로벌 슈퍼마켓 체인은 이러한 인식 변화에 따라 라벨에 식이섬유 함량을 강조한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변화는 일상식에서부터 발견된다. 켈로그가 지난해 초 귀리 기반 시리얼 브랜드 ‘오티스’를 출시했고, 올 1월 렌틸 텔레파시가 통 렌틸콩으로 만든 시리얼 대용품을 업계 최초로 내놓는 등 아침 루틴의 ‘섬유질’ 기준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파스타 시장은 더 직접적이다.
미국의 종합 식품회사 제너럴 밀스의 카르베 디엠 Carbe Diem!은 전통적인 듀럼밀 세몰리나에 변성 밀 전분을 더해 1회 제공량당 식이섬유 함유량은 24g으로 끌어올리고, 순 탄수화물 함량은 55% 낮춘 파스타를 출시했 다. 맛은 유지하면서 영양 기준을 ‘식이섬유’로 재편한 셈이다. 미국 샌프 란시스코의 히어로 브레드 역시 저탄수화물 파스타 ‘히어로 누들스 펜네 Hero Noodles Penne’를 출시하며, 1회 제공량당 식이섬유 32g을 전면에 내세웠다.
베이커리에서는 ‘고식이섬유 밀’ 자체가 등장했다. 호주의 과학 연구기관 CSIRO, 프랑스 종자 기업 리마그랭 등이 공동 개발한 고식이섬유밀 품종 ‘HAW1’이 그것으로, 호주 슈퍼마켓 올워스는 제분업체와 협업해 HAW1으로 만든 ‘와이즈 위트’ 제품을 출시하며 “일반 밀가루 대비 섬유 질이 6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스낵도 예외가 아니다.
험블 시드는 통밀 가루·햄프시드 · 치아시드 · 아마씨 · 호박씨 · 참깨 · 해바라기씨 등 슈퍼 푸드 씨앗을 섞은 통밀 크래커를 출시했고, 미국 파이버 고메는 1회 제공 량당 식이섬유 13g을 함유한 고식이섬유 스낵 ‘신어블 Thinables’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렸다. 호주에서는 유명 크래커 브랜드 고메 푸드의 창립자들이 영양 성분을 강화한 ‘스낵 HQ’를 론칭해 프리바이오틱 섬유질을 함유한 ‘리필 바’, 과일 중심의 ‘내추럴 프루트 슬라이스 바’ 등을 출시 중이다. 여기에 펩시가 2월 통곡물과 검은콩 등을 함유한 ‘선칩스 파이버’, ‘스마트푸드 파이버 팝’ 출시를 예고하는 등 식이섬유 스낵 시장의 확장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고식이섬유 식단을 갖춘 국내에서도 저속 노화, 혈당 관리 등 건강 트렌드가 확산되며 식이섬유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주식인 밥부터 바뀌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치열해진 즉석밥 시장은 백미 중심의 간편식에서 렌틸콩·파로·통곡물·곤약 등 고식이섬유 재료를 활용해 혈당 관리와 포만감을 챙기는 ‘건강관리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선두 주자는 2024년 말 론칭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라이스플랜’이다. 렌틸콩 현미밥, 파로통곡물밥, 100% 통곡물밥, 렌틸콩퀴노아곤약밥 등 다양한 선택지를 선보여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볶음밥, 주먹밥, 죽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오뚜기는 곤약과 수향미를 배합해 식이섬유와 포만감을 챙긴 ‘가 뿐한끼 곤약밥’에 이어 기존 제품보다 식이섬유 함량을 3배 확대한 ‘식이 섬유 플러스 잡곡밥’을 출시했다.
시장 확대는 계속 이어진다. 풀무원은 찰현미 · 보리 · 율무 · 밀쌀 등 통곡물 4종에 병아리콩을 더한 ‘반듯한식 영양밥’으로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원F&B의 양반은 지난해 서울 대학교 식품영양학과의 협업으로 즉석밥 ‘양반 100밥’을 출시하면서, 멥쌀 없이 현미 또는 통곡물로만 만든 3종을 포함했다. 지난 1월에는 한채 원이 다양한 통곡물을 골고루 담은 ‘통곡물 현미 흑미 귀리 잡곡밥’을 내놓으며 다양성을 보탰다. 여기에 지난해 말 서울시가 잡곡밥 선택이 가능한 식당 및 배달 음식을 인증하는 ‘통쾌한 한 끼’를 도입하면서, 배달과 외식에서도 식이섬유를 고려한 ‘밥의 선택’이 가능해졌다.
이유 있는 한 모금
한편, 기능성 음료는 ‘가장 간편한 웰니스’의 포맷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한 수분 보충을 넘어 신체 건강을 챙기고, 컨디션·기 분·집중력 등 ‘마인드 밸런스’까지 겨냥한 음료로 관심을 넓히는 중이다. 퓨처 마켓 인사이트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기능성 음료 시장이 연평균 5.4% 성장률을 보이며 10년 후 시장 규모가 5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는 이 트렌드를 ‘이유 있는한 잔’으로 표현했다. ‘한 잔에도 목적과 근거가 붙는 시대’라는 뜻이다.
첫 번째 축은 ‘프로틴 커피’의 일상화다. SNS에서 번진 ‘프로피 Proffee’ 트렌드가 이제 체인 메뉴로 번역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9월 단백질 라테와 단백질 콜드폼을 공식 도입했고, 던킨은 올 1월 ‘프로틴 밀크’를 메뉴에 더했다. 팀 홀튼 역시 캐나다에서 단백질 라테 라인업을 전개해온 데 이어, 미국에서도 단백질 음료 출시를 예고했다. 기술 쪽 움직임도 빠르다. 단백질 개발 기업 버콘은 IFT FIRST 2025에서 완두콩· 해바라기를 활용한 순도 90%의 단백질로 ‘플랜드 프로틴 카페 라테’를 선보였다. 또 미국 포로스 뉴트리션은 저산성 공정을 내세운 투명·무미 단백질 워터 ‘워터+프로틴 WATER+PROTEIN’을 공개하며 “단백질=무 겁다”라는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두 번째 축은 ‘파이버 소다’의 콜라 전쟁이다. 탄산음료계의 양대 산맥, 코카-콜라와 펩시코가 동시에 뛰어들었다. 코카-콜라는 작년 2월 프리바이오틱 식이섬유 6g을 내세운 ‘심플리 팝 Simply Pop’을 출시했 고, 펩시코는 올 2월 ‘펩시 프리바이오틱 콜라’를 론칭했다. 펩시코는 이번 출시 전 프리바이오틱 소다 브랜드 ‘포피 Poppi’를 19억5000만 달러 (한화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한 만큼, 제품 출시는 더 공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목할 부분은 음료의 맛과 식감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많이’ 넣을 수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의 출현이다. 캘리포니아의 원바이오는 귀리의 식이섬유 사슬을 짧게 끊어내 당도와 점도를 낮춘 무미·무취·무색의 ‘원바이오 01 오트 파이버’를 개발했다. 1회 제공량에 식이섬유를 20g 이상 담을 수 있는 스파클링 셀처 프로토타입까지 제시한 상태다. 프랑스의 테레오스는 옥수수 전분 기반 식이섬유의 구조를 여러 갈래로 나눠 점도를 낮춘 ‘액티파이버’를, 미국의 아이콘 푸드는 치커 리·타피오카 등 다양한 식이섬유를 혼합한 ‘파이버 리파인’을 선보이며 고식이섬유 탄산음료의 확산 가능성을 예고했다.
세 번째 축은 ‘마인드 밸런스’다. 2024년까지 허브차나 스무디 등심신 안정 음료가 주를 이뤘다면, 정신 건강을 웰니스의 핵심 축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이를 겨냥한 제품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특히 주목할 음료는 버섯 커피. 인지 기능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사자갈기버섯, 스트레스와 불안 완화를 위한 영지버섯, 에너지와 피로 해소를 위한 동충하초 등 품종별 효능이 알려지면서, 일상 속 웰니스 음료로 스며들고 있다. 영국에서는 막스앤스펜서가 사자갈기버섯 바닐라 라테, 영지버섯 샷 등을 갖춘 ‘예이! 머슈룸 Yay! Mushroom’을 출시하며 기능성 버섯 음료를 진열대에 올렸다. 미국에서는 레어드 슈퍼푸드가 미국 전역 50개 매장에서 기능성 버섯을 첨가한 라테와 모카를 소개했으며, 각종 버섯을 넣은 기능성 음료 브랜드 ‘바이 다이 커피+ Vai Dai Coffee+’가 지난해 말 마이애미에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는 단백질 고용량 경쟁이 가장 눈에 띈다. 오리온의 ‘닥터유 PRO 단백질 드링크 40g 초코’, 대상웰라이프의 ‘뉴케어 올프로틴 41g’, 남양유업의 ‘테이크핏 몬스터’에 이어 올 2월 출시한 빙그레의 ‘더단백 드링크 더블초코’까지, 40g대 제품 전선이 확장되는 중이다. 새로운 플레 이어들도 진입하고 있다.
티젠은 콤부차 요거트 분말에 단백질을 더한 셰이크 ‘요밀’을 새로 출시했으며, 빽다방은 단백질 파우더를 넣어 단백질을 최대 38g 담은 ‘프로틴쉐이크’를 선보였다. 식이섬유 음료 시장에서는 미에로화이바의 첫 건강기능식품 ‘데이톡’, 아르템의 기능성 티소다 ‘티릿’ 등 전통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가 함께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세계의 트웰브는 다양한 기능성 음료를 한자리에 모았다.
<트 웰브 원더바>에서 에너지 충전·글로우·리셋을 위해 맞춤형 영양소를 추가한 스무디가 준비되고, 그로서리에서 장 건강을 위한 ‘브리보 프리바이 오틱 소다’, 다이어트 중 이너 뷰티를 위한 ‘바이탈징 워터드롭’ 등을 만날수 있다. 새로운 성분 탐구도 이어지고 있다. 유일바이오텍이 출시한 국내 최초의 유글레나 음료 ‘유데이’가 대표적이다. 유글레나는 59가지 이상의 영양소를 함유한 단세포 미세조류로, 세포벽이 없어 소화와 흡수가 빠르다.
결국 ‘웰니스 드링크’ 전쟁에서 중요한 건 근거가 있는 서사다. 유로모니터는 2026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에서 “브랜드가 데이터 기반 스토리텔링으로 효과를 증명하고, 제품 가치를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동시에 소비자는 ‘건강 지능 HQ’, 즉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정보를 판별해, 적절한 제품을 고르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