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유튜브 뒷광고 사태로 드러난 식품외식업계의 민낯

2020.08.12 11:06:59

유튜브에 이른바 ‘뒷광고 사태’가 터졌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명 유튜버들이 잇따라 사과영상을 올리거나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그들을 좋아했던 팬들은 배신감에 구독을 취소하거나 연일 비판적인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사태로 만들어진 신조어 ‘뒷광고’는 광고주에게 돈을 받고 해당 제품을 광고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안내도 없이 마치 ‘광고가 아닌 것처럼 꾸민 영상’을 말한다. 이번 사태에 휩쓸린 유튜버들은 음식, 의류, 화장품 등 각종 제품들을 광고하면서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라 표현하거나 광고임을 알리지 않았다.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뒷광고

최근 광고 시장의 무게 중심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에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신규 미디어로 옮겨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미디어킥스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약 5,969억 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9조 7,891억 원으로 5년 만에 16배 이상 성장했다.

 

심지어 올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약 1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유튜브 뒷광고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법적인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1인 채널이다 보니, 당연히 ‘돈의 유혹’이 발생하고 이에 굴복하는 유튜버들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번 뒷광고 사태의 시작은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탔던 한혜연이 운영하는 ‘슈스스TV’ 부터였다. 한혜연은 내돈내산을 내세우며 다양한 화장품, 패션 아이템 등을 소개했고 구독자들은 이를 보고 해당 제품을 선뜻 구매했다. 그러던 중 한혜연의 내돈내산 콘텐츠가 광고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큰 후폭풍을 맞았다.

 

 

슈스스TV로 여론이 민감하던 차에 안주 리뷰를 주로 하는 유튜버 ‘참PD’는 이러한 유튜버들의 뒷광고 행태를 지적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술을 마시며 진행하는 방송의 특성상 과격한 표현, 타 유튜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등 좋지 못한 모습이 많았지만, 해당 방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유튜버들의 뒷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에 불이 붙었다.

 

 

4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문복희’는 20개가 넘는 식품외식업체의 광고를 진행하고도 광고라 표기하지 않아 사과문을 올린 후 구독자가 급감하고 있고, 그동안 많은 구설수가 있었던 일상 유튜버 양팡은 BBQ 치킨과 퓨마 의류 광고가 뒷광고, 조작광고로 밝혀지며 모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외에도 보겸, 엠브로, 쯔양, 나름 등 유명 유튜버들 대다수가 뒷광고 의혹에 휩싸였고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지며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고 있다. 뒷광고 의혹을 초기에 밝혔던 유튜버들 역시 악성 댓글에 시달려 유튜브를 은퇴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뒷광고는 업계 윤리 위반이자 공정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SNS를 활용한 광고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앞서 말했듯 방송법에 따라 간접광고 규제를 받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과는 달리,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오는 SNS 간접광고에 대해선 구체적인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11월 국내 상위 60개 인플루언서의 광고 게시물 582개를 대상으로 한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밝힌 글은 29.9%(174건)에 그쳤다. 70%의 게시물이 경제적 대가를 받은 광고임을 표시하지 않은 셈이다.

 

또한 경제적 대가를 표시하는 방법 역시 부적절하다. 인스타그램 광고의 경우 ‘#유료광고’ 54개(31.0%), ‘#AD’ 49개(28.2%), ‘#협찬’ 27개(15.5%) 등으로 광고임을 표기한 게시물 역시 잘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표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분명한 불법이자 부도덕한 행위이지만 현행법 상 뒷광고를 제작하거나 게재한 인플루언서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제재 대상은 광고 의뢰를 받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광고를 의뢰한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의뢰를 받아 광고를 제작한 인플루언서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뒷광고를 집행한 회사 7곳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69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에도 홍보 게시물을 게재하고 광고수익을 챙긴 인플루언서들은 제재를 피해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1월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인플루언서가 대가성 광고를 알리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뒷광고 사태로 드러난 식품외식업계의 민낯

문제는 이런 유튜브를 통한 뒷광고의 절대다수가 식품외식업체의 광고였다는 점이다. 사과영상을 올리거나 은퇴를 선언한 유튜버들 중 상당수가 먹방을 중심으로 다루는 유튜버들이고, 일상 유튜버들 역시 대부분 음식과 관련된 영상들이 뒷광고로 밝혀졌다.

 

TV 맛집 프로그램부터, 블로그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유튜브 뒷광고까지. 잘못된 광고의 대표적 사례들이 대부분 식품외식업에 몰려있는 것은 꽤 씁쓸한 행태다. 물론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패션 아이템 등 여러 과장광고, 뒷광고 사례들도 있지만 식품외식업체가 너무 큰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이는 유튜브를 통한 식품외식업체의 홍보 효과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방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하고 해당 제품의 매출이 급상승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며 해외까지 그 인기가 퍼져나갔다.

 

 

이번 사태로 은퇴를 선언한 먹방 유튜버 쯔양도 지난 4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삼양식품 ‘불닭보다 3배 매운 불닭비빔면’과 CJ ‘통스팸, 대패삼겹 먹방’을 통해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다. 앞서 언급한 참PD의 경우 광고임을 밝히고 리뷰 한 제품들 역시 5분 만에 품절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렇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지난 몇 년간 대기업과 대리점, 오프라인 매장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상인의 마진이 사라지고, 이를 인플루언서가 비싼 수수료로 빨아들이는 기형적인 형태의 유통구조가 생기게 됐다. 제품의 퀄리티와 유통과정보다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루에 3번, 혹은 그 이상 먹고 즐기는 음식이기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에는 이를 긍정하는 사람들과 부정하는 사람들이 연일 논쟁을 벌이고, 골목식당에서 극찬을 받은 맛집에 텐트를 치고 대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식품외식업계의 뒷광고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살 수 밖에 없는 기만행위다. 이번 유튜브 뒷광고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을 기만해서라도 매출을 올리려하는 식품외식업체들의 민낯을 보게 됐다. 식품외식업계의 긴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식품외식업계, 들키지 않기만을 바라선 안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인플루언서들의 제품 추천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말고, 선별하는 눈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는 2차적인 문제다. 애초에 유튜버들에게 뒷광고를 제안한 식품외식업계의 업체들의 반성과 개선의 노력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인플루언서들에게 돈을 쥐어주고도 광고가 아닌 것처럼 보이길 요구한 식품외식업체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뒷광고가 돈에 욕심을 낸 유튜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식품외식업계의 도덕적인 문제임을 깨닫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 블로그 마케팅이 활성화 됐을 때에도 광고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았고, 광고 및 협찬임을 밝혀야하는 요즘까지도 암암리에 이러한 뒷광고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다. 유튜브 뒷광고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지금. 새로운 변화와 반성이 절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월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앞으로 인플루언서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SNS 및 유튜브에 사용 후기를 올릴 때는 광고임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잘 보이지 않는 댓글로 표기하거나 유튜브 ‘더 보기’ 란에 광고임을 작게 표시하는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게시물의 제목이나 앞부분, 끝 부분에 ‘광고입니다’, ‘협찬 비용을 받았습니다’ 등 광고 표시 문구를 반복적으로 넣어야 한다.

 

 

명확하지 않은 표현도 지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체험단 리뷰', #[브랜드명], ‘#AD’, ‘컬래버레이션’, ‘파트너십', ‘앰배서더' 등의 언어로만 추천·광고사실을 표시할 수 없다. 또한 흔히 쓰는 방법인 게시물의 댓글에 광고 사실을 밝히거나 ‘더 보기'를 눌렀을 때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광고 공개 원칙’을 어기게 된다.

 

약 15년 전 블로그 마케팅이 시작됐을 당시부터 마련됐어야 할 정책이 이제 와서 시행되는 것은 씁쓸하지만 어쨌든 이번 정책으로 유튜브 뒷광고 사태는 점차 진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암암리에 뒷광고를 요구하는 업체와 이를 받아주는 인플루언서들은 남아있을 것이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뒷광고임을 밝힐 수 없기에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품외식업계의 반성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유튜트 뒷광고로 밝혀진 광고들의 광고주들은 아직까지도 해당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광고를 할 때는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기에 꼼꼼한 검수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1인 채널인 유튜브에서는 쉽게 말해 ‘걸릴 위험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뒷광고가 성행한다. 결국 식품외식업체들은 뒷광고를 집행한 후, 들키지 않길 바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유튜브 뒷광고 사태를 통해 식품외식업계는 깊이 반성해야한다. 입소문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마케팅이라지만 소비자들을 기만해서는 안된다. 현재 뒷광고의 썩은 뿌리는 이를 제안하는 광고주들이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더욱 깊이 꽂히기 전에 식품외식업체들의 반성과 자중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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