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오차아이 주택가에는 지역 주민의 휴식처같은 작은 수제맥주집이 보인다. 이곳에 가면 홀로 수제맥주를 양조하는 청년 사장 키노시타 유토씨를 만날 수 있다. 키노시타 대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꿀맥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가게 이름도 ‘허니콤&홉웍스(HONEYCOMB & HOPWORKS)’라 지었다.

우리니라도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시장 성장에 탄력이 붙으며 소규모 자가양조장을 두고 자신만의 맥주를 선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수제맥주 시장이 발달한 일본의 소규모 수제맥주 사업장의 모습을 살펴본다.
예술과 과학이 만난 수제 꿀맥주 양조
맥주는 ‘맥아, 홉, 효모, 물’ 4가지를 기본 원료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과일, 향신료, 기타 부재료를 더하면 양조장만의 독창성을 살린 수제맥주를 양조 할 수 있다. ‘허니콤&홉웍스’에서는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종류만 1000가지가 넘는 꿀을 선별해 맥주를 추가 양조했다. 보통 맥주에 꿀을 소량 넣어 저어서 먹는 것과 제조 방식 자체가 다르다.

“수제맥주는 발효과정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는 과학의 영역이면서 비율, 첨가재료에 따라 만든이의 개성이 담긴다는 점에서 예술의 영역이기도 하다. 단순히 꿀을 맥주에 타서 마시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홉도 꿀도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여러 조합으로 나만의 수제맥주를 만들어 냈다.”
키노시타 대표는 꿀, 홉, 맥아 즙 등 각 소재의 특성을 바탕으로 수차례 테스트를 거쳐 재료의 비율 맞춘 레시피를 완성시켰다. ‘허니콤&홉웍스’만의 개성이 담긴 꿀맥주 5종이 준비돼 있다.
꿀맥주에 반해 회사 그만두고 맥주집 아르바이트 시작
키노시타 대표가 꿀맥주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된건 도쿄 시나가와구 바닷가에 위치한 아메리칸 레스토랑 ‘T.Y. HARBOR’에서 였다. 이곳은 양조장이 병설돼 있어 신선한 수제맥주를 언제나 마실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광고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식당과 함께 붙어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꿀맥주는 그동안 마셨던 맥주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위에서 시켜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직장 생활이 회의감이 들던터라 직접 만드는 수제맥주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퇴사 후 수제맥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경력을 쌓고 그는 자신을 수제맥주계에 입문시킨 ‘T.Y. HARBOR’로 근무지를 옮겼다. 잔심부름부터 하며 양조장 일을 서서히 익혔다. 그 뒤로 진정성있는 모습을 인정받아 본격적인 브루어(맥주 양조업자)로 수련을 받게 된다. 7년간 맥주 양조 한길만 몰두한 끝에 키노시타 대표는 3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수제맥주집을 창업할 수 있었다.
전 세계 홉과 꿀의 조화가 일품인 키노시타표 수제맥주
‘허니콤&홉웍스’에서는 총 5가지의 수제 꿀맥주를 맛볼 수 있다. 여지꿀과 체코 자쯔지방 고품질 홉을 사용해 만든 ‘허니콤 불렛(Honeycomb Bullet)’, 감칠맛 있는 미얀마산 꿀과 미국산 홉 '아이다호7', '모자이크'를 조합한 ‘붐2(Boom2)’가 대표적이다.

또한, 오렌지 꿀과 홉 '카스에이도', '아마릴로'를 섞은 라거맥주 ‘화이트 와스프(White wasp)’, 아르헨티나산 고급 꿀, 홉, 아로마 향을 이끌어 낸 ‘옐로우 자켓(Yellow Jacket)’, 볶은 맥아의 고소함과 커피, 꿀이 조화를 이루는 ‘블랙 범블비(Black Bumblebee)’도 있다.
온도 상승에 따라 맛의 미세한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꿀맥주이다. 소형 맥주는 480엔(약 5,300원), 레귤러 사이즈는 820엔(약 9,000원)이며, 3가지 수제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메뉴는 1000엔(약 11,000원)이다. 바 테이블에 있는 맥주 탭으로는 ‘T.Y. HARBOR’에서 공수해 온 수제맥주를 제공한다.

꿀맥주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안주는 ‘무염 믹스 너트’(300엔), ‘생햄과 크림 치즈’(600엔) 등 가볍게 구성했다. 꿀맥주로 삶은 수제 돼지고기 조림(800엔)은 ‘허니콤&홉웍스’만의 시그니처 메뉴다.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로 자리잡은 수제맥주집
‘허니콤&홉웍스’는 인근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고 주변으로는 주택, 아파트가 밀집된 주거지 안에 들어가 있다. 퇴근 후 이웃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에 동네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과 동화돼 지역에 뿌리내리는 양조장이 되는 것이 키노시타 대표의 꿈이다. 일상에서 언제든 마실 수 있게 맥주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도입했다. 플라스틱 컵은 400~800엔, 500mL 페트병의 경우 950엔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키노시타 대표는 “한번에 양조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어 빠르게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양조장에서 교육을 실시해 OEM 형태로 맥주를 공급받을 준비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러 양조장이나 브랜드들과 협업해 꿀맥주의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